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제작: toluidine
눈먼 짐승
내 이름은
시마 아키
무명의 별로 잘 팔리지 않는 패션모델이었다
야신테키나 사진이나
야마나 선생님의 예술적인 의욕에 공감하여
그쪽 방면에서 모델이 되어
이런 사진도 찍었었다
그 사진들은 전시회를 통해
꽤 유명해졌다
어느 날 아침
야마나 선생님과 다음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갤러리로 갔다
좀 일찍 도착해서
관람객은 겨우 한 명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관람객은
벽의 사진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회장의 중앙에 전시된 조각 앞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이 조각은
야마나 선생님의 친구가
나를 모델로 해서 만든 조각이다
이 관람객의 행동은
이상했다
난
왠지 묘한 기분이 되었다
마치 조각과 나의 몸이
하나가 된 것처럼
그의 손가락이 직접
나의 몸을
여기저기 마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의식중에 어쩐지 냉기가 느껴져서
서둘러
갤러리에서 도망쳐 나왔다
며칠 후
야마나 선생님의 일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차를 타고
하마마쓰의 작업실로 갔다
선생님과의 일은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많아 힘들었다
피곤했지만
다시 차를 몰아
도쿄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피로를 풀기 위해
전화로 가까운 마사지 가게의 사람을 불렀다
열렸으니
들어오세요
'사쿠라 마사지'에서 왔습니다
당신은
처음 보는군
네, 맞습니다
항상 여기에 오던 분은 다른 일로 나가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상관없어
사흘 전에 다른 곳에서 옮겨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작해 빨리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더 세게 해
난 강한 게 좋아
아플 정도로 해도 성에 차지 않는다고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안 돼 더 세게 해!
꽤 뭉쳐 있군요
마사지는 젊은 사람들한테도 좋지요
혈액 순환이 좋아져서
피부병에도 효과가 있으니까요
특히 이런 계통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신
내 직업 알고 있어?
최근에 사진으로 유명해진
시마 아키 씨 맞죠?
저희 동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마사지 일을 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런 유명한 분과 얘기할 수도 있고
게다가 피부를 만져볼 수도 있으니까요
난 유명하지 않아
당신은 매우 아름다운 분이에요
입에 발린 소리는 하지 마
나 같은 얼굴은 흔해 빠졌어
아니죠
장님에게는 얼굴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몸매나
피부의 매끄러움이 중요하죠
당신은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손 치워!
뭐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장님의 손끝에는 눈이 있습니다
눈이 보이는 사람보다
당신의 몸을 더 잘 알 수 있어요
구석구석까지
그 남자의 손가락은
분명히
그 조각을 애무하고 있던 사람과 똑 닮았다
석고의 피부로는 만족 못 해서
살아있는 몸을 탐하러 온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만하라고 했지? 못 알아들어?
죄송합니다
이제 됐어
그만 돌아가
저
이제 막 시작했는데요
됐어
너무 피곤해서 이제 자야겠어
요금은 제대로 낼게
700엔이었지?
무슨 짓이야?
당신이군
역시!
잘했다
양복은?
드디어 정신이 들었구나
당신이지?
어디 있는 거야?
어디야?
여기입니다
여긴 어디야?
어딘 거야?
제 아틀리에입니다
아틀리에?
밖에서 보면 그저 창고입니다만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저는
조각가를 좀 흉내 내는 남자입니다
조각가?
전 장님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눈의 신경이 손상돼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입니다
장님이란 비참한 거야
사람들의 이야기나 점자책에 의하면
이 세상에는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무척 많다더군
태양의 빛
구름의 색
아름다운 풍경
멋진 그림
연극, 영화, TV
하지만 나한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장님으로 낳아 준 부모가 미워
하지만
아무리 원망해도 소용없어
장님의 세계에 남겨있는 것은
소리와
냄새와
맛과
촉각이지
소리는 너무 세게 부는 바람처럼 뭔가 아쉬워
냄새도 안 돼
인간의 코는 개처럼 감각적이지 못해
음식은 단지 배가 부르게 할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촉각만이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남겨진
오직 하나의 즐거움이란 것을 알 수 있었죠
촉각
나는 이 유일한 즐거움에 매달려서
손에 닿는 것이라면 뭐든지 만져봤어
그중에서도
살아있는 것의 감촉이 가장 즐거웠지
따뜻하고
부드럽고
개나 고양이를 사서 안아 본 적도 있고
목장에 가서 하루 종일 양이나 말과 논 적도 있어
하지만
어떤 동물이라도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어
특히
여인의 몸매 감촉과는 비할 수 없지
특수 학교를 나와서
바로 마사지 면허를 받았지
매일 밤 여관이나 호텔
맨션이나 아파트에 가서 일했어
돈 때문이 아냐
여자 손님의 피부를 만지고 싶었어
여자의 몸은 얼굴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 한 사람 다 다르지
모두 각기 독특한 감촉이 있어
나는 열중해서
또 다른 여자를 무수한 여자의 피부를 애무했어
그 무렵
죽은 아버지가 남겨준 땅에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해서
몇천만 엔이나 하는 가격에 팔았지
하지만
그런 거금은 장님인 나에게는 쓸 길이 없어
여러 가지 생각한 끝에
이 창고를 사서 조각을 시작했지
예전에 만진 여자의 몸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골라서 모두 조각했어
언제라도 어루만지고 즐길 수 있도록
이 아틀리에를 만드는 데 6년이나 걸렸고
땅 판 돈도 대부분 써버렸어
마침내 완성했을 때는 너무 기뻐서
매일 여기에 처박혀 있었어
낮이나 밤이나
어둠 속에서
하나하나의 조각을 쓰다듬으면서 즐기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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