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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못 하는 일부 장애인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장애인 시설에선 심각한 '문제'를 은폐하기도 한다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라
하늘 아래 새것이 있을 리 없다
구약 성서 전도서 1장
달
가끔은 괜찮을 것 같아서
대신 소시지 줄게
받아도 돼?
응
달걀 줄까?
안 먹어?
응
진짜?
먹을 거지만
들어오세요
- 잘 부탁드려요 - 잘 부탁드려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다들 키짱이라고 불러요 말을 못 해요
서지도 걷지도 못해요
10년 넘게 이 침대에서 살고 있어요
눈도 안 보이고 소리도 못 들어요
물론 의사소통도 안 돼요
정말 앞이 안 보여요?
의사소통이 안 되는데 어떻게 알아요?
왜냐하면 빛에 전혀 반응을 안 하니까요
이건 뭐죠?
생년월일이에요
1974년생이니까 42살이겠네요
왜 그러세요?
아니에요
저랑 생일이 똑같아서요
여기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요
첫날부터 겁먹었어요?
일은 금방 익숙해져요 저도 그랬으니까
두 달만 지나면 정직원이 될 거예요
일은 생각보다 쉬워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긴 모두가 평등하고 웃음이 넘치는 일터예요
잠깐만요 도지마 요코 씨죠?
유명한 작가신데 왜 말 안 하셨어요?
사실 저 열혈 팬이에요
꼭 얘기 듣고 싶어요
웃으시면 안 돼요 실은 저도 소설 써요
그래서 여기서 일하면서
부조리한 현실을 소설로 쓰고 싶어요
하지만 전 이제 글을 못 써요
왜요? 엄청 팔렸잖아요
데뷔 작품만요
그 후론 쓸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여기서 일하기로 한 거예요
여기를 무시한다거나 그런 뜻은 아니에요
참고로 저도 똑같이 요코예요
전 태양이란 뜻이라 한자는 다르지만요
요코 씨를 본 순간부터
우리가 굉장히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여러분, 사토가 왔습니다 시작할게요
미안해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도지마 요코예요
잘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여기선 사토라고 불러요
일요일에 할 그림 연극을 연습 중이었어요
너무 못 그렸지만 '꽃 피우는 할아버지'예요
아니에요 근사해요
어라...
근데 무슨 내용이었죠?
기르던 시로라는 개가 여길 파라고 짖어서
정직한 할아버지가 흙을 팠더니
안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왔어요
그래서 할아버지는 부자가 됐어요
그러자 그 소식을 들은 옆집 욕심쟁이 영감이...
밤에는 위험하니까 어서 퇴근하세요
전 지금부터 야근이에요
수고하세요
수고하셨어요
어느 날 정직한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괭이로 밭을 갈고 있었어요
그러자 따라온 시로가 그 주변을 킁킁대더니
갑자기 앞발로 흙을 팠어요
또 쓸데없는 짓 하네
누가 아니래요
반값
반값
사부, 사부
우유 샀어?
우유 사자 아직이야?
다른 건?
밖에선 그 호칭 쓰지 마
사부?
그럼 뭐라고 불러?
많이 짧아졌네 익숙해졌어?
응
가벼워졌어?
굉장히 가벼워졌어
사부!
사부 드디어 일자리 구했어
아파트 관리인이야
이제 입에 거미줄 칠 일은 없겠어
오랜만인데 잘할 수 있겠어?
역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걸까?
당연하지
우린 다시 일어설 거야
응, 나한테 맡겨 괜찮아
하지만 열심히 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올라가자 더 위로
우린 할 수 있다!
왜 이래?
오늘도 아르바이트 지각 당첨이야
위험하다니까
오늘 과자 뭐 먹을래?
난 아무거나 좋아
괜찮아, 괜찮아
요코 임신 5주야
최근에는 제대로 생리도 안 했는데
있잖아
아이 몸에 또 이상이...
그러니까 문제 있을 가능성은?
솔직하게 말해줘
이미 마흔도 넘었고 많이 위험하지?
왜 지금...
중요한 문제니까
친구가 아닌 의사로서 말할게
쇼이치 일 때문에 불안하다는 건 알지만
쇼이치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안 좋았어
선천적인 심장병과 장애는 엄연히 달라
병이었어
하지만 수술 때 저산소 혈증을 일으켜서
너도 알잖아
3살 때까지 말을 못 했어 그 애는 결국...
아무 말도 못 했어
한마디도 못 한 채
계속 침대에 누워 있다가
죽었어
요즘은 산전 검사의 정확도가 꽤 높으니까
일단 남편과 의논해 보는 게 어때?
태아에 문제 있다고 속단하긴 일러
검사 전부터 고민할 필요 없어
쇼이치 일은 되도록 생각 안 하려고 해
그렇지 않으면 못 버티니까
그 3년이란 세월은
그만큼 힘든 시간이었어
요코
심리 치료받고 있어?
남편한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그 사람
늘 억지로 웃고 있지만 이미 한계야
가져왔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오늘은 닭이야
좋네
괜찮아?
응, 괜찮아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해 비나이다, 아멘
- 잘 먹겠습니다 - 잘 먹겠습니다
자, 먹자
여보 가지 드려요?
고마워
엄마는 아무렇지 않아?
뭐?
아빠가 바람피워도 웃기만 하잖아
넌 아직 몰라
게다가 처음도 아니고
아까 아빠가 내 직업이 자랑스럽다고 했어
그렇게 쉽게 거짓말하는 사람이야
거짓말 아니야 정말 네 일이 자랑스럽대
시설 안을 본 적 있어?
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알아?
아니, 엄마도 아빠도 진실을 보고 싶지 않겠지
시설은 숲속에 있어 알고 있어?
숨겨져 있어
왜?
왜냐고?
아무도 현실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짜증 나
맥주 나왔습니다
가장 열 받은 건 아빠가 한 말이야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이러더라고
뭐?
요코는 상처가 깊어
소설 공모전에서 떨어진 게 벌써 몇 번째냐고
근데 그런 딸한테 해줄 말이 그거야?
이해할 수 없다니까
부모는 자식이 재능 없이 태어나도 행복한가?
거짓말하지 마!
뭐라고?
거짓말은 용서 못 해
미안해 안 들려
기회는 또 있어요
들려?
안 들려도 알아요
역시 쇼코는 대단해
귀가 들리고 눈이 보여도 모르는 놈은 몰라
소리 줄여 머리가 이상해지겠어!
왜 아무도 내 말을 못 듣는 거야?
찻잎이 끼었어요
거의 다했어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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