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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작은 사당을 지나야 비로소 삼보사의 경내네
저기 계신 대사님이 보이나?
사찰을 지키는 위타천이시지
저분이 이곳을 지키고 계시니
잡인들은 감히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네
스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누구죠?
혜사 스님이네
혜사 스님!
세 분 시주님 오셨습니까
이쪽은 내 첩이네
부인
문 거사님
스승님께서 거사님 일행을 마중 나가라 하셔서 빈승이 이리 나왔습니다
과분하오
노선사님의 서신을 받자마자
바로 달려왔네
선사님 기체는 좀 어떠신가?
좋지 않으십니다
엊그제는 가래가 심해 잠시 의식을 잃으셨다가
오늘은 기력을 조금 회복하셨으나
아마도 서방정토로 떠나실 날이 머지않은 듯싶습니다
이곳이 천하에 이름난 삼보사네
이 절에 있다는 세 가지 보물이 대체 무엇이죠?
그 삼보란 세간에서 말하는 보물이 아니라
불교에서 말하는 불, 법, 승을 뜻하네
전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말씀하신 그 무슨 현...
현장 법사께서 친히 필사하신 '대승기신론' 잔권이라네
그게 돈으로 치면 얼마나 하는데요?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보라네
내가 관동 산삼을 좀 가져왔으니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소
정성을 다해 보지요
스승님께서 거사님께 전하라신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입적하시기 전에
새 주지 스님을 선출하고자 하십니다
삼보사는 사찰이 크고 대중이 많아
외부의 몇몇 분들을 모셔 상의하고 싶어 하십니다
나 말고 또 어떤 사람들을 불렀나?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승님께서 거사님께 특별히 안부를 전하라 하셨습니다
지난 수년간 거사님께서 삼보사에 보시한 은자가 십만 냥이 넘고
늘 사찰 승려들을 보살펴 주셨으니까요
그거야 작은 정성일 뿐이니 그런 말 말게
스승님께 청이 하나 더 있으십니다
- 돈이 더 필요한 건가? - 아닙니다
절 살림은 넉넉합니다
스승님께서는 거사님께
장차 선출될 새 주지 스님도 잘 보살펴 주시길 부탁하셨습니다
당연히 그리해야지
혜사 스님
스님이 보시기에 노선사님께선 누구에게 의발을 전하려 하시는 것 같나?
의발을 전수하는 중대사는 빈승이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짐을 건네주게
네
곁방으로 안내하게
네
드시지요
잠시 쉬고 계시면 곧 공양을 올리겠습니다
알았네 바쁠 테니 어서 가 보게
식사하게
먼저 드세요 곧 갈게요
가시죠
올라가자
팔만대장경
여기야
가자
가자
승려와 속인은 멈추시오
아마 여기쯤인 것 같으니 잘 지켜봐
네
어때요?
없어
경전이 어떻게 생겼는데요?
기다란 두루마리라고 들었어
잠깐만 기다려 봐
문이 안 잠긴 것 같은데?
문이 안 잠겼다고? 그럴 리가
가서 확인해 보자
봐, 안 잠겼잖아
정말이네
어서 혜문 사형께 보고해
응
혜문 사형!
사형!
무슨 일이냐?
장경각 문이 열려 있습니다
아, 그건 내가 열어둔 것이다
그럼 안 잠가도 됩니까?
그래
뭐래?
사형께서 안 잠가도 된대
이쪽으로 와
오시는 길이 고단하셨지요
아니네
두 분 시주님
손님방으로 옮겨라
시주님
이쪽입니다
왜 그러나?
이상하군요
혜통 스님 저 여자는 누구요?
문안 거사가 새로 들인 부인이라더군요
문안?
강동의 그 큰 부자 문안 말인가?
내가 잘 아는 자네
뜻밖이로군요
저 여자를 아나?
압니다
누군가?
여도적 '백호'입니다
도적이라니 설마?
틀림없습니다
장군님 저길 보십시오
백합쇄를 차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미처 못 봤군
제가 변방에서 근무할 때 저 여자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압송 도중에 도망쳤었죠
문안과는 평소 안면이 있는 사이인데
도적을 부인으로 맞았다니
내 일러줘야겠군
혜통 스님 문안을 좀 불러주게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장군님
왜 그러나?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겁니다
참을성이 너무 없군
이 지겨운 곳에 온 건
순전히 당신을 위해 그까짓 책을 훔쳐주러 온 거라고요
아니면 내가 여길 왜 오겠어요?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때를 기다려야지
절이 이렇게나 큰데 밥 꼬락서니 좀 봐요
절 사람들도 다 이걸 먹는다네
수행하는 사람들은 쾌락을 탐해서는 안 되는 법이야
난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자네도 어릴 때부터 못된 짓만 골라 했으니
이참에 수행 좀 해야겠어
쓸데없는 소리 마요
난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돈도 많고 없는 게 없는 양반이
그까짓 낡은 책은 뭐 하러 탐내는 거예요?
뭘 안다고 그러는가
그건 당나라 현장 법사께서
손수 필사하신 대승기신론이라네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라고
돈을 아무리 줘도 못 구하는 물건이란 말이야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그 필사본은 천하에 오직 이것 하나뿐이라
내가 수년 동안 공을 들여왔어
알았어요
최대한 빨리 손에 넣어 줄 테니까
어서 이놈의 절구석을 떠나자고요
나도 솔직히 말하겠는데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함부로 움직이지 말게 내게 다 계획이 있으니
난 그렇게 느긋하게 기다릴 성미가 못 돼요
정 그러면 돈 돌려줄 테니까
난 갈 테니 다른 실력 좋은 사람 알아보세요
아니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러나?
원래 꾸물대는 건 딱 질색이니까요
알았네, 알았어 어서 식사나 하게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내 분명히 말해두는데 당신이 돈을 주면 난 책을 훔쳐줄 뿐이지
딴생각은 꿈도 꾸지 마요
아주 절개 높은 열녀 나셨군
허튼소리 말아요
우리 처음 약속할 때 분명히 말했잖아요
난 재주를 파는 거지 몸을 파는 게 아니라고
선을 넘으면 곤란해지니까 조심해요
목소리 좀 낮추게 누가 들을까 겁나네
뭐가 겁나요?
이보게 제발
뉘시오?
빈승입니다
혜문 스님이구려
거사님
서로 인사 나누시게
이분은 혜문 스님이네
방금 장경각에서 부인과는 이미 인사를 나눴습니다
다행이네 혜문 스님은 우리 사람이니
지금은 지엄 노주지 스님의 둘째 제자지만
장차 삼보사의 새 주지가 되실 분이네
에이 과찬이십니다
안심하시게
내 말이라면 노주지 스님도 어느 정도 들어주실 걸세
두 분 긴히 말씀 나누십시오 전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러게
거사님 말씀이라면 천금과 같지요
빈승이 보낸 서신은 받으셨습니까?
받았소
장담할 순 없지만 일고여덟 정도는 확신이 서네
내 답신도 받았나?
받았습니다
만약 빈승이 주지가 되어 의발을 잇게 된다면
그 경전은 반드시 거사님께 바치겠습니다
좋네 약속한 걸세
우리 장사꾼들은 신용을 목숨처럼 여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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