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다 챙겼어?
응
비행 내내 게임 할래? 공부 안 하고?
들여다는 보겠지
그래 뭐
이메일 보내면 답장 좀 써
얘가 뭔 생각 하고 뭐 하고 사나 알게
그래
무료 화상 통화도 일주일마다 하고
알았어
그나저나... 과학 도면은 챙겼어?
응, 넣었을걸
참 잘 그렸더라 빈말 아니고
고마워
또 뭐 있나 컴퓨터 충전했고?
응
집에 가면 뭐부터 할래?
글쎄
우리 대화가 참 훈훈한 게
네 대답이 참...
뭐?
피아노 연습 계속해
소질도 있고 학교에서도 많이...
음악은 배워두면 쓸데가 있거든
이거 살래? 맛있던데
응
그래
여기요 음, 네
고마워요, 네
아빠는 10월에나 갈 거 같아
첫 연주회 맞춰 가서 축구하는 것도 볼게
- 여기요 - 고맙습니다
올해는 축구 안 할지 몰라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
나 별로 못해
너 무지 잘해 정말로
여름 합숙 훈련 빠져서 끼기도 뭐해
감독님한테 말해
아빠가 유럽 사셔서 가보느라 그랬다
어쩌고저쩌고
상황이 그랬지 꼭 하고 싶다고
꼭 하고 싶진 않아
안 해도 그만이야
당장 결정하진 말고 일단 생각해 봐
팀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데
다 왔다
이 공항 좋지 않냐?
완전 멋져
근사해 죽지?
엄마 볼 생각에 설레?
응, 친구들도 그렇고
그렇지 탑승권하고 여권은?
그래 잘 갈아탈 수 있겠어?
응, 타봤잖아
이번에는 복잡해서
착륙해도 가만있어
승무원이 데려다 줄 거야
그런 건 걱정 마
좋아, 그래
뭐냐...
야, 이제 들어가 봐야겠다
자, 안겨봐 요 녀석
연주회에 맞춰 가볼게
사실... 못 와도 돼
그건 또 뭔 소리야?
못되게 들리겠지만 연주회엔 안 오는 게 속 편해
왜?
그냥 다른 주말에 왔다 가
그래도... 연주하는 거 보고 싶은데
엄마가 아빠 싫어하잖아
아빠 보면 화낼 텐데 그게 신경 쓰여
먼저 가세요
고맙습니다
같이 못 놀게 할 거고
그건 엄마하고 의논할게
넌 그런 거 걱정 마 알았지?
그냥...
아빠가 보고 싶어 할 거 알지?
왜 엄마는 아빠를 싫어할까?
그야 모르지
아빠보다도 지금 애인을 더 싫어해
하긴
아빠, 걱정 마 방법을 찾아볼게
- 이제 들어가야겠다 - 그래
뭐 도와줄 건 없고?
글쎄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 그럼 - 그래
그야 알지
짱 재밌는 여름 방학이었어
정말?
그럼
아빠도 그래
거봐, 그리스 재밌는 데랬잖아
그러게
그럼 됐어 사랑한다, 아들
나도 사랑해 아빠
그런 뜻에서 악수 가봐
- 갈게 - 그래, 가
네, 네
그래요
그리스 칼라마타 공항
네, 그럼 좋죠 고마워요, 네네
끊을게요
팔짝 뛰겠네
왜 그래?
반대하고 나섰대
그 풍력 터빈?
6개월간 구워삶을 때는 다 좋다더니...
근데 왜?
언덕에 세워보니 미관상 안 좋대
다 된 줄 알았는데
그랬지
- 그러니 열받는 거지 - 그래도 돼?
그럼, 이제 물 건너간 거야
어쩌냐
아니, 힘 빠져서 더는 못 참겠어
그냥...
레미랑 일할까 봐
안 돼 걔하곤 안 돼
- 왜 안 돼? - 정부 밑에서?
이 정부는 달라 이게 유일한 길이야
그런 말 마 여태도 잘해왔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좋겠어
게다가 그 남자 싫어했잖아
같이 일할 때는 투덜대놓곤
재수 없어도 일은 잘하거든
- 그래 - 나 속물 될래
그 사람한텐 야망밖엔 안 보여
정부 기관으로 간 것도 권력에 빌붙어 먹자는 거겠지
그건 내 알 바 아냐
당신 못 참아내
정치 공작이며 비굴한...
암튼 마음 정했어
열심히 쌓아놓으면 무너지는 꼴 다신...
비서한테 펜 던지던 놈이지?
차라리 진작 옮길걸
일에 치일까 봐 쫄았는데
이런 기회 또 없어 월급도 그렇고, 할래
그래, 해
확신은 들어?
아니 확신 드는 건 없어
나 가면 어쩔까 싶고
다들 날 의지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내가...
아니 나야 모르지만
너무 성급한 거 같아 풍력 터빈 문제로...
아니 꼭 그런 건 아냐
여름 내내 고민한 거야
알지
나 할 거야
해, 그럼
할 거야 됐지?
미쳐 단순하면 좀 좋아
떠나도 문제 남아도 문제니...
쉬운 게 없지
응, 사는 게 뭔지
그러게
너무해, 피 같은 휴가 때 딸들은 보름씩 아프고
아들은 머나먼 나라로 떠나고
내 참사랑은 뒷정리도 면도도 잘 못하고
누구?
설마 이 '깔끔 대장'?
'깔끔 대장'? '깔끔 대장' 다 죽었네요
- 더 이상 뭘 바라세요? - 에구에구
못살아
쟤들 너무 귀엽다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한 장 찍어놔야겠어
근데 엘라는 사과 다 먹었어?
- 입속에 든 걸 뺏어 먹게? - 응
알았어
다 갈색이야
멀쩡한 데도 있네
엘라, 아빠가 네 음식 훔쳐먹은 증거란다
너 폭식증이나 거식증 걸리면
내 잘못 아니니 엄마 탓 마
한 식구끼리 나눠 먹는 정이지
사랑한다, 딸
말은 번드르르해
얘들은 이 휴가를 다르게 기억하겠지
맞아 울 엄마도 그랬어
내 어릴 적 기억하고 달라 난 찍지 마
참 좋으신 분인데 자기는 야박하게 굴더라
당신이 끔찍한 때를 못 겪어서 그래
끔찍한 때라니까 생각났는데
클레오파트라란 내 고양이 얘기 했었나?
글쎄...
말하면 기억날걸
이건... 어릴 때 키우던 클레오파트라는
봄이면 뛰쳐나가 새끼를 배어와선
늘 더도 덜도 말고 두 마리만 낳는 거야
- 두 마리? - 두 마리
매번 매해 두 마리만 그게 되게... 신기했어
나중에 서른 즈음에 아빠랑 점심 먹다가
생각나서 클레오파트라 얘기를 했더니 아빠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귀여운 고양이들 죽이는 거였대
내가 '뭐?' 하며 놀라자 말해줬는데
어떨 때는 7마리씩 낳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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