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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찍 우린 함께 마을을 나섰네
마침 동이 텄고 나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새처럼 노래했네
오늘 아침 일찍
밭고랑 앞에 선 나는 먹을 걸 줍는 작은 개미
좋은 눈으로 잘 살펴 한 줌씩 더 얻기도 하지
아, 주님께서는 얼마나 고된 일을 내리시는지
일어섰다가 다시 쪼그려 앉네
화병 넘어지겠다 안에 돌을 넣어
이놈의 바람!
글자가 반짝반짝 빛나게 닦아
이 동네는 과부가 넘쳐나네요
이 지역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장수해
- 불쌍한 엄마 빼고는 - 엄마가 복 받은 거지
언니, 그런 소리 하지 마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한 아빠 품에서 돌아가셨잖아
불에 타서 돌아가신 거야
이레네, 고이 잠들다 1941-2002 불에 타서 돌아가신 거야
이레네, 고이 잠들다 1941-2002
이레네, 고이 잠들다 1941-2002 가장 고통스럽게 돌아가신 거지
이레네, 고이 잠들다 1941-2002
두 분 다 주무시고 계셨잖아
아무것도 모르셨을걸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
어서 와, 아구스티나
안녕, 아구스티나
- 안녕하세요, 마놀라 - 반가워
- 엄마, 더 챙길 거 있어요? - 내가 가져올게
이렇게 만나네!
세상에!
- 얘가 파울라야? - 그럼!
- 아주 다 컸네 - 입맞춤해줘
너희 아버지 눈을 빼닮았어
- 어떻게 지냈어? - 잘 못 지냈지
그런 소리 마
나도 내 무덤 좀 치워야지
바람이 이렇게 불면 치울 수도 없지만
- 그래도 잘 해놨네 - 청소하면 마음이 편해져
여기 와서 혼자 앉아 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니까
우린 가볼게 파울라 이모 봐야 해
- 나중에 놀러 와 - 알았어
파코는 잘 지내?
잘 지내, 일 때문에 마드리드에 있어
엄마
정말 아구스티나 아줌마는 자기 무덤을 치우는 거예요?
그래, 여기 관습이야
미리 묫자리를 사놓고 죽을 때까지 가꾸지
자기 집처럼 말이야
- 왠지 소름 끼쳐요 - 여기 전통이야
- 내가 운전할까? - 그래
파울라 이모!
- 누구세요? - 저 라이문다예요
- 여기서 종일 있으면 안 돼 - 재촉하지 마
난 어두운 데 들어가기 싫다고
할머니께 잘해 드려 비웃으면 안 돼
- 알았어요 - 아직 엄마 냄새가 나네
안녕하세요, 이모!
이렇게 날씬하다니 애는 낳았고?
- 14년 전에요 - 시간이 잘도 가네
얘네는 누구야?
누구겠어요? 솔레와 제 딸 파울라죠
나와 이름이 같구나
네가 솔레고?
식탁으로 갈까?
- 솔레는 엄청 뚱한 얼굴이네 - 이모도 참...
바람이 수풀까지 불덩이를 날려보내서
결국 13년 만에 가장 큰 화재로 이어졌습니다
- TV 좀 꺼도 되죠? - 그래, 어차피 안 보여
화재는 끔찍하지
우리 엄마 아빠가 화재로 돌아가셨으니까
- 내가 여기 왜 들어왔지? - 글쎄요
- 이야기 나누려고요? - 아니야
- 뭐 드시려고요? - 그래!
찬장 안을 보렴
난 다리 힘이 없단다
자, 과자 먹어
꼭 엄마 요리 같지? 어서 먹어
그나저나 묘지는 어떻든?
네 엄마가 아주 좋아하고 있을 거야
묘비는 제대로 잘 닦았니?
물론이죠
네 엄마는 묘비가 깨끗해야 좋아해
할 수만 있다면 직접 청소할 거다
물론 그건 불가능하지만
그럼요, 엄마는 못 하시죠
이렇게 큰 집에서 혼자 적적하지 않으세요?
아니
요양원에 가시는 게 나아요 거기서 이모를 돌봐줄 거예요
난 여기 생활에 만족해
- 화장실 다녀올게요 - 그래, 다녀와
혼자 사시면 안 돼요 이모가 걱정된다고요
-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 잘 해결하지
빵은 아구스티나가 갖다 주고 네 엄마가 요리를 해
필요한 게 있을 때 가게에 전화하면 배달해 줘
전혀 문제 없어
세상에, 이런 게 다 있네요
이것 봐
네 이름이 적혀 있어
이제 가는 거야?
그래
이제 갈게요
나는 다리 힘이 없어
- 일어나지 마세요 - 어떻게 안 일어나겠어?
다음에는 이모를 반드시 요양원에 모시고 갈 거예요
그래, 다음에 하자
네가 다시 오는 게 중요한 거지
잘 걷지도 못하시네요
- 몸조심하세요 - 그래
조심해서 가렴!
그럴게요 사랑해요, 이모
그래
- 아구스티나한테 갈까? - 그래
어서 들어와!
어떻게 됐어?
- 이모님은 잘 계셔? - 아니
안 좋으시지
기력이 많이 쇠하셨어 어떻게 버티시나 몰라
밖에 나가지 않으셔도 잘 살고 계셔
매일 빵 하나를 다 드셔 빵값은 나한테 맡기시지
정원으로 나가자
상태가 너무 안 좋으시던데
지금이 몇 년인지도 모르셔
엄마가 살아 계신 것처럼 말씀하시고
너희 어머니의 죽음을 못 받아들이셔
살아 있다고 믿으시지
잠깐 앉아서 놀다 가
언니가 이모를 돌봐드리니까 매달 얼마라도 보내고 싶어
돈은 한 푼도 안 받을 거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내가 모시고 싶지만
남편을 내쫓아야 겨우 방이 생길 거야
무슨 수를 내고야 말 거야
아침에 장 보러 갈 때마다 이모님 댁 창문을 두드려
이모님이 대답하실 때까지 계속 기다리지
늘 살펴보고 있어
정말 고마워
다른 누군가도
우리 엄마한테 그렇게 해주기를 빌어
지금 어디 계시든지 말이야
이것 봐
옛날 사람치고는 세련되셨지?
이 마을에서는 유일한 히피셨어
엄마의 플라스틱 장신구를 봐
- 정말 예뻐요 - 고급 장신구야
이걸 피울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
파울라 앞에서 그게 무슨 소리야?
- 아직도 소식이 없어? - 그래
마치 땅이 집어삼킨 것 같아
- 동생 브리히다는? - 내 동생?
마드리드에 살지 쓰레기 프로그램으로 스타가 됐어
전화기 충전 요금 다 썼어요
잘됐다, 한동안은 전화를 못 하겠네
- 내 전화기 써도 돼 - 그랬다간 파산할걸
그럼 안 되겠다
아무튼 브리히다는 워낙 여기저기 출연해서
마드리드 아파트에 계약금을 걸 만큼 벌었어
앨범도 낼 거라더라
- 노래를 즐겨 했으니까 - 라이문다도 그랬지
그때 일 기억해?
너랑 내 동생이랑 둘 다 열세 살이었지
어린이 가수 오디션에 참가했잖아
무슨 소리예요? 저는 처음 들어요
네 외할머니 생각이었어 뭐든 다 해보는 분이셨지
그나저나 언니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는 건
언니 동생 커리어를 생각해서 아닐까?
아니
엄마라면 TV 출연은 기꺼이 하실걸?
엄청 좋아하실 거야
- 한 대씩 줄까? - 아니, 괜찮아
내가 직접 키웠어 잘 자라고 있잖아
아니, 됐어
이만 가야지
그래
어머니 실종 신고는 했어?
아니, 브리히다가 필요 없대
TV에서 어머니 얘기를 자주 했으니까
TV에 나와서 말하는 것보다 경찰 신고를 해야지
모르겠어
어머니가 가출하신 게 처음은 아니지?
이렇게 오랫동안은 처음이야
벌써 3년 반째잖아
희망을 잃지 마
몸도 잘 챙겨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꽃이 정말 예쁘네
그래, 올해는 진딧물이 없었어
그나저나 난 식욕이 영 없어
- 담배 탓이겠지 - 그건 아니야
이게 없었으면 아예 곡기를 끊었을걸
눈이 네 외할아버지를 빼닮았어
담배를 피워야 허기를 느끼고
심신이 안정돼
반가웠어
조심해서 가!
내가 위층에서 화장실 말고 또 뭘 봤는지 알아?
뭘 봤는데?
- 헬스용 자전거 - 소름 끼쳐!
걷지도 못하시는데 왜 자전거를 갖고 계셔?
내 말이 그거야 정신이 오락가락하셔
그런 식으로 이모를 험담하지 마
우리를 기억도 못 하셨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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