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 안녕하십니까 - 응
그러다 뚫고 들어가겠다
시험 안 볼 테니까 쉬엄쉬엄해
장기전이니까 각오나 좀 하고
그만 들어가
경위님, 이거요
왜? 뭔데?
아, 그 건이네
크리스마스 날 밤 딸 앞에서 아빠를 죽인 사건
'아내와 아이를 학대하다'
'결국 아내를 소주병으로 찔러 죽이고'
'7년 후 출소하자마자'
'딸까지 죽이려다'?
딸 얘기는 언론에 오픈 안 된 내용이야
그때 당시에 아직 미성년자기도 했고
어쩌면
목격자일 수도 있어서
목격자요?
킹피셔를 봤대요?
야, 봤으면은
아직도 단서 하나 없이 오리무중이겠냐?
또 모르지, 뭐
진짜 못 본 건지
아님 입을 다문 건지
아
그 딸 이름이 오 뭐였는데
잠깐만
미쳤어요?
지금 무슨...
역시 내가 죽는 건 싫은가 보네?
킹피셔의 저격 현장을 본
단 한 명의 목격자
나 스스로 내 얼굴을 드러낸 유일한 아이
오랜만이야, 오승아
메리 크리스마스, 유보나
선물은요?
선물은 산타 할아버지가 주시겠지
치, 그 양반이 퍽도
또 모르지
워낙에 선악 개념이 분명하신 분이라
부장님도 틀렸어요
이런 날 일이나 시키는 악덕 상사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
친구가 있어, 애인이 있어 가족이 있어
이런 데 혼자 짱박혀나 있지
근데
죄다 순정 만화다?
요즘 연애해?
일찍 들어가세요, 애들 기다려
며칠 미룬다고 죽을 새끼가 안 죽나?
그 새끼가
누굴 죽일 수도 있어서
근데 변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래도 아빤데
알아
한 번 더 의심하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거
그게 유보나 방식이지
며칠 더 지켜보고 싶으면 그렇게 해
단
타이밍은 놓치지 말고
날 추운데
핫 팩 챙겨 가
나 간다
그날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
마지막 크리스마스구나
생각했어요
다시는 이걸 볼 수 없겠구나
내가 죽든
죽이든
그래
그래서였겠지
그 마음이 들려서
너 크리스마스 선물 받고 싶어?
그럼 울면 안 되지
착한 일만 해야 되고
산타 그 양반이 선악 개념이 아주 분명하시다더라
언니 누구세요?
집에 가면
거실 창문 조금 열어 놔
우리 또 보자
유보나 대리님
지금 뭐 하신 겁니까?
그렇게 얼굴을 까면 어쩌자는 거예요
지가 산타야?
내가 바라는 선물이 뭔지도 모르면서
차라리 빨리 죽게 해 달라고 빌었어요
신이 있다면
제발 나를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바로 그 순간에
정말 신이 나타났어요
내가 돌아온 이유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기를
이 일로 인해 누군가가 안전해지기를
알면서
처음부터 다 알았으면서 왜
실망해서
그랬던 그 아이가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고 행복하길 바랐는데
그게 아니라서
난 네 선택이 맘에 안 들었어
난
나는 언니처럼 되고 싶었어요
언젠간 언니 옆에 나란히 서고 싶어서
오직 그 꿈 하나로 지금까지 죽도록 노력해 왔는데
그러지 말지
그냥 네 갈 길 가지 그랬어
안전하고 밝은 길로
또 보자고 했잖아요
언니가
응?
우리 또 보자
아니, 그거는
그냥 너 무사하라는 의미로
것까진 모르겠고
암튼 책임져요
내가?
이거 아직 아기네?
너 뭐야?
간절히 바라던 선물이었어요
언니가 내 산타
내 삶의 구원자
그러니까 책임져요
그런 애가 내 남편한테 그 약을 먹이냐?
그건 독 아니고 그냥 수면제인데
킹피셔가 고깟 것에 속아요?
수면제인 건 나도 알고 있거든?
아는 사람이 총까지 들고 와요?
총알도 진짜더만
진짜로 막 쏘고
그건 네가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건드렸으니까
꼴통 진짜
열심히 살았다?
이때부터였구나
너도 내가 한 선택이 맘에 안 들었어?
6년 전쯤
우연히 언니를 봤어요
한눈에 언니라는 거 알아봤고요
그날 이후로 하루도 잊은 적이 없으니까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요
나한텐 신이고 영웅인 사람이
보통의 평범하고 연약한 여자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아서
이거 안티팬 맞네
그래서?
다시 돌려놓고 싶어요
옛날의 킹피셔로 내가 알던 그때 그 언니로
꼴통도 맞고
내가 말했을 텐데?
너는 너의 선택을 했고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한다고
뭐, 내가 맘에 안 들어도 그건 네 인생이니까
난 내 할 일을 했을 뿐이고
그 뒤로 어떻게 살지는 그건 네 선택이고 네 판단이니까
하지만 킹피셔는...
네가 뭘 잘 모르나 본데
너한테 내가 구원자라면
킹피셔를 구원한 사람은 권태성
그 사람이야
그 남자가
언니 생명을 구했어요?
더 큰 걸 구했지
더 큰 선물을 받았고
유보나다
자기, 지금 여기 어딘 줄 알아?
카페인데
내가 정말 살다 살다 술집도 아니고 카페에서
문 닫을 때 됐다고 남편 찾으러 오란 전화를 다 받네
이게 무슨 일이야?
어?
어!
나 잠든 거야? 왜...
왜?
근데 언, 언, 언제 잠들었지?
밤이잖아
우리 데이트
오늘 다 끝났지, 뭐
어떡할 거야, 이걸
여보, 미안해, 내가
내가 한 달간 설거지 독박할게 내가 진짜 미안해
그게 그걸로 될까?
안 될까?
내가 한 달간 율이 등원도 추가
진짜 미안해
그래, 그거 받고
한 달간 율이
매일
동화책 한 권
오케이, 오케이, 콜
- 오케이? - 어
- 좋아 - 내가 진짜 미안해
나 때문에 황금 같은 시간 다 날렸다
진짜, 내가 진짜 만회할게 곱빼기로 진짜 만회할게
이거 어떡할 거야?
자기야, 나 너무 창피해 얼른 가자
세아 고모한테 계속 전화 와
빨리 일어나
- 괜찮은 거지? - 어, 괜찮아,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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