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인도보리수는 독특한 생애를 보낸다
새가 배출한 씨앗이 다른 나무에 안착하면
거기서 뿌리를 뻗어 땅을 향해 자라면서
숙주였던 나무는 가지로 휘감아 죽이고
이 신성한 나무가 비로소 홀로 선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
정말 고마운데 막 자려던 참이야
종일 굶었잖아 아침부터 먹고 자
당신 기도가 응답받은 거야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워
아버님이 살아계셨다면 좋았을 텐데
평안하시길
이만
더 큰 집을 받을 수 있을까?
시간이 걸릴 거야
기다려야지
같은 방 쓰기에는 애들이 많이 컸어
이사하면 사는 게 달라지겠지?
호신용으로 쓰라고 주더라
왜?
우릴 지키란 거지
들어 봐
잡아 봐
난 만지기 싫어
겁내지 마 안전장치 했어
겁나진 않아
무겁네
애들한테도 말할까?
나중에
지금이 적기잖아
아빠가 판사 된 거 알면 기뻐할 거야
판사 아니고 수사 판사야
그게 그거지 곧 판사 되는 거잖아
두고 봐야지
애들도 이런 걸 알아야 해
그래야 자신감을 얻지
혁명 재판소가 어떤 곳인지 알잖아
평판이 좋지 않아
그래도 너무 오래됐어
당신 일을 말해 줄 날을 기다려 왔는데
지금이 그때야
당신 승진 축하 겸 외식해도 괜찮지?
거기서 애들한테 말해 주는 거야
글쎄
나한테 맡겨
알았지?
그래
사나, 살살 해 아빠 주무셔
난 안 가도 되잖아
안 돼 우리 넷이 해야 하는 얘기야
그냥 지금 해
아빠 있을 때 해야 한다니까
축하 식사 자리야
뭘 축하해?
그때 들어
난 친구들 만나야 해
친구는 다른 날 만나
무슨 다른 날? 걔 생일이라고
다른 날 태어나라고 해
장난하냐
예전부터 준비한 거라 미룰 수도 없어
무조건 가족이 우선이야
뭘 축하하는 자리인데?
너희 아빠가 적어도 20년간 꿈꿔 온 거야
궁금해서 미치겠네요 그냥 말해 줘
너희한테 자기 방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야
진짜야? 진심?
조용히 하랬지
당장 식당 가자
이제 안녕이다
고마워요 여기 둬요
판사 멋대로 판결할 수 없어
그 전에 정보와 증거를 수집해야 하지
아빠 일이 그 정보 수집이었고?
맞아
근데 지금까진 왜 숨겼어? 빨리 말해 주지
자신과 가족의 안전상 아무도 몰라야 하거든
각 재판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데
패자가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보복할 수도 있어
수사 판사가 됐어도 위험한 건 여전하잖아
그렇지
그래도 지금은 너희가 알아서 조심할 만큼 컸어
뭘 조심해?
복수하려는 사람 때문에 우리도 위험하다는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우리 같은 이웃이 있는 곳으로 이사할 거야
거긴 어린애들도 있어
경비가 삼엄하니 안전할 거야
아빠한테 피해 안 가게 지켜야 할 것들이 있어
어떤 거?
히잡 착용 같은 거
SNS에 사진 한 장 올리지 말고
흠 잡힐 일 만들지 마
너희 일거수일투족이 꼬투리 잡힐 수 있어
행동거지, 옷차림 가는 곳도 조심해야 하고
친구도 조심 말도 조심해야지
아빠 숟가락 묘기 보여 줘
그래
이게 뭐야?
다 적혀 있네
5권짜리 사건이야
수사 오래 걸릴 텐데 시작도 못 했고
신경 끄고 그냥 기소 내용 적고 서명해
검찰 측 지시야
그렇게는 못 해
20년간 정직하게 일했어
판사 선서도 했다고
도청 중
판사 선서문을 다시 한번 잘 읽어 봐
마지막 부분에 집중해서
점심 먹지
자네가 수사 판사가 된 이유가 뭐라 생각해?
법원장님 눈 밖에 났었는데
법원장님은 자네 승진 반대했어
자기 사람 앉히려는데
내가 밀어붙였지
법원장님은 자네가 실수하길 바라고 있어
내가 곤란해지면 좋겠어?
그대로 좌천돼서 식구들 고달프게 할래?
그 자리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이만
여기서 버텨서 입지를 다져야 해
검찰 지시가 붙은 사건이면 더더욱
파일을 다 읽지도 못했어
신께 대적했다고 기소해?
사형을 구형하고?
나 어때?
잘 어울려
어깨선이 너무 안 맞는걸
앞은 너무 헐렁해
- 여쭤볼까? - 그래
- 사장님 - 왜?
옷은 참 예쁜데 어깨가 안 맞아서요
앞이 너무 헐렁해서 흉부 부각이 안 되고요
여긴 흉부가 아니라 가슴이야
어깨는 베일 두르면 어차피 다 가려질 거고
그래도 좀 고쳐주세요
얘야, 이건 교복이지 파티복이 아니야
교복도 예쁘게 입을 수 있잖아요
알았다 벗어라
앞쪽 품도 줄여주세요
대신 학교에서 혼나도 내 탓은 하지 마
사다프 됐어
뭐가 돼? 난 헐렁한 옷 싫어
앞쪽 줄이는 건 조금만요
알았다 그러마
언제 다 될까요?
다음 주에 전화 한번 주렴
다음 주부터 등교하는데요?
바쁜데 어쩌겠니?
여보세요?
응, 엄마
가족이랑 떨어져 지내기 힘들진 않아?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는 건 힘든데
좋은 점도 있어요
새 친구들도 사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죠
자립심도 강해지는 거 같고요
여기까지 보내시다니 엄마가 용감하시다
잘 먹었습니다
- 더 줄까? - 아뇨
- 이걸로 괜찮아? - 네
학기 초반에는 엄마가 좀 걱정하셨는데
적응한 거 보시니 괜찮으신가 봐요
한 방에 몇 명이야?
8명
완전 좋다 나도 들어가고 싶다
아민한테 전화가 왔는데 엄마가 하트 표시를 본 거야
이름 옆에 달아놨거든
엄마가 누구냐길래 학교 친구랬지
모든 친구 이름에 빨간 하트가 있냐더라
순간 말문이 막혔는데
엄마가 어떤 애인지 보고 싶다지 뭐야
그래서...
보자고 하셨어? 진짜 쿨하시다
레즈반
응?
- 이리 와 봐 - 알았어
금방 올게
그래
사나 좀 도와줘
흰색 하트로 했으면 의심 안 받았을걸
왜, 엄마?
네 친구 점심 먹였으니 차 대접하고 보내렴
그게 무슨 소리야?
쟤 사정 얘기했잖아
기숙사는 아직 안 열었고 테헤란에 지인도 없어
근데 내보내라고?
널 몰랐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대?
날 알잖아
엄마가 말했잖아
우리 상황이 달라졌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뭘 조심해?
어울리는 사람들
사다프가 우리한테 무슨 위험이 돼?
사다프가 어쨌다는 게 아니야
우리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거지
네가 말하기 힘들면 엄마가 나가라고 할게
아빠랑 얘기해 볼래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말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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