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80줄입니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미쳤나 봐 어디 입술을 들이밀어?
아니야
그랬으면 내가 무사히 집에 왔을 리가 없잖아
그럼 혹시…
이러면 안 될 거 같아
응?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내가 갖고 싶은 남자일 수도 있지
하지만 돌아가 줘
역시
굉장한 자제력이야, 장신유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정신 차려, 장신유
그, 좋은 아침이야
왜 여기 계세요?
어…
내가 기다렸어, 이홍조 씨를
왜요?
어젯밤에 나 집까지 데려다준 거 당신 맞잖아
네
침실로 나 끌고 가서 무슨 짓 한 거야?
옷이 다 벗겨져 있던데?
- 내가 벗긴 건 아니에요 -
그럼 내가 벗었다는 거야?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나 봐요?
아니? 기억나
기억이 나니까 항의하는 거잖아, 지금
무슨 일이 발생했건 간에
우리 두 사람 모두의 잘못인 거야
어젯밤 무슨 일이요?
알잖아, 그거
그거 뭐요?
그니까 그거
- - 치
솔직히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입을 맞춘 것 같기는 한데
아아, 그 얘기였구나?
못하던데
뭘 못해?
축하해요
필름 끊기고 싶다더니 소원 성취 했네요
근데 앞으로는 술 그렇게 먹지 마요
술 마시면 안 되는 체질 같으니까
말씀하셨던 도로과 출장 보고서
5년 치 자료입니다
남자가 필름이 끊겼을 때
주로 무슨 행동을 할까요?
아주 단정하고
몹시 자제력이 강하고
지나치게 깔끔한 남자도
술기운에 사고를 칠 수 있을까요?
- 사고 치셨어요? - 내 얘기 아니거든요!
발끈하면 자기 얘기 맞는 겁니다
눈을 떴을 때
올누드 상태였습니까?
그건 아니에요
그럼 단언컨대
아무 일도 없었을 겁니다
블랙아웃이 될 만큼 취한 와중에
굳이 속옷을 다시 입고 잔다?
아이, 쉽지 않죠
정신 차려, 장신유
네, 민원은 확인했고요
검토해 봤는데
야생 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너구리 포획은 불가능하다고…
저희도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더욱더 쾌적하고 안전한
수변 산책로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왜? 또 욕하고 끊었어?
네, 그, 당장 와서 너구리 잡으라고요
괜찮다, 응
그, 뭐, 밥 먹을까?
- 네 - 그래, 밥 먹자
16시간 공복 했더니 죽겠다, 아주
공 팀장
뭐 먹을래?
저는 이홍조 주무관하고 둘이 밥 먹겠습니다
밥 먹고 너구리 잡으러 가야지
야생생물법 제19조 제4항 제1호에
예외적으로 포획 가능 규정이 있긴 해
아, 제가 실수했네요
법률 조항을 좀 더 꼼꼼하게 봤어야 됐는데
거, 일단 포획할지 말지는 너구리 얼굴을 보고 결정을 하자고
너구리 불어 터지는 소리 하고 있네, 관상 봐?
얼굴을 보게?
홍조 씨
짐 챙겨, 빨리 가게
점심 뭐 먹을까?
네, 온주시청 녹지과입니다
무슨 일인데?
- - 갑자기 만나자 그래서 놀랐지?
응
나한테 꼭 해야 할 말이라는 게 뭔데?
입이 잘 안 떨어지네
나도 오빠한테 얘기 듣고 많이 놀랐어서
그, 혹시…
무슨 얘길 들었는데?
며칠 전에 우연히 민호 오빠 만나서 알게 됐어
너 자퇴하고 난 뒤에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거
그 얘기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 -
난 아무것도 모르고
니가 잘 살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어
용서 같은 거 바라는 거 아니야
이제 와서 이러는 거 너한테 아무 의미 없는 거 알아
그래도 내 마음은 전하고 싶었어
내 원망 많이 했지?
널 원망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 아빠가 돌아가신 건 니 잘못은 아니잖아
고마워, 그렇게 말해 줘서
오빠
뭐 해? 빨리 와
여기 앉아
울었어?
얘가 나 울렸어
니가 나 감동시켰잖아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 맞아?
누구랑 같이 있단 얘기 안 했잖아
셋이 한번 만나고 싶었어
정식으로 소개시켜 주려고
왜, 전에도 마주친 적 있었잖아
그때 오해가 있어서 분위기 싸했는데
방금 우리 화해했다?
이쪽은 내 고등학교 때 절친
그리고 이쪽은 나랑 결혼할 사람
인사해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근데 오빠 얼굴은 왜 그래?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그…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
두 분 편하게 얘기 나누세요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
홍조야
하, 왜 저러지?
바람피우다 딱 걸린 거 같은 이 더러운 기분은 뭐지?
어휴, 찜찜해
근데 너
지난번에 시청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바빠서 못 만난다 그러지 않았어?
응
바빠서 만나진 못할 거 같고
스치기만 할 거 같아
공사 맡은 시청이
온주시청이거든
지난번엔 왜 얘기 안 했어?
짠 하고 나타나서 놀래켜 주려고
근데 미리 얘기해야겠더라
시장 딸인 것도 그렇고
오빠랑 사귀는 것도 그렇고
아빠 찬스네, 지인 찬스네
뒷말 나올 거 뻔하잖아
점심이 그거예요?
아, 밥때를 놓쳐서요
그럼 같이 먹죠
네?
신유랑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새벽이 다 돼서 들어왔던데
자다 깨셨어요?
아, 문소리 날까 봐 살살 들어갔는데
잠이 안 왔어요, 신경 쓰여서
두 사람 어쩌다가 그런 사이가 됐어요?
저희 아무 사이도 아닌데요?
남자는 어지간해서
술 먹고 여자 집 앞에 찾아가거나 그러지 않아요
굉장히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면
아, 그 장신유 씨는 제가 좋아서 온 게 아니라
항의하러 온 거예요
제가 약간의 문제를 좀 일으켰거든요
아니, 제 생각에는 그쪽 잘못이 훨씬 큰 거 같은데
자꾸 우기니까
아무튼 이 모든 문제는
보름날이면 싹 다 해결될 거예요
보름날 보름달 보면서 소원 빌면 해결되는 일이에요?
그럴 거면 삼각김밥 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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