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태어나 처음 본 영화가 '분홍신'이에요
발레에 열정을 가진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지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일과 예술을 포기하고
현모양처가 될 것을 요구하죠
사랑해요, 줄리언 내겐 당신뿐이야
우리 사랑 깰 테야?
철부지 같긴!
그럼, 그럼 안 돼 현모양처가 돼야지!
여자는 갈등하다 기차에 몸을 던지죠
이게 일과 사랑에 대한 첫 이미지였어요
둘 다 가능한 걸까? 정말 가능한 걸까?
둘 다 균형을 맞춰 조화롭게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늘 그러길 바랐지만
제인 폰다와 데브라 윙거는 은퇴했죠
내가 왜 이 다큐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
많은 여배우와 얘기를 나눠볼 거예요
지금까지의 과정과 배우로 산다는 것의 의미
이 시대에 여배우로 사는 이유
그 분투와 도전
그리고 열정까지
평소 아끼고 존경하는 이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들이 내린 선택과 그 선택을 지킨 비결이
뭔지 들어보고 싶었어요
연기를 사랑하지만
데브라처럼 은퇴하고 싶어졌기 때문이죠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미치겠네
지금 찍는 거야?
아니 뭐 좀 읽고 있었어
레이 엘링튼이랑 폴 스타 알지?
이게 얼마 만이에요!
그러게요
와, 멋진데요! 나도 잘 지냈어요
좋아 보이네요
안녕하세요?
메이크업할래?
아냐
괜찮겠어?
멋져 보이네요 2년 만인 것 같은데
머리가 달라요 많이 자랐네
전엔 아주 짧았죠
네, 맞아요
꽤 오래전에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
완전히 나 자신을 포기했던 거지
대개들 그러잖아
그래서 분홍신의 주제를 택한 거야
사랑과 일을 다 할 순 없을까? 너처럼
인터뷰에 응해줘서 얼마나 기뻤나 몰라
로빈은 결혼과 연기 다 잘하고 있으니까
꿈 같은 거잖아
전에 말했던 거랑 비슷한데
믿음이 필요해 처절하게 실패한다 해도
뭘 하든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
하지만 연예계에선 그런 게 있을 수 없지
우린 본연의 모습을 깎아 맞추죠
영화계와 배역에 맞게요
또 배우자에 맞춰서
스스로에게 솔직하면
배우자나 일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
영화계의 인간관계란
몇 달간 눈 마주치다 끝나는 게 전부인데
그나마 다 영화계 사람들뿐이에요
별로 건강한 건 아니죠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난 무조건 베풀어야 할 입장이란 거죠
모성애는 정말 무한한 거라서
기쁨인 동시에 희생이고 매우 힘들기도 해요
모성애와 일 사이에서 내 삶과 결혼을
조화시키질 못했어요
냉정하고 거창하게
구는 것처럼 들릴지 몰라도
둘 다는 못 한다고 봐요
이도 저도 아닌 거죠
내 생각은 그래요
불 원반을 크게 만드는 것과 같아
다들 그 불을 뚫고 가게끔...
이게 다 마음먹기에 달린 거거든
함께 헤쳐 나가면서 깜짝 놀라게 되고
상대의 진심을 깨달아 결국엔 돕게 되지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때론 운 좋게도 보답을 받기도 해
어떤 직업을 갖든 인간관계는 힘든 거야
문제는 자신이 아니라 함께 사는 상대인 거지
연애에 지쳐있던 때 지금 남편을 만났는데
그 때문에 내 모든 연애관이 무너졌죠
왜냐면 그전까지 내 생각으로는
유명 배우는 일반인과 사귈 수 없다 여겼거든요
남자한텐 굉장히 부담이 될 테니까
원래 남자는 자신만의 영역을 갖길 원하고
여자는 그 옆에 따로 속해있는 건데
유명인과 함께 가게 되면
그 옆에서 바로 찬밥이 돼버리죠
이젠 남자들도 세대가 바뀌었다고 봐요
이 문제를 다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죠
난 확실히 둘 다 가능하다고 봐요
그럼요 근데 남자는 다르죠
남자는 엄마도 될 수 없고
자기 발전에 시간을 투자하기도 힘들고
일도 할 수 없지만 우리는 가능해요
정말 좋은 작품이 들어왔는데
마침 숀도 섭외가 왔다면
출연을 포기해요? 아니면 숀이 포기해요?
그건 숀한테 어떤 작품이 오냐에 달렸어요
난 평균 1년에 한 편만 하려고 노력해요
근데 한 열 달쯤 작품을 안 하면
몸이 근질거려요
내내 전업주부로 묶여있었으니까
어떻게든 표출을 해야 하는데
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래요?
마음만 그렇다는 거죠
숀하고 같이 쓰는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아뇨 숀은 이미 작가예요
내 생각엔...
균형 잡기가 힘들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다른 여성들의 경험을 들어보고 싶었어요
마흔 줄에 들어선 여자이자 엄마로서
공감대가 있는지도 궁금했죠
이건 날 위한 여정이에요
이 길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바람이 너무 세고 멀미가 나는 것만 빼면...
영화계에 대한 현재 내 느낌이 그래요
데브라는 왜 은퇴했을까?
정말 은퇴했어?
그런 것 같아
응, 그만뒀어 이젠 연기하기 싫대
나도 연기하기 싫어
근데 그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어
몇 년을 자진해서 쉰 후에
복귀했더니 정말 힘들더군
2년간은 오디션 한번 못 봤어
정말 거지 같았지 돈은 떨어지고
다른 걸 뭘 할까 생각하니
요리할 줄 알고 애들은 잘 보잖아
유모나 하면 되겠네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내 처지가 원망스러웠어
제작자들이 내 은퇴를 원한다면
고맙다고 하면서 돈이나 챙겨 떠날 거야
뭐가 싫은데? 연기? 아니면
정치적인 면?
정치적인 면이지
생계 때문에 후진 TV 영화도 하게 되잖아
나도 그랬어
하지만 이렇게 봐봐 만약 구두장이라면?
구두 협회 최고의 인기 상품을 만들게 됐는데
협회에서 싸구려도 만들라고 하는 거야
이젠 최상품만 한다며 거절하지만
값싼 것도 가끔 만들라며 강요를 해
내 말은 우린 그저 기술자란 거야
어쩔 수 없다는 거지
구두장이들은 이것저것 다 하잖아
근데 그 경우엔 기술도 점점 늘잖아
나이가 들수록 구두도 점점 나아지지
지나 롤랜즈, 리브 울만과 점심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대배우들이잖아 재클린 비셋도 있었어
지나 롤랜즈가 이러더라
'좀 있어 봐, 늙어서 한물 갔다며 난리들일 테니'
그런 말 싫어
잔 모로는 여전히...
주름도 멋지잖아
내면에서 나오니까 또 섹시하고
완전히 다르지
세상엔 내 또래나 더 늙은 여성들도 있는데
그런 얘기를 쓸 작가가 필요해
그래야 배역이 있지
- 어디에? - 내 나이에 맞는...
본 적 있어?
그러니까 늘 자잘한 역할이나 하잖아
- 뭐지? - 참치네
익힌 건가?
천천히 다가오는 완행열차라고 봐요
사는 건 곧 나이 먹는 거니까
카메라 앞에서도 마찬가지죠
이제 꽃피는 청춘의 완만한 곡선을 지나
여성이 됐고 톡 쏘는 20대에서 더 숙성되고
표현이 좀 그렇지만 더 흥미로운
개체가 되는 거죠 내 나이가 그래요
그게 나예요
- 아직은 아니죠 - 아뇨, 이제부터...
정면으로 찡그린 메릴 스트립 사진 기억해요?
미엔 어떤 기준이 있어 만약 기준에 못 미치면
흠이 있거나 늙었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은 달라요
그건 내 현실이 아니죠 내 현실은...
메릴처럼 매혹적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거예요
내 생각에 메릴은 특별해요
젊음에 집착하는 건 미의 특성 중에
딱한 측면이라고 봐요
성격파 여배우들은 언제라도 자유롭게
50, 60대에도 일할 수 있어요
왜냐면 애초에 이들의 밑바탕이란 게
꽃처럼 아름답던 완벽한 젊음이 아니니까
현실에선 다들 나 같으니까
그게 현실이지, 나처럼 엉덩이 크고 가슴 처지고
왜요 아름다운데
귀여운 거지
근데 제길, 여긴 할리우드 즉 다른 세계란 거야
그리고 여기서 아름답다는 건...
여자들이 다 몸을 깎고
- 소름 끼치죠 - 얼굴을 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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