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추억은 방울방울
휴가를 열흘이나 내길래 해외여행 가는 줄 알았지
야마가타에 있는 시골에 간다고?
네
실연당한 거야?
시골을 동경하고 있었거든요
또 만나
잘 가
너희 집 가자
싫어
왜?
그냥
성적 올랐니?
아니
근데 걱정 없어
어째서?
오늘 바로 시골 할머니 댁 가거든
꾸중 듣는 건 한참 나중이야
좋겠다
너도 시골에 가?
응, 나가노에 가
타에코는?
모르겠어
우리 아빠는 별장을 샀어!
굉장한걸!
역시 산수 성적이 안 좋구나
그렇지만 실과는 우 받았어
방학 때 어디 갈 거야?
아니
어디 좀 놀러 가
영화관에 데려갈게
'두루미의 보은' 보여 줄게
그런 데 말고 시골에 가
시골?
시골의 할머니 댁 같은 곳
할머니는 우리 집에 계시잖아
할아버지!
돌아가셨잖니
우린 갈 시골이 없단다
없는 걸 조르진 말아 주렴
난 부모님 세대부터 모두 도쿄 토박이라
시골집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성수기라 복잡해서 여행 같은 건 못 가
그래도 가고 싶어
오오노야는?
오오노야엔 자주 갔었으니 방 하나는 주지 않을까?
그게 어디예요?
오오노야가 좋겠네요 타에코는 가 본 적도 없고
그러네
어딘데? 산? 바다?
아타미에 있어
아타미?
고속 열차도 탈 수 있어
거긴 괜찮겠다
아타미...
재밌을 거야 갖가지 목욕탕이 있어
무지 큰 로마 탕도 있어
그래 작은 탕도 많아
백조 탕도 있고 삼색제비꽃 탕도 있지
맞아 삼색제비꽃 탕!
삼색제비꽃 탕
무지 멋진 목욕탕이야
넌 목욕탕 좋아하잖니
아버지는 바쁘시니까 할머니랑 넷이 다녀오렴
네?
우리도?
가?
매일 라디오 체조 하러 오고 부지런하네
친구들은 시골에 가 버렸어
넌 어디 안 가니?
- 갈 거야! - 어디?
아타미!
아타미? 뭐 하러 가는데?
목욕하려고 가!
어쨌든 잘됐네
나도 다음 주부터 친척 집 가거든
당분간 아무도 안 올지도 몰라
여보세요 오카지마네 집입니다
나나코 언니? 나 타에코야
오늘 출발하는데
미츠오 형부는 시골집에 전할 말 없나 해서
별로 없을걸
나오코에게 쿠키라도 사다 줘
삼촌과 내가 주는 거라고 해
나중에 갚을게
그렇게 할게
어머니는?
외출하셨어
근데 화나셨어
너 맞선 거절했다며?
27살짜리에게 그런 상대는 다신 없을 거래
늘 그 말씀만 하셔
진지하게 생각해 봐 너도 이젠 젊지 않다고
그런가?
당연하지
언제까지고 철없이 지낼 순 없어
암튼 넌 참 유별나
작년엔 농사일도 했다며?
맞아 벼 베기!
올해는 홍화를 딸 거야
홍화?
맞아, 언니랑 형부 덕분에 시골집이 생겼으니
시골 생활을 만끽하고 오려고
정도껏 해 둬
귀중한 휴가인데 그런 시골집 말고
멋진 펜션에서 푹 쉬지 그래
꽃미남을 만날지도 모르잖니
안 돼 그건 위험해
오오노야의 삼색제비꽃 탕처럼 돼 버릴 거야
오오노야?
요전에 말했던 그 일?
아직 그런 징크스에 매여 있니?
넌 참 별난 과거를 등에 지고 사는구나
그때 물론 언니들은 아타미엔 가지 않았다
할머니
아직이에요?
목욕하러 가요
아까 갔다 왔잖니
백조 탕만 갔잖아요
너무나 심심했던 나는 그림 형제 탕을 시작으로
인어 탕
레몬 탕
삼색제비꽃 탕 등
각종 탕을 건너다니다가
와, 크다!
로마 탕에 다다랐을 때는 현기증이 나서...
굉장한걸!
어이없게 졸도!
기대했던 1박 여행이 덧없이 끝난 후엔
길고도 긴 여름 방학이 기다리고 있었다
양발로 뛰기
팔 벌려 뛰기
얼마 전 언니들과 만났을 때 아타미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웃으며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먹어 본 적 있어?
아니 처음이야
내가 졸라서 사 온 거야
알고 있어
어디서 사셨어요 아버지?
긴자의 센비키야 과일 숍
비쌌죠?
어떻게 먹는 걸까?
링 모양으로 자르는 거야
어떻게?
난 모르지
가게에서 물어보지 않았어요?
이번 일요일에 먹자
오늘 먹는 거 아니고?
먹는 방법을 모르잖니
바나나 먹어야지
나도!
따뜻한 나라엔 별 요상한 과일이 다 있구나
저 왔어요
파인애플 먹는 법 알아 왔어
정말?
이거 나 줘!
조심해서 자르거라
식칼이 낫지 않겠니?
달콤한 냄새 너무 좋아
좋은 향기 너무 좋아
과연
접시 가져와
아, 알았어
- 잘 먹겠습니다 - 잘 먹겠습니다!
딱딱하네
대단한 건 아니군
별로 달지 않네요
통조림하곤 완전 맛이 다른걸
오래 살다 보면 별 경험을 다 하는 거란다
타에코 너 줄게
나도
맛있어
억지로 먹을 필요 없어
배탈 날지도 몰라
에이 시시해라
바나나가 훨씬 맛있네
정말이야
역시 과일의 왕은 바나나인가 봐
바나나 먹어야지
어차피 나를 속일 거라면
죽는 날까지 속였으면
좋았을 것을
빨간 루비...
역시 과일의 왕은...
과일의 왕은...
바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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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출입구
로마 탕에서 졸도도 하고 처음 파인애플을 먹었던 그해
비틀즈가 공연을 오면서 그룹사운드가 유행하고
일렉트릭 붐이 일었다
미대 1학년이던 큰언니는 유행의 최첨단을 달렸다
'미셸' 말이지? 비틀즈는 가사가 훌륭해
미니스커트도 가장 먼저 입고
유행대로 계단은 쇼핑백으로 뒤를 가리고 올라갔다
고2 수재였던 작은언니는
'다카라즈카' 극단의 배우에게 홀딱 반해서...
야에코 언니
노크하고 들어오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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