نخستین 183 خط.
"프린스 영수 TV"
전기세 1원도 못 버는 주제에 컴퓨터나 끄고 자든가
뭐야, 방송 중이네?
'48시간 잠방 도전'
'잠방'이 뭐야?
'잠만 자는 방송'?
그걸 왜 봐?
나? 몇 살이냐고?
스물다섯 살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김혜자
올해로 스물다섯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스물다섯의 여자입니다
야, 김혜자!
시대에 맞지 않게 고풍스러운 이름만 빼고 말이죠
큰 소리로 이름 부르지 말랬지? 공공장소에서는, 씨
김혜자, 김혜자, 혜자 김!
닥쳐라, 씨
아, 추워
아, 배고파
엄마는 해물 사러 가서 왜 이렇게 안 와? 낚싯배 타러 갔나?
븅
왜?
야, 그거 먹는 거 아니거든 비닐이거든?
뭐래, 이거 먹는 거야, 대나무잎이야
뭐래, 딱 봐도 비닐이구먼
뭐래, 대나무잎은 본 적도 없는 게
어? 씁, 이거 한국산이 아니네?
중국 향신료 냄새가 좀 나는 게 중국산이네, 산시성, 음
용쓴다, 아주
아, 이래서 판다들이 먹는 거구나?
야, 너, 그, 자일리톨 알지?
자일리톨도 그게 자작나무에서 나오는 거거든
입이 좀 시원해지네, 이게 양치한 기분인데?
븅
뭐, 그게 진짜 대나무잎이라고?
대나무잎이라니까?
너는 25년을 당하고도 김영수 얘 말을 믿냐?
- (혜자) 씨! - (혜자 모) 뱉어, 얼른
아이씨!
- (혜자) 아빠 - (영수) 아, 하마터면 삼킬 뻔했네
저 의심병 환자, 진짜
그래도 우리 딸 장족의 발전이네
옛날에는 오빠 말만 믿고
나프탈렌도 박하사탕인 줄 알고 바로 입에 넣더니만
아, 진짜
내가 그때 3초 만에 뱉었는데도
3일 동안 미각을 잃었어 저 새끼 때문에, 씨
얘, 얘, 오빠한테 새끼가 뭐야, 새끼가?
아나운서 한다는 애가 너 말 가려서 안 할래?
- (혜자) 네 - (식당 주인) 누가 아나운서예요?
아, 아나운서 아니에요
지망생이죠, 아나운서
아직은 아니고요
아, 곧 될 거예요, 예
야, 너 창가에 앉지 말라 그랬잖아 다 기미 돼
햇볕 없는 안쪽으로 앉아, 얼른
어, 그래
아이고, 탤런트나 아나운서나 가수나 그, TV에 얼굴 비추는 직업은
그냥 무조건 온 가족이 다 달라붙어서 도와준다는데
우리야 뭐, 비싼 피부과, 그거 끊어 줄 형편도 안 되는 거 알잖아
아, 왜?
대신 그래도 엄마가 맨날 오이 갈아서 얼굴에 얹어 주고
아빠는 밤마다 거품 휘저어서
계란 흰자로 머리에 팩도 해 주고
내가 이러려고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났지
아이 러브 유, 응?
너 올해까지는 삼재야, 항상 조심해
네
어머니, 나 대학 떨어지고 재수할 때랑 대우가 다르다고 느끼는 건
제 기분 탓이겠죠?
응, 기분 탓이야
아하
아이고, 재수한다는 놈이 그럼 신생아보다 더 자는데
대우가 좋겠니, 너 같으면?
신생아는 꿈과 희망이라도 있지
꿈, 희망, 저도 있습니다
제 꿈은
삼겹살을 먹는 겁니다
내가 너무 큰 꿈을 꿨죠?
네, 지극히 평범한 우리 집안의 모습입니다
엄마, 나 좀 걷다 올게
응
얘, 모자 써라
나에게 이 바닷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다섯 살 때였나?
바로 여기서 이 시계를 주웠기 때문이죠
김혜자, 받아라!
하지 마!
하지 마, 엄마!
하지 마!
하지 마, 엄마!
뭐지?
김혜자, 받아라!
엄마!
김혜자, 받아라!
하지 마!
하지 마!
김혜자, 받아라!
바닷가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그 시계는
다름 아닌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였습니다
왜요? 뭐가 이상한가요?
아, 우리 다들 바닷가 가면
시간 돌리는 시계 하나씩은 줍고 그러잖아요
아무튼 그 놀라운 시계를 손에 넣은 난
마치 신이라도 된 듯 흥분했습니다
어린 나의 인생에도 후회되고 아쉬운 일은 너무도 많았기에
아프잖아!
아침에 5분 더 자기 위해
쪽지 시험을 좀 더 잘 보기 위해
그렇게 특별한 손목시계를 연신 돌려 대던 나는
야, 이 반 짱 누구야?
혜자야
시간을 돌린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했습니다
되돌린 시간만큼 더 빨리 가 버리는 나의 시간
중학생 같은데?
애가 많이 성숙하네?
너무 빨리 자라는 날 보며
애써 걱정을 숨기는 엄마 아빠였지만
한숨만은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결국 난 더 이상 시계의 힘을 빌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또래들보다 성숙했던 외모가 대충 엇비슷해져 갈 때쯤
난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떤 히어로 영화나 만화를 봐도
비범한 능력을 갖고 평범히 사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죠
혹시 이 능력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내게 주어진 게 아닐까?
내가 시계를 주운 게 아니라
시계가 지구상의 수많은 인간들 중 날 선택한 게 아닐까?
전 인류를 위한 히어로가 되라고
먼저 지구를 구하는 과학자는
중학교 때 수포자가 되면서 광속 탈락
그다음으로 인류를 구해 낼
우리의 히어로는
굼벵이에 저질 체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깨달으며
나의 장래에 대한 방황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항상 인생이란 어느 방향으로든 굴러가게 되어 있었고
야, 김혜자, 어디 가냐?
아, 왜!
야, 얘가 걔야
아, 네가 접때 말한 그거, 전화
아, 그 목소리 예쁜 동생?
어디가?
조용히 해라
- (학생) 왜? - 이쁜 척하고 있어
TBC 장은주 아나운서 목소리 닮았는데
나 장은주 아나운서가 이상형인데
그렇습니다
금사빠 김혜자는 그렇게 우발적으로
히어로와 전혀 상관없는 아나운서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자, 가자
큐
학우 여러분께 알립니다
지난번 국문학과 체육 대회 때
돼지 잡기 게임 상품으로 받은 새끼 돼지를 분실했다고 합니다
보신 분들은 국문학과 사무실로 속히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HBS 김혜자는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케이
아, 근데 아나운서가 뭐, 이런 것까지 해야 돼요?
경험 쌓는다고 생각해
'술안주로는 두부와 굴이 좋다'
'수세미 끝을'...
아이씨
아이씨, 진짜 아무 의미 없다
아무 의미 없어
신석기 시대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먹고 자고 살아만 있어도
아무도 백수라고 욕 안 했을 거 아니야
뭐 먹고 살래, 혜자야?
혜자야
혜자야, 김혜자!
김혜자!
아, 왜!
아, 혜자야, 아
아, 잠깐만, 잠깐만 와 봐 아, 진짜, 아...
뭐야, 왜, 무슨 일인데?
'걱정 말고 뛰어라, 이 바보 녀석아'
뭐?
야, 불 좀 켜 갑자기 미세하게 어두워졌네?
야, 지금 손만 뻗으면 닿겠구먼 그게 귀찮아서 날 부르냐?
이거 새 책이란 말이야
손 떼면 책장 넘어가거든 그러면은 흐름 끊기거든?
'바보 같은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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