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73줄입니다.
나 니 여친한테 따귀 맞았어
- - 내가 당신한테 꼬리를 쳤대
손잡고 껴안고 키스를 했대, 우리가
내가 왜 걔한테 따귀를 맞아야 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길래!
흔들렸다고
미쳤나 봐
그거 진짜 흔들린 거 아니잖아
제대로 설명을 했어야지
주술 때문이라고 얘길 하든가
뉴럴 커플링 얘길 하든가
아이, 나한텐 그런 핑계 잘만 늘어놓으면서
나연이한텐 왜 그런 말을 안 한 거야?
사실이니까
당신한테 흔들린 거
지금도
나쁜 새끼
나한테 바라는 게 뭔데?
솔직해지는 거?
그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몰라서 묻는 거야?
설마
나연이랑 헤어졌어요?
너 지금 나 갖고 장난치니?
- - 아…
진짜 대책 없는 나쁜 새끼네
그러는 그쪽은
- 내가 뭐? - 솔직히 날 보면서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다고 얘기할 수 있어?
아니
난 그런 적 없어
그러니까 당신도 나한테 흔들리지 마
하나도 달갑지 않으니까
바래다줄게
내가 이 상황에서 니 차를 얻어 타면
제정신 아닌 거야
남의 사진을 찍어서 유포하는 건 범죄야
오빠
난 지금 변호사 장신유한테 묻고 있는 게 아니라
남자 친구 장신유한테 묻고 있는 거야
왜 아무 말이 없어?
변명이 됐든 뭐가 됐든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변명할 게 없어
무슨 뜻이야?
흔들렸어
나도 몰랐어
내가 흔들렸는지
한 번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오래 연애하다 보면
당분간 시청엔 못 가겠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연락해
나 아무것도 묻지 않을 거야
그냥 다 정리하고 와
그게 무슨 감정이었든
거기서 눈을 왜 감아
왜!
따귀를 날려도 모자랄 판에, 씨
- -
- -
너 바보야?
그걸 맞고도 가만있게?
절대 이대로 못 넘어가
뭐라는 거야, 씨
- -
너 땜에 열받아서 밤새 잠을 못 잤어
때린 놈은 발 뻗고 잔다던데 왜 그랬어?
맞은 너는 잘 잤나 봐?
그럴 리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데 참는 거야
너한텐 이 물도 아까워서
이런 짓 하려고 이 새벽부터 부른 거야?
그렇게 노려볼 필요 없어
장신유 씨하고 나
무슨 일 있었는지 얘기해 주려고 부른 거니까
니가 그렇게 목매는 그 오빠가
제대로 말을 다 안 한 거 같아서
잠깐 옥상에서 봐
길고양이 급식소 문제로 자문받을 게 있었어요
그보다 먼저 할 얘기가 있지 않나?
난 할 얘기 없어요
출근길에 나연이 만나서 다 얘기했거든요
뭘?
우리가 왜 그러고 다녔는지
장신유 씨가 주술 때문이었다고 다 털어놨으면
내가 오해받을 일도 없었을 텐데
사귀는 사이에 왜 그런 걸 비밀로 해요?
아아, 쪽팔려서 차마 얘기할 수가 없었나?
사실대로 얘기한 거야?
네
사실대로 다 얘기했지만
걱정 말아요
어젯밤 일은 말 안 했으니까
어젯밤 일은 왜 얘기하지 않았는데?
별일 아니었으니까
키스가 별일이 아니었다고?
그거 되게 신경 쓰이나 본데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에요
싹 다 잊어버리기로 했어요
살면서 누구나 그 정도 실수는
할 수 있는 거니까
다행이야
이홍조 씨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해서
난 또 당신이 그 일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까 봐
엄청 신경이 쓰였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난 아무런 의미도 안 갖다 붙였으니까
빨리 자료 봐 주세요
저 지금 외근 나가야 돼서 바빠요
공원에 누가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어요
급식소가 무단인 건 알지만
전 웬만하면 그냥 두고 싶어요
그게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해 주세요
알겠어
답변은 되도록 빨리해 주시고요
앞으로는 휴대폰 말고 반드시
사내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로 연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최대한 빨리 검토해서
반드시 사내 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됐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의미 부여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의미를 부여하면 달라지죠
많은 것들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니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잖아요
자, 이름을 불러 볼게요
이홍조 씨?
왜 꽃이 되지 않는 거지?
아…
벌써 꽃이어서?
보좌관님, 하나도 안 웃겨요
난 되게 웃긴데
뭐 하는 겁니까?
이홍조 씨 바쁘다 그러지 않았어요?
바빠요,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요
보좌관님 덕분에 엄청 기분 좋아졌어요
- - 이만 가 볼게요
네, 수고해요
아이,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이고 내가 지금
한산도 대첩에 참전하는 이순신 장군의 심정이랄까?
이, 어떤 작전으로 소개팅에 임해야 되는지
아이디어를 좀 내 봐 봐
아휴, 소개팅 한번 하시면서 오버하시기는
'내마소'일 수 있어
내 생애 마지막 소개팅
그래서 말인데
제가 제 인맥을 총동원해서 알아봤는데
그분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래요
그게 뭐…
가금류랑 육류는 안 먹는 채식주의자요
- 가금류면 닭이잖아 - 응
벌써부터 안 맞는데?
- - 팀장님, 정신 차리세요
그러다 평생 모태 솔로로 남는 수가 있어요
그러다가 평생 치킨을 잃는 건 괜찮고?
아, 그건 소개팅 성공하고 나서 고민해도 되잖아요
일단
1차 저녁 메뉴는 해산물 파스타로 하시고요
2차는 가볍게 와인 한잔?
그러면 3차는…
3차는…
3차는 부용재 축제 어때?
노래방을 가야지 뭔 소리…
노래방만 갔다 하면 질질 짜는데
과연 세무과 차승연 씨가 좋아할까?
혹시 압니까?
감성이 풍부하다고 좋아할 수도 있지
우리 팀 팀장은 이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
축제가 코앞인데 어디서 소개팅 회의를 하고 있어?
축제 회의 아까 다 끝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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