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세기말의 초상
게르트루
게르트루
아, 집에 있었구려
난 막 나가려던 참이에요
오늘 저녁에 회의가 있나요?
그래요
위원회 회의가 있소
나는 오페라 극장에 가서 평소 앉던 자리에 있을게요
무슨 공연이오?
피델리오요
이리 와요
우리 얘기 좀 합시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소
그나저나 어머니한테 전화 왔었소?
아니요
돈을 받아 가셔야 할 텐데
그 얘기를 하려던 건가요?
아니오
이리 와서
앉아요
말해봐요 게르트루
장관 부인이 되는 건 어떻게 생각하오?
그건 내가 어느 장관이랑 결혼하느냐에 달렸죠
카닝 장관 말이오
그게 소식이군요
당신이 장관이 된다고요?
그렇소
하지만 당신은 정부를 지지한 적이 없잖아요
그렇소
하지만 그들은 약간의 변화도 나쁘지 않다고 보더군
그리고 당신이 바로 그 변화군요
집에 오는 길에 그 젊은 음악 천재를 만났는데...
에르하르 얀손 아니오?
애를란 얀손요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맞다면
그래, 애를란 얀손 그가 정말 천재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더군요
당신 생각은 어떻소? 음악을 잘 알잖소
내가 또 누굴 만났는지 아오?
아니요
가브리엘 리드만이었소
당신 마음을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소
알아요
우리 집에 한번 들러달라고 했소
오겠대요?
그러겠다고 하더군
그는 오랫동안 떠나 있었죠
2년 정도 됐지
3년이에요
편지가 몇 통 왔는데
청구서 같구려
고마워요
신문에 리드만의 사진이 실렸소
좀 봐도 될까요?
예전 모습 그대로네요
그래 별로 변하지 않았더군
당신이 축사를 맡게 됐다는 얘기도 했나요?
이미 알고 있었소
그를 만나는 게 기다려지네요
왜 그와 헤어진 거요?
그 얘기는 하지 마요
알았소
그래, 당신 인생의 그 부분은 이제 잊혔으니까
끝난 일이라는 당신 말을 믿소
리드만과의 관계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소
당신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었지
당신은 예술가였고
그는 유명한 시인이었으니까
그때는 상황이 달랐지
그랬나요?
물론이오
왜 웃는 거요?
그냥 미소 짓는 거예요
예술가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에게 사랑을 허락하는
가련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혹시 내 서류 가방 못 봤소?
네, 현관에 있어요
고맙소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 게르트루
이 거울은 가브리엘 리드만이 준 선물이에요
잠에서 깼을 때 내 모습이 아름다운 것에 비치길 바란다면서요
그가 그렇게 말했죠
알고 있소
나중에 당신은 장식이 덜한 다른 거울을 내게 주었죠
그런데 지금 그의 거울이 여기 당신 방에 있네요
입 맞추게 해주오 게르트루
이제 해가 빨리 지는군
그만 가봐야겠어요
내가 입 맞추려 하면 당신은 고개를 돌리는군
한 달이 넘도록 당신은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어
내가 환영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난 종종 자지 않고 당신 생각을 하오
혹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건 아닌지
그게 누구일지...
이런! 어머니가 오셨군
잘 있었니
- 잘 있었니, 구스타우 - 어서 오세요, 어머니
아이고 이놈의 계단!
- 우리 게르트루도 잘 있었니? - 어머님, 오셨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서 앉으세요
고맙다
좀 늦으셨네요
새로 나온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지 뭐냐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단다
어떤 책이었나요?
제목이 뭐였더라? 잊어버렸구나
누가 쓴 건데요?
모르겠어 아주 이상한 내용이었는데
무엇에 관한 내용인가요?
기억은 안 나지만 요새 작가들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어
차 좀 드릴까요?
고맙다, 얘야 하지만 포트 와인이 좋겠구나
- 네, 알겠어요 - 고맙다
우리 게르트루는 참으로 네게 과분한 아내로구나
네, 정말 그래요
사람들에게 항상 그렇게 말한단다
누가 묻기라도 하나요?
묻는 사람은 없어도 사람들이 워낙 수군덕거려야지
그래도 너희가 결혼한 뒤로는 비난받을 일은 전혀 없었지
지금까지는
그 애랑 얽혔던 그 옛날 소문도...
리드만요
그래 리드만 말이다
뭐, 그건 소문일 뿐이었지만
물론이죠
그래
그건 그렇고
사람들 말이 네가 장관이 될 거라더구나
사람들이 별소리를 다 하네요
장관 월급은 얼마나 되니?
희생이 따르는 법이죠
아이고, 세상에
분명 후회하게 될 거다
네 아버지와 그분이 치렀던 희생을 생각해 보렴
그래서 얻은 게 뭐냐?
응? 훈장 몇 개뿐이잖니
아니다
구스타우야 그냥 변호사 일이나 계속하렴
나라 걱정은 그만두고 말이다 내 충고다
어머니, 제가 장관이 된다면 그건 저 자신을 위해서일 거예요
게르트루도 궁중 무도회에 초대받겠지?
본인은 별 관심 없을 거예요
- 여기 있습니다 - 고맙네
자, 여기요
고맙구나
그럼
그래 게르트루
장관 부인이 된다니 기분이 어떠니?
잘 모르겠어요 아직 결정된 건 없으니까요
5시에 총리에게서 전화가 올 거요
하지만 어머니 돈 챙겨드리는 걸 잊으면 안 되지
내가 가져올게요
어머니를 좀 보내드리면 안 돼요? 꼭 할 말이 있어요
어머니, 아무래도 저랑 게르트루가 외출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 거의 5시가 다 되었구나
할 일이 아주 많단다
어머니 돈 안 가져가셨어요
정말 고맙구나 잘 있거라
안녕히 가세요 어머니
잘 있거라 게르트루
어머님 안녕히 가세요
그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네요
이 말이 당신을 아프게 할 거예요
구스타우
난 장관 부인이 되지 않을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요?
더는 당신의 아내로 살고 싶지 않아요
게르트루
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 약혼했을 때 당신이 했던 말 기억해요?
만약 어느 날
우리 중 한 사람이 자유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은 그걸 막지 않기로 했잖아요
기억하나요?
그래
기억하오
그때는 좀 서운했어요
평생 우리 둘이 함께할 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당신이 나를 아껴준다는 걸 알았을 때
난 당신에게 가서 당신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죠
그리고 난 그날의 결정을 한 번도 되돌리려 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제 나를 떠나겠다는 거요
게르트루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구려
아, 구스타우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어요
우리 자신도 변했고요
난 당신을 사랑하오 게르트루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해요
당신이 사랑하는 건 아주 많잖아요
당신은 권력과 명예를 사랑하죠
당신 자신을 사랑하고요
당신의 지혜와 책들 그리고 시가도 사랑하죠
가끔은 나를 사랑하기도 했겠지만요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소?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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