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요전에 눈이 엄청나게 왔잖아
집에서 막 떠났던 참이라 눈을 못 치웠지
아내의 친정에 초상이 났었거든
그랬구먼
그랬더니 눈 때문에 지붕이 무너진 걸세
그래서 다친 사람은 있었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네
그만 가 보시게
오랜 병환 끝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때 난 다섯 살이었는데
어머니가 폐병에 걸린 터라
어머니 근처에 갈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이토...
불쌍한 것...
내 고향은 지금의 야마가타현에 속하는 우나사카였다
메이지 유신 전이라 이곳은 우나사카 가문이 지배하던
농사를 짓던 도읍이었다
장부 정리하느라 다들 고생했다
오늘은 이상이다
어이, 사카구치
왜?
괜찮은 술집이 있는데 가 볼 텐가?
히사고?
한잔 어때?
당연히 좋지
카와나미 자네도 갈 텐가?
저야 좋죠
이구치는?
자네도 같이 가세
난 됐네
또 빠질 건가?
먼저 실례하겠네
'황혼'도 참 재미없는 친구야
병든 아내와 어린 두 명의 딸
그리고 병중의 노모까지...
인생을 즐길 여유가 없던 아버지는
하늘이 황혼에 물들면 서둘러 퇴근했다
사정을 모르는 동료들은 그런 아버지를
'황혼의 사무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황혼의 사무라이
이토
아버지!
안아 보자!
뭘 묻히고 다니냐?
아버지 오셨어요
다녀오셨어요?
카야노 대구국 끓였니?
네
조심하렴
어머니 저 왔어요
오늘은 좀 어떠세요?
선생은 뉘시오?
우나사카 성 창고지기 이구치 세이베이입니다
그렇구먼
갈수록 심해지시는군
아들도 못 알아보시네
카야노
네
나물 가져왔어
고맙습니다
이렇게 챙겨 주시니 감사합니다
나오타 자네도 그만 가 보게
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십시오 이쪽으로...
야자키 황혼 좀 어떻게 해 봐
옷은 걸레짝 같고 목욕도 안 하는지
옆에 있으면 구역질이 날 정도야
못 참겠어!
압니다
우리도 다 죽겠어요
새 마누라감 없나 알아보는 중인데
처지가 너무 궁색해서요
그렇구먼
치매 걸린 노모에 어린 딸들까지...
거기에 빚까지 산더미라는데
어느 여자가 거기 시집을 가겠습니까?
맞아 돈을 안 꾼 데가 없지
안사람 장례식은 어떻게 치렀나 몰라
검이라도 팔지 않으면 그 정도 장례는 못 치를 텐데
장례식이라... 남의 일이 아니야
우리 부친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아
카와나미는 좋겠군
부모 젊겠다 부인 예쁘겠다!
밤에 적당히 좀 하게 업무에 지장 주지 말고
그래서 일하다 툭하면 조는 건가?
제가 언제요?
- 왔구먼 - 왔어
오구미 왔군?
어서 오세요
엄청 예쁘지요?
오구미라...
할머니 주무실래요?
세이베이 먼저 자마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
정신이 돌아오셨나 보네
'스승께서 말씀하길 대국을 다스리려면'
'정치를 신중히 하고...'
카야노
그건 공자 아니니?
언제부터 시작했니?
지난달부터요 스승님께서 앞으로는
여자들도 글을 배워야 한댔어요
그렇지
아버지도 어렸을 때 공자를 많이 읽었단다
아버지
제가 바느질을 열심히 배우면
나중에 옷을 지어 입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글공부를 하면 나중에 뭘 할 수 있죠?
바느질처럼 도움이 되진 않을 게다
하지만
글공부를 하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단다
생각하는 힘이 생기지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그건 여자든 남자든 마찬가지야
알겠니?
네
계속 읽어라
'증자가 말하길 나는 하루에 세 가지로써'
자신을 반성하곤 한다
- '남을 위해 일하며' - 남을 위해 일하며
'불성실하진 않았던가'
어머니의 오랜 병수발로 아버지는 많은 빚을 졌고
할머니가 정신을 놓으신 후로는
요리, 빨래, 밭일부터
명절 준비에 이웃과의 왕래로 바빠
아버지는 자신을 돌볼 틈이 없었고
날이 갈수록 초췌해졌다
딸인 나의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슬펐다
먼지 샅샅이 털어
지금 오고 계셔
영주님 납신다!
카와나미 얼른 와!
식량 창고입니다
잘 아실 테지만
전쟁 등으로 성이 포위될 경우 식량을 저장하는
창고가 되겠습니다
옆은 소금 창고입니다
이쪽은 강낭콩 대두, 팥입니다
콩은 특히 건조에 주의하고 있습니다
여긴 말린 채소들과 된장...
쿠사카!
이쪽엔 대구포인데
전쟁이 나면 중요한 먹거리죠
보관량이 얼마나 되나?
이구치
이구치라고 했나? 자네가 직접 말해 보게
소인이 아뢰겠습니다
전부 760개 가마니인데
무게로는 약 120간입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네
5년에서 10년 정도입니다
보관 중인 것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6년 전에 들였습니다
간자키 지방의 대구는 좋기로 유명한데
10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까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자네인가?
무릇 관리란 모범이 돼야 한다
깨끗이 씻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수고했네
빌어먹을!
잠시만요
나중에 보세
- 하지만... - 입 다물게!
이구치!
이런 멍청한 녀석!
이 이야기는 순식간에 퍼졌고
아버지는 웃음거리가 됐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본가의 어르신께서
노발대발하며 달려오셨다
이리 오너라!
아무도 없냐?
세이베이!
삼촌이 오셨군
이제 난 죽었다
아무도 없냐?
다들 창피해서 죽었느냐?
갑니다 가요!
카야노 차 끓여라
네
누구야?
할아버지야!
이게 무슨 창피인가?
냄새나는 몸으로 함부로 입을 열다니
영주님이 얼마나 불쾌하셨겠는가?
넌 우리 가문의 수치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창고장께 대신 사과하러 들렀는데
인자하신 영주께서 이해해 주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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