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마음의 고향
대웅전
- 진수야! - 진수야!
너 새 잡으러 안 가니?
응?
우리만 가면 재미없어 너도 같이 가자
그래 같이 가!
너도 가야 돼
응, 그래
진수야
이놈아 절 근처에서 새 잡지 말어
스님 보시면 야단난다
아부진 주지 스님이 그렇게도 무서우?
잔소리 말어!
잡지 말라면 안 잡을 게지 무슨 잔소리야?
안 잡아요 안 잡아
- 자, 가자! - 그래, 가자
도성아
뭘 그렇게 넋 없이 보고 있느냐?
빨리 칠성각에 마지 올려라
네
왜 불렀어?
일이 있으니깐 불렀지
무슨 일인데?
풍류골 장작을 좀 져와야겠네
장작을?
벌써 안 대갓집 49잰가?
벌써가 뭐야 닷새밖에 안 남았는데
그런데 뭘 그리 급히 서둘러?
그래도 주지 스님께서 오늘 져다 놓으래니깐 말이지
모레쯤 져옴세
안 되네 오늘 꼭 져와야 하네
뭔 이렇게 사람이 변통성이 없어서야
너 예가 어디라고 새를 잡는 거야?
잡으면 어때?
주지 스님한테 들키면 큰일 나
너 같은 중새끼나 큰일 나지 나도 큰일 나?
중중까까중 접시 밑에 핥아중
개울 머리로 깨까중
이 녀석아 키는 밤낮 재보면 뭘 허니?
아저씬 거짓말쟁이예요
내가 거짓말쟁이라구?
그렇지 않고 뭐예요?
요 금에 닿으면 온다
또 요 금에 닿으면 온다구
밤낮 속여만 오지 않았어요?
내가 널 속여 뭘 허겠니
너희 어머니가 안 왔지
이번 설엔 온다
내년 봄엔 온다구
밤낮 나만 속이구 뭐
도성아
너희 어머니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이상
왜 안 찾아오겠니
아무 때라도 찾아올 게 아니냐
그 아무 땔 어떻게 기다려요
이번 설엔 꼭 올게다
정말일까요?
암 정말이고 말고
네 가슴속에 꼭 믿고 기다려봐라
8월
9월
10월
동지
섣달...
아직도 다섯 달이나 남았는데...
여태 기다렸으리라구
그까짓 다섯 달쯤 눈 껌벅헐 사이지 뭐
- 아저씨! - 응?
우리 어머닌 퍽 이쁘다죠?
예쁘면 여간 예쁘다더냐
아저씨
저기 저 산 너머가 서울이라죠?
응, 저 산 너머 한 백 리 더 가야 한다드라
자, 어서 내려가 보자
안 대갓집 재 때문에 바쁠 텐데
너도 내려가서 시중을 들어야지
안 대갓집이라면 바로 칠성각을 지어주신 댁이 아니에요?
그 댁 아씨가 아드님 무병장수를 위해 시주하신 게란다
그런 댁에선 고이고이 키웠을 텐데
왜 죽었을까요?
아마 전생에 인연을 잘 맺지 못했나 보지
곧들 오실 텐데 빨리들 치우게
저 마님만 오십니까?
- 이번엔 아씨도 오신다네 - 네
아씬 이번이 처음이시죠?
응
너도 그런 데로나 태어났드라면
생이별 안 하고 잘 살걸
나도 인제 어머닐 만나면...
오늘 오실 아씨가 네 어머니라면 좋겠지?
인젠 다 왔다
얼마나 시원스러우냐
아주 딴 세상 같군요
종철이가 살았으면 좀 좋아하겠니
자식이 다 뭔고
어서 오십시오
스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원로에 오시느라고 얼마나 심고하셨습니까
더구나 아씨께서는 초행이신데...
이 젊은 게 더 힘을 씁니다그려
자, 어서 들어가시죠
이번엔 뜻밖에 참척을 보셔서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다 부처님께 정성이 부족한 탓이죠
세존께서 극락정토로 인도해 주실 겝니다
나무아미타불
- 어서 오십시오 - 어서 오십시오
너 퍽 컸구나
자, 이리 올라앉으시죠 더우실 텐데
덥기도 하지
산길이래서 오시기에 피곤들 허실 겝니다
뭐 괜찮습니다
도성아
샘에 가서 물 좀 떠오너라
이놈이 어디를 갔나?
빨리 갖다드려라
아이구 기특해라
쟤 어미 소식은 들으십니까?
소식을 들으면 뭘 합니까
잘 가르쳐 법사나 맨들지요
오죽이나 제 에밀 그리워하겠습니까
공양주 스님!
응
봤어요
뭘 봐
서울 아씨를 봤어요
응, 난 또 뭘 봤다고
여간 이쁘지 않아요
서울 아씨니깐 이쁘지
서울 아씨는 다 이쁘나요?
그래서 서울이 좋다지
서울에 계신 우리 어머니두 아씨처럼 이쁘다죠?
응, 이쁘더라
이번 설엔 꼭 온다던데 거짓말이죠?
누가 그러든?
진수 아버지가요
응, 올 사람이면 오겠지
혼령께 바치는 글
오늘 지극한 정성으로 망자가 돌아가신 지
49일째 되는 날을 맞이하여...
을묘생이면 바로 여섯 살이로군요
젊은 것이 혼자 돼 가지구
유복자로 아들 하나를 얻어서
금이니 옥이니 키우던 것을
홍역으로 죽여버렸으니
에미 맘이 어떻겠소
너무 상심치 마십시오
사람의 생사는 다 인연소출인 것입니다
축원이나 좀 잘해 주세요
네
얘, 남편이나 살았다면야
뭘 걱정이겠소
어머니
누구냐?
아까 걘가 봐요
그만큼 읽었으면 다들 외울 테지
재덕이
네
마하반야 바라밀다부터 공불이색까지 외워봐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고통을 건너느니라
사리자여,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다음은 공중무색까지 도성이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니
감각... 감각... 감각, 생각, 행동, 의식도
그러... 그러... 그러하니라
저런 놈 봤나!
너 오늘 몇 번 읽었느냐?
서른 번 읽었습니다
서른 번 읽었으면 왜 못 읽어!
너 또 딴생각에 정신이 팔렸구나
내일은 끝까지 모두 외우도록 해라
네
강복이!
네
색이 곧 공이고
감각, 생각, 행동, 의식도 그러하니라
서울 아씨가 온 후론
도성이가 좀 이상해졌어
걔가 아씨를 보더니 에미 생각이 더 나는 모양이야
그래, 도성이 에미는 어디 가 뭘 하지?
서울서 잘 산다는 소문도 들리더니
그래 겨우 세 살 먹은 도성일
절에다 내버린 채 도망간 사람이
잘 살면 얼마나 잘 살겠어
젠장할 놈의 세상
어떤 에미는 자식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구
그래, 어떤 에미는 죽은 자식을 못 잊어
수백 리나 먼 절에 와 재를 올리구
참 세상두 고르질 못하지 고 녀석도 팔자는 세네
아저씨!
응?
지금 내 얘기 했죠?
네 얘기라니?
다 알아요
나만 돌려놓구 우리 어머니 얘길 하죠?
아니다 원
서울 아씨가 너희 어머니 비슷하단 얘길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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