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85줄입니다.
- 내가 정리가 안 됐어 -
- 뭐? - 사랑한대
내가
이홍조 씨를
너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다 들었으면서 왜 또 물어요?
결혼할 여자 두고 딴 여자한테 그딴 소리 지껄이면서
뭐가 이렇게 당당해?
내가 여러 가지 면으로 조금 당당한 편이라
그만해요
지금 이 상황 내일 시장님께 얘기해도 괜찮겠어?
사적인 일을 공적인 영역까지 확대시키진 말죠
그건 보고를 하지 말라는 거고
그건 그만큼
니 마음에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잖아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돼요?
선배가 이홍조 씨 보호자라도 되나?
왜 자꾸 남의 일에 참견이지?
자꾸 집 앞에 찾아와서 신경 거슬리게 만들잖아!
시장님 딸이랑 사귀면서
그 시청에 다니는 공무원한테 수작 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둘 다 그만 좀 하라고요!
제가 다 설명할게요
장신유 씨가 왜 이러는지
말하지 마
미쳤다는 소리 듣기 싫으면
아니?
난 해야겠어요
두 사람 제정신이야?
이런 반응 나올 거 뻔한데 설명을 왜 해?
그러니까
얘가 이홍조 씨를 좋아하는 게
애정수를 먹었기 때문이다?
네
그걸 풀어 보려고 주술을 또 했는데
그것도 잘못됐다?
네
두 사람
현실과 판타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나이 아니야?
뭐, 타임 슬립이나 평행 우주 같은 거면
과학적 논리라도 있지
주술을 믿는다고?
내가 수차례 이홍조 씨 집을 찾아온 게
바로 그 증거예요
지금도 그래
난 지금 이홍조 씨가 내 옆에 앉아 있어서
- - 되게 좋아
봐요, 장신유 씨 상태
이상해 보이기는 해요
확실히 이상해 보이기는 하는데…
주술서를 쓴 앵초라는 무녀는 실존 인물이었고
그 무녀를 죽인 게 우리 집안 직계 조상이에요
무과에 장원 급제 했고
내금위장까지 지낸 인물
심지어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해
우리 집안이 이런 집안이야
그게 주술을 믿는 근거가 돼?
이홍조 씨도 이런 말에 설득당한 거예요?
- - 장 희빈도 짚으로 만든 인형으로
인현 왕후 저주하고 그랬는데
무슨 효과가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왜 일제 강점기 때도
민족정기 끊겠다고 막 여기저기 쇠 말뚝 박고 그랬잖아요
홍조 씨까지 이럴 거예요?
됐어
굳이 우릴 믿지 않는 사람한테까지 설득할 이유는 없잖아?
'우리'?
그래, 우리
주술을 믿는 편
주술을 안 믿는 편
아이, 씨
그래 그렇다면 어디 한번 해 봐
주술이 효과가 있는지 지금 당장 검증을 해 보면 되겠네
주술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에요
필요조건도 있고 준비물도 구하기 되게 힘들어
게다가 몸도 마음도 정갈해야 하는데
우리 이홍조 씨는 지금 매우 피곤하기 때문에
할게요
아, 진작 해 볼걸
그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장신유 씨가 하도
오두방정을 떨면서 따라다니는 바람에
난 추위에 떨어 본 적은 있어도
평생 오두방정 같은 건 떨어 본 적 없어
만약 내가 그렇게 보였다면
그게 바로 주술 때문인 거야
긴말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지금 당장 주술 하나를 해 보고
그 결과를 확인한 다음에
주술이 결과가 없다는 게 증명이 되면
이 관계는 싹 다 정리하는 걸로 해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이 되면 어떻게 할 건데요?
그건 해 봐야 알겠지?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두 분 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아니 난 여기서 기다릴 거야
모든 실험은 동일한 조건에서 이뤄져야지
집이 먼 내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잖아
그렇게 해, 그럼 난 안에서 기다릴게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주술 끝나면 전화 줘요
그럴게요
- -
'필득자술'
'아이를 낳기 위한 주술'…
남자가 없어, 패스
- - '재수득술'
'부자 되는 주술'?
'조선에서 제일가는 부호와 악수를 하여'
'그 기운을 받아라'
이 시간에 누구 만나기는 힘들어, 패스
'백옥 미인술'
'미인이 되기 위한 주술'
나쁘지 않아, 일단 킵
'원남 유혹술'
'진정 원하는 남자를 가지는 주술'
오호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주술은 많지 않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아마
원남 유혹술이겠지
나 대신 권재경을 갖고 싶을 테니까
- -
- -
권재경 씨?
- - 권재경 씨…
예
- -
밖에서 기다린다며
많이 추웠나 봐?
추워서 들어온 거 아니에요
확인할 게 있어서 들어온 거지
설마 이 계단 2층으로 연결된 계단 아니죠?
어, 2층 침실이랑 바로 통하던데?
의외로 잘 속는 타입이네?
안녕하세요
기사님, 저기 큰길로 가 주시면 제가 다시 설명드릴게요
딴 데로 이사를 가요
주택이라 외풍이 심할 텐데
추위도 많이 탄다면서
난방이 잘돼
그래도 불편하지 않겠어요?
이홍조 씨랑 한집에 사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상관없어, 적어도 난…
싱글이잖아?
이홍조 씨 입장은 생각 안 합니까?
그러는 넌?
결혼할 여자도 있는 남자가 여기 들락거리는 거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 쓸 필요 없잖아요?
선배는 단지 1층에 사는 사람인데
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
내가 좋다는 사람이잖아
좋다는 마음 이미 거절했잖아요
그렇다면 관심도 끊어야죠
후회하는 중이야 그 마음을 거절했던 나를
게다가 애정 성사술인지 뭔지
너한테 쓰려고 했던 것도 아니잖아
솔직히 말해 봐
넌 먼저 이홍조 씨한테 끌렸던 거고
주술은 핑계인 거 아니야?
아닌데?
그 웃음 뭡니까?
약속 하나 할래?
좀 있다 주술이 없다는 게 증명되면
그땐 니 무모한 장난 그만둔다고?
좋아요, 약속
하지만
주술이 있다는 게 증명이 되면
그땐 선배가 참견을 그만둬요
- - 뭐가 그렇게 초조해?
초조한 거 아니에요
새로 산 시계라 자꾸 보고 싶은 거예요
일주일 전에도 그 시계 봤는데?
무슨 주술을 할지 결과가 어떻게 될지
- - 그게 걱정되는 거야?
장신유
너 로스쿨 출신이야
과학자도 별똥별 보면서 소원 빌 수 있고
에디슨도 손 없는 날 이사할 수 있어요
민속 신앙이란 건 그런 거예요
자기도 모르는 새 자연스럽게 다들 믿고 있는 거
그래, 뭐, 그렇다 쳐
근데 넌 왜 하필 이홍조 씨랑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엮이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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