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전쟁이란 자연의 본성일까?
왜 자연은 자신과 겨루고
땅은 바다와 맞서는 걸까?
자연에 서로 보복하는 힘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 힘은 하나가 아닌 두 개인가?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가 기억나
피부는 잿빛으로 변해 쪼그라들어 계셨지
두려우시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으시더군
난 어머니 얼굴에 깃든 죽음을 접하는 게 두려웠어
신의 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았지
다들 영생에 관해 떠들지만 난 못 믿겠어
난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떠날까?
내가 숨 쉬는 이 호흡이
마지막 호흡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나도 어머니처럼 세상을 떠나고 싶다
아주 평온하게
그 평온함 속에
영생이 숨겨져 있을 테니까
여기 애들은 싸우질 않네요
가끔 싸워요
가끔 애들이 노는 걸 보고 있으면
항상 싸우던데요
아이가 날 무서워하나요?
조금요
당신도 내가 무서워요?
네
왜요?
그쪽은
군인처럼 보여서요
군인 같아요?
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상관없어요
아이가 피곤한가 봐요
네
수영한 날이면 금방 잠들어요
자, 출발
좋아 계속 가
위트!
순시선이 왔어 미국 배야
여기까지 왜 왔지?
넌 하나도 안 변했군
전혀 나아지질 않아
믿고 일을 맡겨 놓으면 항상 사고만 치고
몇 번째 무단이탈이지?
입대한 지 6년쯤 됐나?
이제 신병이나 할 짓은 그만할 때도 됐잖아?
그러기 싫어?
다 철이 들진 못하죠
그래, 맞아 애석한 일이지
네 꼴을 봐
중요한 건
넌 제대로 된 임무는 맡을 수 없어
넌 죽었다 깨어도 절대 군인감이 아니야
우리 C 중대는 행정 보급관인 내가 관리한다
지휘관은 스타로스 대위지만 여기를 굴리는 건 나야
이건 누구도 못 바꿔
나한테 넌 밥만 축내는 놈이야
원래는 군법 회의 감이지만
특별히 신경 써줬다 운 좋은 줄 알아
대신 벌을 주겠다
가서 들것을 나르며 부상자들이나 챙겨
뭘 시키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상사님보다 두 배는 낫거든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한 명의 개인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한텐 그런 세상만 있을 뿐이라고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전 다른 세상을 봤어요
가끔은 내가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했죠
글쎄
난 보지 못할 세상을 봤나 보군
우리가 있는 곳은 처참한 지옥과 다름없어
살아남으려면 눈을 감고 아무도 자신을 못 건드리게 해야 해
제 몸이나 챙기며
널 도울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너야 모를 테지만
상사는 널 끔찍하게 싫어해
난 그런 것 못 느꼈어
난 그분을 싫어하지 않거든
난 찰리 중대가 좋아
내 가족이니까
여긴 '바위'란 곳이다
일본군이 비행장을 지어서 다들 기피하는 곳이지
교전은 이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보다시피 여긴 호주와 연결되고
미국으로 가는 해로도 통제할 수 있다
일본에 남태평양을 뺏기지 않으려면
바로 여기를 쳐야 해
해병대가 길을 뚫었으니 이제 우리 차례다
난 뼈 빠지게 일했다
장군들에게 아양을 떨며
체면 따위는 버렸다
군과 내 가족은 물론 조국을 위해서
존경스럽네 중령
감사합니다
그 나이면 다 퇴역하는데
괜찮아
우리는 자네처럼 노련한 장교가 필요해
쓸 만한 부사관과 중령은 수없이 많지만
대령 계급장만 달면 다들 정치꾼처럼
장군이 될 생각만 하지
진급하려고 눈치만 본다고
양심에 따라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
옳은 말씀이십니다
제독께서 보고 계시네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지
한 마리 매처럼
한눈이라도 팔면 바로 낚아채려고 말이네
자식이 있나?
네
후세들에게 이 전쟁을 물려주기는 싫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다 박멸해 버려야지
놈들을 몰아내고 비행장을 사수한다
알겠습니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나?
왜 하필 일본군이 저기에 비행장을 짓고 있을까?
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자네 생각은 어때?
그 문제는 생각을 못 해봤습니다
겸손한 친구로군
자네만 빼고는 다 가기 싫어해
얼마나 가고 싶나?
꼭 가고 싶습니다
나를 위한 가족들의 모든 희생이
물처럼 바닥에 쏟아졌다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싶어도
이미 늦었다
그 사랑은
나무처럼 서서히 죽어갔다
느껴지나?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교 상부 신호를 따르라
권력자와 가까울수록 두려움도 커진다
지금도 무서워 죽겠어요
제가 아주 어릴 때 새아빠가 절 엄청 때렸는데
정말 무서워서 도망가 숨곤 했죠 닭장에서 잔 적도 많아요
이렇게
더 무서운 일이 생길 줄은 몰랐네요
순간순간이 공포의 연속이에요
곧 상륙할 테고 놈들은 공습을 퍼붓겠죠
우린 땅을 밟기도 전에 죽을지도 몰라요
이 배는 바다를 떠다니는 무덤 같아요
이름이 뭐지?
전역하면 차나 사려고 했는데
- 이름이 뭐냐고? - 에드워드 트레인요
트레인
그나마 영원한 것은
죽음과 신뿐이에요
살아남아야 신께서도 기뻐하시겠죠
내 인생은 이렇게 안 끝나요 상사님도 마찬가지고요
폭격당하지는 않겠지?
난들 알겠어?
지난번 작전에서는 다들 무사히 상륙했다고 하지만
그전에 상륙할 때는 다 박살이 났다잖아
무슨 말이 듣고 싶어?
참 고맙군
듣고 싶은 거 없으니 내 말이나 들어
우린 물 위에 뜬 오리처럼 손쉬운 먹잇감이라고
그걸 누가 몰라?
그 의미를 곱씹어봐
구경 안 할 거야?
관심 없어요
어차피 자리도 없어
자리 있어도 안 봐요
이 몸은 이 틈에 권총이나 챙길게
그래요? 잘해봐요
그래요
놈들이 칼 들고 달려들면 권총 생각이 간절해질걸?
빨리 문 열어! 문 열라니까!
카드 패 돌리는 건 내가 전문이지
나 이러다 잠들겠어
카드 칠 거야, 말 거야?
잭이 있으니 걸게 잭이 두 장이로군
이 지경인 줄 알았으면 입대 지원도 안 했을 거야
하필 전쟁이 터질 줄 어떻게 알았겠어
안 그래?
찰리 중대만 항상 생고생을 하는 게
누구 때문인지 알아?
중대장 때문이야
우리를 배에 가둬놓고 짐짝처럼 다루고 있잖아
중대장님
네 자료를 봤는데 과거에 장교였다면서?
어쩌다가 이등병이 됐어?
아내 때문에
난 공병대에서 복무했는데
그 전엔 아내와 하루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어
4개월간 해외에 있다가 결국 때려치웠지
그만뒀어
날 본국으로 보내면서
다시는 임관되지 못 할거라더군
대신 꼭 징집되게 해서
보병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지
망할 자식들
그놈들을 탓하진 않아
아내는 어디 있어?
집에
난 죽음이 두렵지 않아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to leav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