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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넘었소
이창섭 동지 어찌 생각하오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죽었다고 봐야겠지요
반드시 살아서 오실 겁니다
살아서 온다면
왜놈들에게 붙잡혀 밀정이 되었겠지
어이 이창섭이
그 괜한 억측으로 사람 모함하고 그러지 마시오
누구 덕분에 동지들이 개죽음을 당했는지
벌써 잊었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어리석은 선택이었지!
그건 이창섭 동지 말이 맞소
어떠한 이유라도
안중근을 두둔하는 건 용납할 수 없소
자네 괜찮은가?
적장을 풀어줬다는 게 사실인가?
살아서 돌아온 동지들은 있습니까?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아이구
아, 안 형...
살아 있었구려
내 살아서 돌아올 줄 알았소
어?
근데 몸이 이게...
몸이 이게 뭐요 이게?
어?
괜찮습니까?
살아서 보니 좋구려
일단 앉으시지요
무슨 낯으로 여길 왔는가?
이 동지 자중하시오
저자가 무슨 말을 하건
저는 용서할 마음이 없습니다
용서를 구하려고 온 게 아니오
아직 할 일이 남았기 때문에 왔소
어찌 되었소?
진지를 구축하러 온 선발대로 보이는데
얼추 잡아 150명 정도로 보입니다
의군의 수보다 70여 명 많다는 건데
불리한 상황이오
싸움은 쪽수보다 기세야
2 대 1이면 해볼 만하네
아, 이게 틀린 말은 아닌데
그 불리한 상황은 맞소
무기도 우리보다 월등하고
그 초소는 어떻소?
남쪽하고 북쪽으로 두 개씩 세워져 있습니다
그럼 내가 좌영군을 이끌고
남쪽부터 치받겠소
그럼 내가 김 동지하고 북쪽을 치받으면 되겠네
그러면
내가 먼저 초소를 치겠소
일본군의 총구가 나한테 쏠리면
좌영군과 우영군이 일시에 기습을 합시다
창섭이
내 신호를 기다리게
알겠네
지금!
정신 안 차려?
뛰어!
스즈키 눈물 그쳐
군인답게 죽어라
누군가?
누군가?
나는 대일본제국 육군 소좌 모리 다쓰오다
너는 누군가?
나는 대한 의군 참모 중장
안중근이다
할 말이 있나?
인간이 부끄러움을 모르면
금수랑 다를 게 없는 거야
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야
니들이 죄 없는 조선인을
어떻게 죽였는지 알고도 그딴 소리를 해?
어?
시건방진 노무 새끼
우 동지
놓으쇼 다 죽여 버릴라니까
가족이 있는가?
처와 두 아들이 있다
너희들을 전쟁 포로로 석방할 테니
가서 부상병들을 치료하라
지금 뭐 하는 거요?
안 동지!
패장으로서 돌아갈 면목이 없다
명예롭게 죽게 해달라
모리 소좌
애들 고아 만들지 말고
살아서 돌아가게
안 형!
왜 그러는 거요 지금?
어?
아니 후환이 두렵지 않소?
이렇게 풀어주면
그 왜놈들 죄다 끌고 와서 다시 공격할 수도 있소
무기를 뺏고 우리가 이곳을 떠난 후에 풀어주면
별일 없을 거요
적을 풀어주면 내분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저기 죽어 있는 우리 동지들도 좀 보시오
어?
아니, 다른 동지들이 가만히 있겠소?
동지들의 마음은
내 알겠소
허나 만국공법에 따라
사로잡은 포로를
마음대로 처형할 순 없소
이창섭 야만이야!
만국공법 천 마디가 대포 한 발에 진다 했다
그깟 공염불에 휩싸여서
동료들의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들 셈인가?
자네는 4천만 일본인을 모두 죽이는 게 목표인가?
나는 이 나라의 국권을 회복하는 게 내 목표야
4천만 일본인을 모두 죽여서
우리나라가 독립이 될 수만 있다면
난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야
그들을 모두 죽이려 들면 우리도 모두 죽는다는 것을
자네는 진정 모르는 것인가?
모든 책임은
자네가 지어야 할 것이야
내 결정이 틀렸다고 생각하오?
이창섭이 좌영군을 끌고 떠났습니다
병력도 손실이 적지 않고
두만강을 건너 연추로 돌아가는 게
쉽진 않을 겁니다
우 형
아직도 나한테 불만이 남았소?
아이 불만이랄 게 뭐 있소?
아랫동네 가서
내 먹을 것 좀 구해 오겠소
같이 가시지요
몸이나 녹이고 있으시오
빨리 갔다 오겠소
그 술도 좀 있으면 얻어 오시오
그 먼저 간 동지들한테 인사는 해야 될 거 아니오
그럽시다
네
찰나의 감상주의에 빠져서
포로로 잡은 적장을 놔줬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만일에 그 일본군 장교를
다시 포로로 잡는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하겠는가?
안중근
대답하라
대한 의군을 궤멸시킨 책임을 당장 물어야 합니다!
책임지시오!
맞습니다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씨부럴 무슨 말이라도 좀 해보시오!
밀정이 아니란 증거 있소?
싹 물러나시오!
대한 의군 동지들
안 동지의 책임을 묻는 것은
얘기가 다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소
최재형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저자를 두둔하십니까?
이창섭 동지
내 말이 틀렸소?
안 동지
왜 바로 연추로 오지 않았는가?
대답하시오
회령으로 피신해 강을 건널 기회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두만강을 건너 연추로 오려 했지만
살아 돌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죽은 동지들의 참담한 비명이 귓가를 맴돌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처참한 형상의 시신들이
눈앞을 떠돌았습니다
나는 길을 잃었습니다
나의 믿음으로 인해 많은 동지들이 희생되었으니
더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죽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내 목숨은
죽은 동지들의 것이라는 것을
나는 죽은 동지들의 목숨을
대신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알았습니다
대한 제국을 유린하는
일본 늑대의 우두머리
늙은 늑대를 반드시
죽여 없애자고
이등박문을 태운 배가 8시에
대련항에 도착할 예정이오
일본인 신분증이오
대련항에 도착하면
2층 매점으로 가시오
매점 주인장에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왔다고 하면은
총을 내어줄 것이오
가족들에게 남길 편지는 썼소?
작전이 끝나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대동공보사로 가시오
최재형 선생께서 기다리고 있소
건투를 비오
고향이라...
어머니 돌아가시고 한...
20년 됐나?
어이구, 참
그럼 편지는 누구한테 적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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