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천국과 지옥
그래서 결국 오늘 할 얘기가 뭔가?
이보게
우리 내셔널 슈즈는 영리 기업이야, 장사라고
맞아
그런데 이 구두를 다시 한번 보게나
이 구두로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 같나?
아, 잠깐만
물론 회사가 지금 적자라는 건 아니야
그리고 이 구두는 확실히 좋은 구두야 훌륭한 구두지
하지만 원가가 너무 비싸
게다가 디자인이 구식이야
그리고 하나 더
너무 튼튼해
적당히 망가져 줘야 판매량이 늘지
알겠나, 곤도 씨?
여자들에게 구두는 액세서리야
모자나 핸드백 같은 거라고
일단 멋진 디자인과 적당한 가격
거기에 여자들은 혹하게 돼 있어
맞는 말이야
그런데 우리 내셔널 슈즈는 실용적일지는 몰라도 영 아니란 말이지
이보게
요즘 세상에 실용성 따지며 여자 모자 만드는 사람은 없어
구두도 마찬가지지
구두와 모자가 같다는 논리엔 동의할 수 없군
쉽게 말해서
모자는 그냥 머리 위에 얹혀 있을 뿐이야
하지만 구두는 여자의 체중을 싣고 걷는 거라고
한 방 먹었군
하지만
자네도 우리 제품이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지난 1년 동안 판매가 전혀 늘지 않은 이유가 뭐겠나?
나도 임원의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건가?
좋아 솔직하게 말하지
지금 이 방에는
내셔널 슈즈의 최고 경영진이 다 모였어
난 판매와 영업 전반을 맡고 있는 전무고
자네는 생산 담당 상무야
이시마루 군은 디자인 담당 홍보는 가미야 군
다들 이사회 멤버들이지
이 가와니시 군도 자네 오른팔로서
언젠가는 이사진에 합류할 사람이고
그리고 우리 모두는...
회사의 암적인 존재가 누구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지
누군가?
사장이야
그 노인네는 고집불통이라
군화 같은 게 최고인 줄 알거든
그런데 그 양반이 주주 총회를 좌지우지할 만큼 주식을 쥐고 있으니
어찌해 볼 도리가 없지
그런데 자네
자, 이것 좀 보게
어떤가? 이 스타일, 이 감각!
여자들은 사족을 못 쓸 거야
이시마루 군의 걸작이지
게다가 이건 기존 공정의 절반이면 충분해
어떤가?
사장이 보면 뭐라고 할까?
사장은 이제 상관없어
사장이 상당한 주식을 쥐고 있는 건 맞지만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면 말이 달라지지
사장의 지분은 25퍼센트고
자네들 다 합쳐봐야 21퍼센트인데...
사장을 몰아내기엔 역부족이야
곤도 군
우린 자네의 지분도 계산에 넣고 있네
어떤가?
우리와 손을 잡지 않겠나?
자네 지분 13퍼센트를 보태면 34퍼센트야
25퍼센트인 노인네를 쫓아내기에 충분하지
그런데
새 사장은 누구인가?
그야
당연히 자네도 후보 중 한 명이지
하지만
그래도
이 새로운 방침을 세운 건 바바 전무님이시니까...
바바 전무가 차기 사장이 되고
상무인 자네가 전무로 승진하는 거지
뭐, 그 정도면 적당하지 않겠나?
사장님의 방식이 지나칠 때도 있겠지만
최소한
언제나 제대로 된 구두를 만들어 왔어
그런데 자네들은 이런 쓰레기 같은 구두를 만들겠다는 건가?
아, 들어보게
난 열여섯 살 견습공 때부터 시작해서
군대에 가 있던 시절을 빼고 거의 30년 동안
내셔널 슈즈에서 잔뼈가 굵었어
공장 안의 소리 하나 냄새 하나까지 모르는 게 없지
수많은 구두를 만들었어
그 구두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고 있지
모두가 좋은 구두였고 튼튼한 구두였어
이제 와서 이런 잡동사니에 내셔널 슈즈의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네!
이보게!
이런 구두는 한 달도 못 가서 다 망가져 버릴 거다
여긴 스틸 생크도 없고
안창은 판지야
재봉 공정을 아끼려고 전부 접착제로 붙여 놨어
이 싸구려 내피는 또 뭐고?
이런 걸 자네들은 돈 받고 팔겠다는 건가?
하지만 그 샘플은 원가가...
지금까지의 원가로는 이익이 안 나니까...
그렇게 곧이곧대로만 해서는 장사가...
장사라는 것쯤은 나도 잘 알아!
이건 내 사업이자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일이야
구두는 내 삶의 보람이야 이런 엉터리 일은 할 수 없어
그래서 앞으로도 사장님 명령대로 군화나 만들겠다는 건가?
사장 방식도 틀렸어
그게 아니야
사장도 안 되고 우리도 안 된다...
그래서?
난 내 이상적인 구두를 만들 거야
걷기 편하고 튼튼하면서도 디자인이 멋진 구두를 만들겠어
물론 원가는 비싸고 순이익은 적겠지
하지만 길게 보면 그게 진짜 이익을 가져다줄 거야
낭만적인 소리를 하고 있군
사장님도 우리도 자네가 그렇게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걸세
쉽게 말해, 우리가 사장님과 손을 잡으면 우리의 지분은 46퍼센트야
13퍼센트뿐인 자네 따위 금방이라도 쫓아낼 수 있다고
마음대로 하게
주주 총회는 다음 달이니까!
아, 가와니시 손님들 가신다
배웅해 드려
네
어머 벌써 가시나요?
사모님 계셨군요
곤도 상무는 뭐 하는 겁니까? 배웅도 안 하고
아, 그게...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당신
저분들하고 무슨 일 있었어요?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 일도 아닌 표정이 아니었는데요
걱정 마 당신이 상관할 일 아냐
일 때문이니까
당신도 참...
뭐든 일 때문이라며 넘겨버린다니까
저 친구, 무슨 비장의 카드를 숨기고 있는 거지?
네?
시치미 떼지 마
오른팔인 자네가 그의 계획을 모를 리 없잖아
빌어먹을 사람을 그렇게 내쫓다니
웬만한 자신감 없이는 우릴 그렇게 보낼 수 없지
안 그래?
저 친구는 대체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한 거야?
글쎄요
왜 직접 물어보지 않으셨습니까?
말대꾸하지 마
그놈이 뭘 꾸미고 있는진 몰라도
그걸 무너뜨리는 걸 도와준다면 이사 자리를 약속해 주지
유혹하지 마세요
언제까지 곤도 밑에만 있을 건가?
잘 생각해 보라고
준, 이제 그만하렴
다들 무서운 기세로 돌아가던데요
괜찮은 거예요?
두고 봐
또 무슨 싸움을 시작한 거군요
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네요
놈들은 날 몰아내려 하지만
천만에 그렇게는 안 돼
이미 손을 써 뒀지
큰 건인가 보네요 대체 어떤?
확실히 마무리될 때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군
아무튼 놈들의 숨통을 끊어 놓겠어
준도 당신을 쏙 빼닮았네요
싸움질을 좋아해서 큰일이라니까
준!
응?
어머 신이치였구나
이번에는 제가 보안관이에요
준
이번엔 네가 쫓기는 차례냐?
응
쫓기는 중이라도 도망만 다니면 안 된다
잘 매복해 있다가 보안관 같은 건 해치워 버려야지
당신도 참...
사나이는 말이다 해치우느냐 당하느냐뿐이야
자, 가서 둘 다 지지 마라
응!
당신 갈수록 심해지네요
뭐가?
일하는 방식요
난 남을 짓밟으면서까지 당신이 출세하길 바라지 않아요
여자는 몰라
난 전무나 사장이 되고 싶은 게 아니야
그저 내가 만들고 싶은 구두를 만들고 싶을 뿐이야
네, 여보세요
그렇습니다
네?
오사카 호텔요?
오사카에 전화하셨나요?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 여보세요?
310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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