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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혼 깊숙한 곳엔 빛도 들지 않는 외진 곳들이 있어
올드 맨
그곳에 묻힌 진실들은 점점 어둠에 적응해 버려서
세상 밖으로 나올 생각도 못 하고 그저 혼자 있고 싶어 해
한 여자가 아들과 함께 해변을 걷고 있는데
커다란 파도가 두 사람을 덮쳤고
파도가 걷히고 밑을 내려다보니 아들이 안 보였어요
여자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보며 말했죠
'하늘이시여, 이렇게 빌게요'
'아들 없인 못 살아요 제 전부예요'
'누구든 제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아들을 산 채로 돌려보내 주세요'
그러고 수평선 너머 하늘을 보니 앨버트로스가 보였어요
그 새는 구름 사이 빛줄기를 따라 수면으로 내려와
물속으로 들어갔고
등에 소년을 태우고 물 위로 올라왔죠
해변으로 날아와서
엄마의 발치에 아이를 살포시 내려놨어요
여자는 아이를 살펴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했죠
'모자가 없어졌네요'
죽은 애로 농담하기엔 이르잖아 그게 웃겨?
- 배꼽 빠지게 웃기진 않죠 - 그럼 뭔데?
객실 문 닫히고 한마디도 안 했잖아요
목적지도 모르고
도착 시간도 모르고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문 열릴 때에 대비해서 마음의 준비라도 해 보자고요
개그맨이 활주로에서 기다리다 자네 농담을 들었으면
오프닝 공연을 맡기겠어
제가 뭐 같으세요?
뭐라고?
부부장님한테 전 어떤 존재냐고요
다 터놓고 얘기하자는 거지?
그거야 자네한테 달렸지
솔직히 어제까진 자넬 가족처럼 여겼어
근데 지금은요?
내가 말할까? 직접 말할래?
반갑다, 에밀리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 무슨 지경요? - 알면서 물어?
이런 일이 안 생기게 하려고
안전장치를 몇 개나 마련해 놨는데
- 무슨 일요? - 정말 몰라?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아버지가 물으시더군요
그땐 2002년이었는데 전 조국을 지키고 싶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절 도와줄 사람을 소개해 주시더군요
CIA에서 아버지를 끌어주던 사람이 있는데
인맥이 많다고 했어요
그렇게 전 요원이 됐고 자세한 건 캐묻지 않았죠
우리 불문율이잖아요
이미 결정은 났으니까 머리 박고 일만 했어요
일만 했다?
그런 변명이 통할 거 같아, 앤절라?
젠장, 이름까지 헷갈리네
5분 전의 저랑 지금의 제가 다른가요?
넌 처음부터 다른 사람인 척 연기했어
처음 만난 그날부터 날 속였잖아
처음 만난 그날부터 전 부부장님께 충성했어요
제 모든 걸 바쳤죠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려고 이 악물고 버텼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전 똑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려 애쓰고 있죠
모자 잃어버린 건 죄송해요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운 거 같군
하지만 현실을 봐
넌 셀 수 없이 많은 범죄를 저질렀어
FBI 보안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지
이런 사고는 근래 본 적이 없어
내 뒤통수 쳐 놓고 나만 나쁜 놈 만들려고?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이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는 동안은
에밀리와 앤절라 둘 다 너라고 둘러댈 수 있겠지만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둘 중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해야 할 거야
난 그런 널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겠지
우리 가슴속엔 아무도 살기 힘든 황량한 공간들이 있어
소리조차 닿지 않는 곳이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비밀들이 묻혀 있는 곳이야
거기 묻힌 비밀을 양분 삼아 당신과 나의 인연이 싹을 틔웠어
당신이 날 불러낼 때마다 과거의 연이 내 발목을 잡아
조이를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싹트는 거 같아?
새 여자 아냐
그래
조이한텐 아직 선택지가 있어
마샤의 로그인 암호예요
잔고 확인해 봐요
나누기는 할 줄 알죠?
이해가 안 돼요
뭐가 안 돼요?
돈 주기 싫다더니
갑자기 이러는 게 이해 안 돼요
제게 돈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에요
제 딸이 위험에 빠졌어요
여기 오기 직전에 알게 됐죠
오는 내내 걱정했어요
나쁜 일이 생기진 않을까 딸이 다치진 않을까
딸부터 구해야 해요 당신이랑 싸울 시간 없어요
이번에 떠나면 다신 안 돌아올 거예요
내일 모로코행 비행기를 타요
- 아침 일찍요 - 모로코요?
- 네 - 갑자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
조이, 말하자면 길어요
따라오면 다 말해줄게요
같이 가요, 제발
빈손이에요 놈이 입을 안 여네요
언젠가는 무너질 거예요
놈도 사람이니까 곧 입을 열 겁니다
가야겠어요
- 어딜요? - 국경 너머로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CIA에선 알 겁니다
가지 마요
제가 간다고 CIA가 반기지는 않겠지만
러시아군이 정말 작전을 변경했다면
CIA에선 뭔가 알고 있을...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저놈도 곧 무너질 거예요
놈이 입을 열고
어떤 말을 해버리는 순간
우리가 그동안 쌓아 올린 게 다 무너질지 몰라요
뭐가 무너져요?
여기서 말하긴 좀 그래요
나 믿어요?
여긴 왜 왔죠?
그 러시아 놈이 뭘 말한다는 거죠?
내 이름요
당신 이름을 왜 아는데요?
장난하는 거죠?
적어도 당신은 날 이해해 줄 거라 믿었어요
남편 몰래 러시아를 도왔다는 거잖아요
남편을 위해서예요
러시아군이 언젠가 떠난다는 건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러시아 놈들도 알고
곧 모두가 알게 될 거예요
그래서 1년 전부터 이 문제를 놓고 계속 고민했어요
'놈들이 가면 여긴 누가 다스리지?'
제가 GRU에 첩보를 갖다 바친 지도 꽤 됐어요
러시아군이 우리 경쟁 세력을 약화시켜 놓으면
남편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위업을 달성하고
나라를 이끌 수 있으니까요
그랬군요
이게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면 당신을 목매달아 죽일지도 몰라요
남편이랑 같이요
저도 죽일걸요? 죽여도 나올 건 없지만
알아요
남편한테 말하세요
- 못 해요 - 할 수 있어요
똑똑하니까 이해해 줄 거예요
이거 말고도 말 못 할 일이 많거든요
이거보다 말 못 할 일이 있어요?
몇 달 전에 한 부족 원로의 부인을 만나러 갔어요
마을이나 계곡 이름은 비밀로 할게요
밤이 깊어 단둘이 남자 여자가 어떤 얘기를 털어놨어요
한 남자가 산속에서 혼자 내려왔는데
알아듣기 힘든 말만 내뱉더니
문가에서 숨을 거둬 땅에 묻어줬대요
몇 주 뒤에 러시아군한테 들었는데
이 지역을 시굴하러 외국인들이 찾아왔었대요
그리스 해적들인데
상상도 못 한 엄청난 걸 땅속에서 발견했나 봐요
광물이 묻혀 있는데
가치가 어마어마하대요
- 뭐가 묻혀 있는데요? - 구리요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을 정도의 양이죠
진짜 비밀은 그 밑에 묻힌
리튬과 우라늄 광맥인데
러시아도 찾아보려 했지만 찾기 힘든가 봐요
러시아는 광맥 위치를 모른다는 거군요
당신은 알아요?
그 광산만 있으면 함자드는 아프간 대통령이 될 텐데
왜 숨기시죠?
왕처럼 될까 봐요
말 못 하겠어요
자기 힘으로 승리해서
전후에 우릴 이끌 지도자가 돼야 해요
지금의 파라즈 함자드는 저도 믿고
당신도 믿는 지도자지만
너무 많은 힘을 너무 빨리 손에 넣으면
한때 동지였던 이들이 서로의 적이 돼버려요
- 속이 시꺼메지죠 - 함자드는 안 그럴 거예요
사람은 결국 무너져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계시는군요
전 그게 업인데도 가끔은 힘에 부치거든요
까딱하면 죽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더는 혼자 못 하겠어요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래서 함자드가 찾는 거군요
네
이젠 하기 껄끄러운 얘기를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네, 까짓것 해 봐요
그런 큰 나라들을 쥐락펴락한 여자의 이름을
제 가명으로 쓰고 있긴 하지만
전 당신이 설계한 마샤 딕슨이 될 수 없어요
이런 일에 소질이 없거든요
내 전 재산의 절반을 방금 꿀꺽하신 분이?
그건 얘기가 다르죠
자기 능력을 잘 모르시는구먼
이 바닥에서 일하다 보면
상대의 빈틈이나 허점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쓰게 돼요
약한 곳은 살짝만 눌러도 푹 꺼져버리거든요
남의 약점을 찾아내는 감각은 하루아침에 키울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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