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200줄입니다.
후…
하… 씨
아우, 씨
하…
뭘 또 벌써부터 써 대?
내일모레 개봉인 감독이
들어 봐
국민 스트레스 관리반이라고 있어
공무원인데
국민을 열받게 하는 인간을 처리하는 거야
킬, 죽여
재미있네
막무가내로 죽이는 건 아니고 그, 어떤 정교한 시스템이 있어
이 시스템이 알아낸 게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죽는 사람들보다
꼴 보기 싫은 인간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죽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거야
그 인간이 입만 열면 전 국민이 빡쳐
생긴 거, 말하는 거, 웃는 거 다 빡쳐
있지, 그런 인간
그 인간 때문에 혈압 올라 죽는 사람
심장 마비로 죽는 사람
국가적,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
그래서 그런 인간은 처리하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된 거야
시스템이 주시를 하고 있다가
딱 그 임계점에 다다른 인간이 나타나면…
윙, 윙, 윙
사이렌이 울려
그리고 처리해야 되는 이름이 떠
그럼 바로 출동해서 24시간 이내에 죽여야 돼
어디에 있든
찾아내서
총으로, 빵!
하…
공식 발표도 해
서울에 사는 황 모 씨는 어제 새벽 01시에
국민 스트레스 관리반에 의해 처리되었습니다
국민 반발도 없어
벌써 몇몇 정치인이 그렇게 갔어 그래서 다들 바짝 긴장을 해
내 말투, 표정
어디에 국민이 열받나 분석하고 공부해
과외도 받아
열받지 않게 말하는 법 호감 상 되는 법
재미있네
액션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뭐, 딜레마 여지도 보이고
딜레마 같은 거 없어 나는 바로 죽여
아이, 그래도 영화인데 딜레마는 있어야지
너무 황동만한테 빙의하지는 말고
아휴
황동만 때문에 밤새 열받아 잠 못 자다가
여기까지 갔다
이 새끼를 어떻게 해야 되냐
어떻게 보면 황동만은
뮤즈야
어, 열받게 하는 뮤즈
아니, 그러니까 우리 나이 되면은, 어?
그, 좋은 것도 없고 싫은 것도 없고
그래서 쓸 것도 더 없고
감정 에너지가 훅 떨어지는데
애새끼가 흙탕물처럼 사람 기분을 확 잡쳐 놓으니까
없던 글도 튀어나오게 하네? 이야
이거는 뭐 고마워해야 되는 건지…
야, 아름다운 영감을 줘야지 인간이!
기분 잡치는 거 말고
왜, 무슨 일 있었는데, 또?
들으나 마나 예상을 안 벗어날 건데
안 벗어나
말하면
으음
말하는 내가 너무 짜쳐서 짜증 날 건데
그럼에도 말하고 싶다
다 같이 최 감독 김치찌갯집에 갔는데
안녕하세요
자기는 김치찌개 싫대
김치찌개 개업식에 가서 김치찌개가 싫대
자기는 매운 거 싫다나
아, 나 매운 거 싫은데
맨날 아무거나 게걸스럽게 처먹던 놈이
아기 입맛인 척하는데, 같잖아서
메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지
안 맵게 해 달라고 하면 되잖아
- 여기 김치찌개 하나는 안 맵게요 - 네
그놈이 먹고 싶어 하는 걸 먹게 두고 싶지 않았어
내가 이런 게 짜증이 나는 거야
그 새끼를 상대하다 보면 나까지 짜쳐져, 씨
그 뒤로 골난 티 팍팍 내면서 처먹는데
음
사장님 여기 콩나물 좀 더 주세요
콩나물 안 맵다
하…
이 나이에 먹는 걸로 이렇게까지 불편하게 할 일인가
정말 환멸이라는 게 올라오는데
아, 형 그거를 10년을 준비했다는 거야
2차 가서는 자기 먹고 싶은 거 잔뜩 시켜 놓고
숨도 안 쉬고 떠들어 대는데
나!
재미있는 얘기로 사람들 웃겨 주고 싶은 욕망
어마어마한 남자야
어디를 가든 웃긴 얘기 몇 개 챙겨 가
설레, 사람들 웃길 생각 하면
그런데 놈만 있으면, 하…
웃기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그놈이랑 있는 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견디는 시간이야
나 진짜 이해할 수가 없어, 어?
야
박 선배가 개봉 앞두고 얼굴이 왜 그러냐는데
뭐 구구절절 설명을 해?
저 새끼 때문에 기분 잡쳤다고?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그냥, 하
이번에 잘 안될 것 같다고
망할 것 같다고 했어
그랬더니
저 끝에 있던 새끼가
그 얘기는 또 어떻게 듣고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확 돌더니
형!
그러다 나처럼 된다
어떻게? 왜?
다섯 편째 개봉하는 내가 어떻게 데뷔도 못 하고
쓰레기처럼 늙고 있는 자기처럼 되는데?
황동만 레퍼토리잖아
'형, 그러다 나처럼 된다'
자기 비하인 척하면서
다들 자기랑 다를 거 없다고 우기고 싶어 하는 거
달라! 무지 달라
자기 맨날 남 욕하고 있을 때
나 온갖 모욕 견뎌 가며 머리 터지게 해서 여기까지 왔어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했게?
내, 보여 주리
너랑은 다른 인간이라는 걸 보여 주리!
근데 어딜 묻어가려 그래?
얻다가 동급인 척 비비고 들어와?
아, 망할 거 같다는 건 그냥 하는 소리잖아, 근데
그러다 나처럼 된다
그냥 신나
너무 신나
동만이
지능 검사 한번 받아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싶어
이, 인간이 너무 안 풀리면 지능까지 떨어지는 건가
갈수록 눈치도 없고 제어도 안 되고
원래 머리 나빴어, 그 새끼
머리가 나쁘니까 사람 대차게 열받게도 못 하고
맨날 이렇게 껄쩍지근하게 열받게 하지
머리 좋은 진짜 악랄한 인간이었어 봐
대차게 들러붙어 싸우고 깔끔하게 의절하는
카타르시스라도 있지
이건, 뭐…
평생을 껄쩍지근하게
이십 년간 내리 껄쩍지근, 씨
아, 이런 인간은 국가가 처리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총으로, 빵
보통 이 가짜 미끼가
땅땅땅땅 띄우고 나서
떨어질 때 보통 무늬오징어들이 입질을 많이 하거든요?
입질을 하면은…
예, 그래서 낮에는…
야이씨, 308호!
308호!
너 오늘까지 관리비 안 넣으면 알아서 해!
- 문 따고 들어가서 - 지갑
짐 다 확 빼 버릴 거니까!
알아들었냐!
아, 어떻게 수강생이 갈수록 줄어
야, 난방비도 안 나오겠다
광고 좀 해요, 좀
플래카드에 당선자 명단 쭉 박아서 거는 게 광고지
당선자가 한 명도 없는데 어떻게 광고를 해?
그, 잘난 감독 친구들 좀 데리고 와서, 어?
그, 특강도 좀 하고 좀 어, 그래 봐
맨날, 씨 말로만 친하다고 하지 말고
쪽팔리게 이런 데를 어떻게 데리고 와
이런 데?
부자 아니지?
본 적도 없지?
그런데 왜 부자를 그려?
상상으로 쓴 거는 티가 난다고
디테일이 훅 떨어져서 거짓부렁인 거 대번에 티 나
결정적으로 부자들 삶은 지켜보는 맛이 없어
온실 속 화초를 왜 봐?
모가지를 꺾었는데도 안 죽네
토치로 지졌는데도 안 죽네
끈질긴 생명력, 이게 영화인 거야
부잣집 애들은 사고 터지면 당황 안 해
바로 전화해
'아빵'
처리해 주는 어른이 있어
그런 케어를 받지 못하고 큰 애들은
사고 터지면 철렁해
어떻게든 혼자 수습해야 돼
이게 영화인 거야
어떻게든 혼자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인간
그런 인간을 누가 그리니?
자
가난은 우리 온몸 세포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져 있어서
누구한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야
가난에서 탄생한 근성은
아주 예민하게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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