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prime 200 righe.
- 충성 - 응
아이고, 우리 형님 또 오셨네?
왜 또, 집을 잊어버리신 거요?
- 야, 가방 좀 받아 드려 - 아, 예
- 아, 저 주시면 됩니다, 네 - 아, 긴장 푸시고, 형님
자, 보자, 그러면
내가 누군지는 아시오? 내 이름
- 완전 새끼네 - 응?
안...
안...
병, 병
안 나는데?
누구시오?
아, 진짜, 은근히 섭섭하네
야, 그 강아지 뭐냐, 응?
- 어르신이 주셨답니다 - 어
아빠!
괜찮아?
괜찮은 거지?
봐 봐, 이게 녹음 버튼이니까
이렇게 꾹 눌러서 미리미리 녹음해 놓는 거야
나는 은희랑 짜장면을 먹었다
저녁은 집에 가서 밥을 먹어야겠다
나는 은희랑 짜장면을 먹었다
까먹고 이따 또 짜장면 시켜 먹지 말고
그래서 매일 일기 쓰잖아
아, 어제 일만 기억하면 뭐 해?
오늘 뭘 할지 기억이 안 나는데
녹음하는 거 깜빡하면
아무 소용도 없는 거 뭐 하러?
그러니까 기억하지 말고 습관으로 만들어
습관이 훨씬 더 오래 간다잖아
아, 말 좀 들어!
일하다 말고 경찰서 찾아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 안에 아빠가 좋아하는 '봄비'도 녹음해 놨는데
싫으면 마
자, 이것도, 주소 적은 목걸이
걱정 마라
네가 내 똥 치우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빠!
석 달 전에 나는 치매 판정을 받았다
의사가 말했다
가까운 기억부터 신호등 깜빡이듯
깜빡깜빡 언젠간 모든 기억이 사라질 거라고
혈관성 치매가 확실한데
아하, 이거 아직 어느 단계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이거 해마가 위축된 걸로 봐선
이거 알츠하이머도 같이 진행된 것 같고
혹시 증세가 멈출 수도 있습니까?
진행을 늦출 수는 있지만
막을 수는 없어요
뭐든 기록하고 몸에 지니시고
자...
아이고
교통사고로 뇌 수술을 받으신 적 있으시네
정밀 검사는 받아 보셔야 되겠지만
당시 일어났던 뇌출혈이나
수술 후유증인 것 같습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오늘 새벽 강화시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의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지난달 인근 농수로에서 발견된 여고생 김 양의 사체 발견 이후
강화시에서만 벌써 두 번째 살인 사건입니다
현재 경찰은 이 여성의 사체가
앞서 숨진 김 양의 사체와 유사한 점으로 미뤄
연쇄 살인범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피해자의 사체는
여행 가방에 담겨진 채 갯벌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강화시에 거주하는
스물한 살 여성인 임 모 씨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난달 여고생 김 양의 사체 발견 당시와 동일하게
사체가 비닐에 둘둘 싸여 있었고
목과 양 손목에는
결박흔 등이 발견됐습니다
최초 발견된...
야, 너 금방 깜깜해지는데 어디 가?
말했잖아, 화정이 생일이라고
옆 동네 또 살인 사건 났다잖아
아휴, 걱정하지 마 가스 불이나 조심하시고요
살인이 누구 집 애 이름이야?
그럴 수도 있다
은희야
나도 살인자니까
병수야
야, 아버지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이놈아, 응? 병수야
병수 아빠...
차렷
차렷, 차렷!
병수야!
병수야!
병수야!
병수야...
그래, 병수야
오늘 제대로
맛을 한번 보자
통금!
시체를 버리고 와서 밤새 이불 속에서 떨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무도 나를 잡으러 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집엔 평화가 찾아왔다
세상엔 꼭 필요한 살인이 존재한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그 이후로 나는 살인을 계속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처자식을 개 패듯이 패는 동네 횟집 주인 놈
살인이 아니다
청소라고 하자
세상엔 죽어 마땅한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넘쳐 났고
나는 그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다이아 반지를 삼켰다고 뼈가 부서지도록 개를 패서
죽은 개의 배를 갈라 달라고 가져온
개 주인 여자
집 잃은 아이들을 데려다 노예처럼 부려 먹는
알코올 중독 노숙자 놈
한 가족을 몽땅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채업자 놈
세상에 존재해야 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쓰레기들
내가 청소한 쓰레기들은
대부분 이 대숲에 묻었다
죽이기만 한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나는 훨씬 많은 목숨을 살렸다
사람 목숨이나 동물 목숨이나
다를 게 뭔가
이리 와
밥 안 먹었지? 아빠가 좋아하는 만두 사 왔다, 왕만두
이게 요즘 완전 떠 가지고 줄 안 서면 먹지도 못하는 거야
나 왕만두는 싫어요
아, 진짜...
먹든지 말든지
어...
아이고
오, 뜨거워
완전 맛있지?
나도 먹어야지
으음
치매에 걸렸어도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건 다행이었다
30년 동안 손에 익은 의료 기술을
잊어버릴 일은 없을 테니까
안 아파요
잘했어, 잘했어
아침에 주사한 걸 깜빡했다
미셸은 항암 주사를 세 방이나 맞고 죽었다
아유, 엄마!
아이고, 놔!
- 어, 미셸 - 엄마, 왜 이래
- 엄마, 왜 이래? - 놔!
엄마, 왜 그러는데!
미셸
더 이상 안 되겠다
저녁에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치매약도 먹었다
일곱 시에 문화 센터에서
시 강좌를 들을 것
"비유"
'뼈와 살점들 사이로'
'칼이 들어간다'
'내 가슴에 점점이'
'붉은 피가 튀었다'
치매에 좋다는 이유로 은희가 신청해 준 강좌다
하지만 역겹다
놈의 본질이 뭔지도 모르고
두껍게 분칠한 여자들이 꼬인다
'닥쳐오리라'
예전 같으면 벌써 대숲에 묻어 버렸을 텐데
김병수 씨
진짜 시를 배워 본 적이 없습니까?
그거 뭐, 배워야 되는 겁니까?
아니요, 잘못 배우면 외려 문장을 망칩니다
지금 아주 좋아요
날것의 언어와
'이미지네이션 오브 데스'
죽음의 상상력으로 생의 무상함을 잘 보여 주고 있거든요
예리한 시어로 말이죠
이렇듯 시는 배워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김병수 씨와 같이 시는 이 숙련된 킬러처럼
언어를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살해하는 존재입니다
근데 김병수 씨
진짜 사람 죽여 본 거 아니에요?
아, 예
죄송합니다
유머였습니다
유머라고?
은희 말에 의하면 나는 감정 표현이 없는 사람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 감정이 없는 거다
하지만 유머에는 반응을 한다
타이밍이 문제지만
저, 저, 선생님, 선생님!
아, 너무 웃겨
선생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연주라고 합니다
김병수 선생님 맞으시죠?
어유, 저 오늘 선생님 시 너무 좋았어요
저 진짜 감동 먹었어요
특히 그, 선생님 시어 속의 메타포
주, 죽음
메타포가 뭐요?
어, 선생님, 왜 그러세요, 아시면서
저기, 비유잖아요, 비유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to leav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