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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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붙박이 | 박효정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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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første 132 linjer.

호수는 햇수를 따지거나 인간의 일생과 비교하면

영원히 변치 않을 풍경 같다

하지만 호수는 일시적 지질 상태로

보통 대재앙 이후 형성돼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나이 들고 죽어 간다

또, 호수는 폐쇄계에 가까워서

성립할 수 있는 생태계들을 다양하게 선보임으로써

자연법칙을 비교 고찰할 진정한 기회를 허용한다

이때 연구자는 호수를 하나의 소우주로 본다

그것이 호소학이 지니는 학문적 중요성이다

호소학의 중요성이 급격하게 커진 것은

비교 고찰할 만큼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뚜렷한 소우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물 한 방울이 내 손에 떨어졌다

그 기원은 갠지스강과 나일강이고

바다표범의 수염에 맺힌 환희에 찬 서리이고

두 도시 이스와 티레의 깨진 물동이 속이다

내 집게손가락 위에서

카스피해는 더 이상 내해가 아니고

태평양은 루다바강의 지류가 되어

파리의 하늘을 떠다니던 작은 구름으로 변한다

때는 764년

5월 7일 새벽 3시

소리 내 부를 입이 부족하도록

매 순간 변하는 너의 이름

아, 물이여

온갖 모음을 한꺼번에 발음하며

모든 언어로 너를 명명해야 하리라

침묵을 지키는 것은

호수를 위함이니

그 호수는 아직 이름이 없고

존재하지 않는다

그 호수에 비친 별이

하늘에 존재하지 않듯이

누군가 물에 빠졌다

누군가 죽어 가며 너를 외쳐 불렀다

오래전 그리고 어제

타오르는 불길로부터

집들을 구해냈다

나무, 숲, 마을을 구해냈다

너는 세례식의 성수반 안에도 있었고

매춘부의 욕조에도

관 속에도 입맞춤 속에도 있었다

바위를 깎아 내고

무지개를 먹여 길렀다

피라미드와 라일락의 땀과 이슬에도 있었다

빗방울 속의 너는 그 얼마나 가벼운가

날 만지는 세상의 손길은 그 얼마나 온화한가

그것이 언제였든

어디에서였든

무엇이었든

당시의 일들은

바벨의 물속에 기록돼 있다

도시의 수많은 사연이 호수 밑바닥에 잠겨 있다

어부들이 여러 해에 걸쳐 끌어 올린 나무 조각들은

교회 탑에 쓰였던 목재처럼 보인다

어느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에

수몰된 도시 위로 배를 타고 가면

아직도 종소리가 들릴 것이다

여기 적고 싶은 것은

내 영혼의 심연까지 충만하게 해 준

어느 축복받은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훤칠했고 당당했다

우뚝 솟은 산처럼 늘 고개를 들고 다녔다

남자의 눈은 호수처럼 짙푸른 색이었다

그의 말도 놀라웠다

말이라기보다 관념이었다

사람들을 무척 아꼈다

어떤 이도 편애하지 않았다

죽을 때면 다들 남자의 손을 잡고

안식을 찾고자 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행복입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해요

호수 밑바닥에 마을이 잠겨 있다고 한다

1년에 한 번 교회 종소리가 들린다

남자의 영혼 밑바닥에도 마을이 있을 것이다

이따금 들리는 건 그 종소리이리라

연중 가장 짧은 밤에 모두 호숫가에 모이면

남자는 스스로 호수가 되었다

회복의 장소이자 위안과 치유가 되었다

그렇게 생명이 흘러든다

남자는 기적의 주체가 따로 있다고 했다

기적을 행한 건 이곳의 지형입니다

여느 동식물 못지않아요

남자는 손에서 일을 놓지 않으려 했다

수확기에는 탈곡장에서 늘 타작과 키질을 했다

겨울에는 장작을 패 가난한 집에 줬다

자기 자신과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계속 몸을 썼던 것 같다

아, 호수 물을 포도주로 바꿀 능력이 있다면

사람들이 얼마를 마시든 항상 행복해할 텐데

남자는 고독이 두렵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 홀로 호숫가의 폐허에 갔다

무너진 건물 벽에 오래전 튄 핏자국이

여전히 보인다고들 했다

거기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물처럼 파란 남자의 눈에서

깊은 슬픔이 엿보였다

아편을 나눠 주자

모두 잠들어 꿈꾸게 하자

남자의 목소리에는

울고 싶게 하는 힘이 있었다

호수 위와 산기슭에 남자의 말이 울려 퍼졌다

온 마을이 깊이 전율한다

강한 북풍이 불던 시절

떨리던 호수면처럼 동요했다

자신들의 삶을 꿈꾸게 하자

저 호수도 별들을 꿈꾸지 않는가

남자의 슬픔을 엿보자

단둘만 있기가 불편해졌다

남자는 나의 불편함과 그 이유를 아는 듯했다

한참 만에 남자를 찾아가 조용히 맞절을 했다

남자는 힘겨운 침묵을 깨고

무덤에서 나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믿으십니까?'

믿습니다

'저는 아닙니다'

'무엇을 믿으십니까?'

강물이 이곳에서 호수가 되어

가지로 호수면을 만지는 늙은 너도밤나무들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군요

호숫가를 함께 걸으며 남자는 내게 말했다

'여기 오면 시험에 듭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호수의 유혹과 남자는 늘 싸워야 했다

남자는 광기에 가까운 끔찍한 고백들을 했다

'하늘을 품은 고요함으로'

'이 호수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이곳은 고요함뿐입니다

만물이 다시 생명력을 회복할 때까지 침묵하죠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모두 호수를 보고 왔다

불어온 바람에 호수면이 물결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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