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애 엄마가 아직도 안 온 거야?
언제부터인데?
남자가 생겨 도망간 건가?
이렇게 눈먼 딸을 두고 설마 도망갔겠어?
파도에 휩쓸려 죽었을지도 몰라
아냐 도망간 게 틀림없어
눈먼 딸을 돌본다는 게 너무 힘든 거겠지
어, 약장수 사이토 씨가 왔네
마을에 사람이 없길래 뭔 일인가 해서
마침 여길 지나가다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서
마침 잘 오셨수
당신처럼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
우리 아가씨는 이름이?
몇 살?
오린
여섯 살
아이고 귀여운 목소리네
그래 이름이 오린이구나
이거 먹으렴
태어난 곳이 와카사 오바바에 있는 부처 계곡이라고 들었는데
엄마, 아빠 얼굴은 본 적이 없어요
듣기로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던데
내가 아는 건 그곳 파도 소리뿐이에요
여섯 살 때 사이토란 분에게 이끌려
에치고에 있는 사토미 고제의 제자가 되었어요
오린의 노래
그로부터 딱 20년이 흘렀네요
스물한 살 때 문란한 여자라고 낙인찍혀
사토미 고제 무리에서 쫓겨났어요
그 이후로는 이렇게 홀로 쭉...
그럼 동료들한테 쫓겨났다는 거야?
맞아요
고제는 나 같은 눈먼 여자들이 한데 모여
샤미센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떠돌아다니는 무리예요
그리고 마을에 있는 고제들만 사는 집에 머물죠
무리에서 쫓겨나 떠돌이 고제 신세가 되면
나처럼 홀로 샤미센 들고 문전 구걸하다
아무도 없는 숯가마 오두막이나
비 새는 사원에서 지내는 거고요
사쿠지, 마중 나간 양반 아직도 안 온 거야?
아베 고타로 군에게 무운이 지속되기를
만담꾼들 실력이 형편없어
환송회가 영, 즐겁지 않아
이거 고제님이 많이 늦네
반드시 오겠다고 오늘 아침에 약속했어요
도련님이 전쟁터로 가시는데
노래에 맞출 샤미센이 꼭 필요하단 말이야!
코타로 씨 축하해요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면사무소 병사계에게 들었는데
너희 연대는 눈에 익숙한 부대라
시베리아로 보내질 것 같아
너희들
시모사토세에서
어떤 남자가 목매달아 죽었다는 얘기 들었어?
아, 그 얘기? 알지, 알아
헛간 들보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걸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게 남자 시체였대
아마 탈영병일 거예요
군 당국은 이 사실을 모르는 체할 거예요 부끄러운 일이니까
아마, 잡혔으면 총살당했을 거야!
왔다, 왔다, 왔어!
끝내주는 고제님 왔어!
주인 어르신 지금 모시고 왔습니다
고제님! 이가 끊이질 않아요
그래요? 미안해요
기예도 좋고 용모도 좋고!
지금부터 환송회를 위해 많은 노래를 불러줄 겁니다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고제 양반, 슬픈 노래 말고 기분 좋은 노래 좀 불러줘
네에
바위투성이 해안가에 부드러운 해초
하나도 안 보이는 건가?
아무것도 볼 수 없어
그렇게 말했지만
모르지 보이는데도 안 보인다고
안 보여도 이불속에선 상관없지
무슨 소리야?
안 보여도 잠자리엔 상관없다고
멍청한 놈!
너희들 밤에 몰래 덮칠 생각 하지 마
근데 저 여자 떠돌이 고제잖아요
떠돌이라고 해도 창녀는 아냐!
분명 거절하지 않을 거라 믿어요
같이 가고 싶은 마음 나도 알아요
태어날 때부터 맹인인지라 항상 어둠 속에서 살아왔지요
여섯 살 때 사이토 씨가 타카다에 가면
나 같은 맹인 소녀들이 잔뜩 살고 있다고 했어요
거기에 가면 훌륭한 고제가 될 수 있다고...
넌 앞이 안 보이니
네가 살길은 몸 파는 여자나 안마사가 되는 것뿐이지만
고제들이라면 널 따뜻하게 돌봐줄 거고
거기서 음악을 배우면서 즐겁게 살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카네코 정신 차려!
네 귀엔
모든 게
야스케의 발소리처럼 들리는 거야?
사이토 씨가 왔구나
그 약장수?
그래
맞네
작년에는 눈이 녹은 후 왔었는데
혼자가 아니네
안녕하셨는지요
약장수 사이토입니다
올해도 이렇게 인사드리러 왔네요
잘 지내시는 거 보니 다행입니다
어서 오세요
오! 미츠코구나
작년보다 불쑥 자랐구나
눈이 오는 데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토미 고제의 단장님
건강하신 모습을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또 한 번 부탁드릴 일이 생겨서...
올라오시죠
감사합니다
그곳은 향과 머릿기름 냄새가 나는 곳이었어요
엄마는 친절한 분이셨고
내가 인사를 드리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그리곤 나를 고제 언니들에게 소개해 줬어요
야스코 님은 내게 떡을 구워주었고
따뜻한 떡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네요
그럼... 넌
손잡아줄 사람도 없이
혼자 여행하는 거야?
그렇죠
근데
당신 어디서 온 거야?
3월까지 젠코지에 있다가
4월이 시작되고 아라이를 거쳐 여기로 오게 됐어요
여기, 물 물 좀 마셔
고맙습니다
당신
정말 떠돌이가 맞아요?
어, 맞아
여기 채석장에 일하러 왔어
이 일도 오늘 아침 부로 끝이라 마을로 돌아가는 중이야
이런 깊은 산속에 있으면서 떠돌이라는 거예요?
당신은 이 근처 사람인가 보네요
그렇지 않아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어두워질 거야
그래서 여기서 밤을 보내기로 한 거지
피곤하다
잘 먹었어요
이봐요! 정말 자는 거예요?
오늘날, 우리 모두는 타락한 시대에 살고 있다
참된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부처님의 본원 발원을 굳게 믿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결코 흔들림 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야 한다
집게손가락을 써
죠로(매춘부)...
죠로... 이렇게
두 번째 줄로...
손가락을 위로 오리고
츠기코!
왜 날 못살게 구는 거지?
응? 무슨 말이야, 카네코?
일부러 넘어뜨리려고 했잖아
무슨! 그런 짓을 할 리가?
실수로 쓰러진 거야 바느질하고 있잖아
거짓말!
잘난 척하지 마
넌 나만 못살게 굴어
나도 그거 알고 있어!
너 마고지랑 몰래 만나는 거 다 알아
물이 얼음장 같지?
네
빨래하는 게 제일 싫어
네
오린
네
넌 생각보다 배움이 빠르구나
하지만
고제로서 꼭 명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단다
고제의 규율을 지켜야 해
알겠니?
고제는 귀, 코, 입 그리고 팔다리
자신의 모든 것을 부처님께 바쳐야 해
그래서 우리는 매일 아침 불경을 외우는 거야
부처님께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보호해 주시길
길을 잃으면 그건 지옥
끔찍한 지옥에 떨어질 거야
알겠니?
네
2년이 지나면 3년 차의 시작을 축하하고
7년이 지나면 예명을 받는다
이듬해 수련 8년 차에
'언니'로 불릴 자격이 주어지고
거기에 3년이 흐르면
마침내 모든 수련이 끝나는 거지
비로소 제 몫을 하는 어엿한 고제가 되는 거야
여러 밤을 찾아갔건만
아직도 당신을 볼 수가 없네
문 앞에서
당신께 편지를 남기네
문 앞에서
당신께 편지를 남기네
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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