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prime 200 righe.
어젯밤 꿈에서 나는 늙었고
또 다른 늙은 여자와 어딘가를 걷고 있었어
우리는 뒷모습만 보였어
이상하게도 나는
나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어
우린 어디론가 걸어갔고
달팽이처럼 미끄러지고 있었지
결국엔 늙은 여자도, 나도
사라져 버렸어
우리는 매우
느린 속도로
누구…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어서요
누군데 누구를…
이쁘게 주무시네요?
제가요?
안 가세요?
저도 약속이 있어서
여기 테이블이 이렇게 많은데…
뵙기로 한 분이 여기 있는데
미영 씨랑
여기서 뵙기로 한 사람입니다
아…
아, 부끄럽네요
망했네
처음 뵙겠습니다
아, 예, 저도…
아이, 죄송해요
저 사람들은 뭐가 저렇게 바쁠까?
그래요?
시간 빨리 가는 것 같아요
나이 먹는 거 무섭지 않아요?
원이 언니하고는 안 닮았다
아무리 남매라지만
아
남매가 아니라
이종사촌지간이에요
어?
아
그렇지, 맞아
원이 언니가 자기 친오빠
소개시켜 줄 정도로 저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나처럼 똘끼 있다고 만나 보라고 그랬는데?
생긴 건 멀쩡해요
미국 유학 갔다 왔다면서요
아, 예, 뭐, 예, 그렇죠
촌스럽게 웃는 것 보니까 미국 물은 덜 먹었나 보다
무슨 책 읽고 있었어요?
음, 이거 별 책 아닙니다, 그냥
소설책이에요
진짜 별 책 아니네
아, 나는 소설책 읽는 사람들이 제일 이해가 안 가더라
어차피 만들어진 이야기인데 왜 믿어?
음, 그래요?
그래도 잘 만든 이야기는
사람이 믿게 되어 있어요
가짜인 걸 아는데 뭘 믿어
뭐…
제가 지어낸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들어 보실래요?
해 보세요, 그럼
음, 예
방금 생각이 막 났어요
제가 유학 갔던 학교 근처에
오래된 5성급 호텔이 있었는데요
엄청 크고, 좋은
제가 학교 교수님 따라서
그 호텔 안을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냄새가 잊히지가 않아요
백합 냄새가
꽉 차 있었어요
그래서
어…
'좋은 호텔은 냄새가 좋구나' 생각을 했었어요
오래된 호텔만큼
거기서 오래 일한 벨보이도 있었어요
할아버지뻘 됐는데
수십 년을 일한 벨보이예요
그리고 어느 날
그 호텔을 제집처럼 드나들려고 하는
노숙자도 있었어요
그 사람도 나이 먹은 노인이었는데요
그 노숙자는…
막무가내로
그 호텔 스위트룸에서 묵겠다고 막 고집을 피웠어요
또라이네?
아니, 뭐
이상한 분인데
근데 그럴 만한 게
그 노숙자가 옛날에는 집처럼 드나드는 곳이었거든요
그 호텔 스위트룸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부자였던 적이 있었대요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십몇 년이 흘러서 돈 한 푼 없고
정신이 오락가락한 사람으로 다시 나타난 거예요, 그 사람이
그 십여 년 동안 호텔에서 바뀌지 않은 사람은
그 벨보이 하나라서
그 사람만 그 노인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고요
그래서 벨보이는
노인에게 정중하게
옛날에 손님처럼 아주 정중하게 예의를 다 했어요
그 노인이 나타나서
횡설수설하면서 자기 방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벨보이는
모자를 벗어서 예의를 다하고
그 노인의 더럽고 무거운 짐을 들어 주고
호텔 문을 열어 주고
그리고 같이
스위트룸이 있는 가장 높은 층까지 올라갔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노인은
스위트룸이 있는 복도에 서서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벨보이와 같이
다시 호텔 로비로 내려왔어요
쩝, 그리고
자신의 더러운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그 안에서
동전을 꺼내 줬어요
백 원짜리 두 개
응?
미국이라면서 어떻게 백 원짜리야
제가 방금 지어낸 이야기니까요
또라이네
지루해
전혀 재미없다, 역시
아, 재미없는 얘기 하니까
졸리잖아요
근데 그쪽
제 애인 닮았어요
아, 그래요?
네
내 남자 친구도 여기서 만났었는데?
콧날이 내 애인하고 닮았네
그래요?
네
원이 언니가
자기 이종사촌을
여기서 소개시켜 줘 가지고
만나고…
두 달 만에 결혼했어요
그러셨구나
좋은 사람이었는데
죽었네요
담배를 너무 좋아해서
창석아
응
아휴, 이제야 알아보시는 거야?
넌 담배 피우지 마
너희 아버지처럼 빨리 죽어
엄마나 나나
건강해야지
아비 닮아서 능글맞기는
하기야
사람이 늙으면
별수 없어
죽거나
고장 나는 거지
오래 앉아 있었다, 그만 가자
여긴…
별로 바뀐 게 없다?
다행이야
꿈을 꿨어
꿈속에서
네 아빠를 만났단다
예전에 서울에 살 때는
걷잡을 수 없이 속도가 빠른 도시라고 생각했어
많이 변했을 거라 두려운 마음도 들고
7년 전의 시간이
어제가 오늘처럼
붙어 버린 것 같기도 했어
잠시 사이 같았는데
그 사이 사람들만 나이를 먹었어
돌아와서는 어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하는 중이야
매일 같이 작은 산책을 했어
어머니는 내일 천안에 있는 요양원으로 내려가셔
당분간 얼굴 뵐 일이 없을 것 같아
어머니를 형 집에 모셔다드리고
오늘은 혼자 산책을 좀 했어
너랑 같이 자주 걷던 길을 걸었어
봄이 참 좋았던 길인데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모습이었어
선배!
유진 씨
오랜만이에요
저 많이 변했죠?
신기하게 그대로인데요, 뭐 무슨 그런 소리를 하세요
좋은 말만 하는 건 여전하셔
차 한잔 드셔야죠
아, 그게 제가 조금 먼저 와서
커피는 한 잔 먹었고요
공간이 좋아서 둘러보고 있었어요
벌써 드셨어요?
늦잠을 잤더니 잠이 좀 덜 깨서…
뭐 한 잔 마시기는 했는데
아, 또 해도 돼요 우리 같이 차 한잔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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