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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루블료프
안드레이 루블료프
안드레이 루블료프 서막
아르킵 줄을 이리 줘
자, 여기
띄우기 시작해
주여 도와주소서
가져와 어서
아르킵, 잠깐만
서둘러, 예핌
자
간다
기다려
밧줄을 어서 끊어
밧줄이 엉켰잖아
날아간다
예핌
뭐 하는 거야?
날고 있어
아르킵
날고 있어
야, 날 잡아봐
맙소사 뭐냐?
아르킵, 살려줘
광대 1400년
모스크바엔 화가들이 많잖은가, 다닐?
걱정 말게 우리가 할 일도 있겠지
그렇겠지만 어쩐지 걱정스럽군
이곳을 자주 걸었지만 이 자작나무는 처음 보는 것 같군
하지만 다시는 못 보게 되겠군
얼마나 아름다운가
벌써 10년째야
아니, 9년
우리가 함께한 지 벌써
그렇다네
앗, 차가워 비를 좀 피하세
비 맞은 생쥐 꼴이 될 수는 없지
광대들이 비틀비틀
술에 취해 거닐다가
나으리와 마주치매 조아리며 여쭙것다
어서 옵쇼, 나으리 반갑네요, 어르신
한잔 올리겠습니다요
보소, 여기 이 여인네, 몸매 죽입죠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여인이 아닙니다요
여인이여 어르신네 듭신다
근엄하신 나으리 발끈하며 호통 질렀것다
이 썩을 광대 놈들 도둑놈에 주정꾼들
이것들은 그저 매타작이 제격이라
쳐 죽일 놈들
내 당장 이놈들을 요절내고 말리라
광대들이 확 달라붙어 나으리를 붙들것다
배꼽하고 다리 사이 한가운데 꽉 쥐것다
근엄하신 나으리 수염을 멋지게 길렀소
광대들이 달려들어 수염을 뽑았것다
수염이 쑥 뽑혔으니
수염 없는 나으리를 어느 여편네인들 좋다 할꼬?
나으리가 식겁하여 벼룩같이 팔딱이네
어흑, 이제 나를 기다리는 내 아내에게 돌아가리
허겁지겁 내달아서 제집 창문 두들기네
맙소사 나를 몰라보잖아
얼굴은 보지 않고 민 수염만 들여다보네
머리 좀 보소 대머리네?
방망이로 남편을 냅다 후려치네
더 이상 소동은 그만 얌전히 굴겠소
차라리 바지라도 벗어 얼굴을 가리시오
민머리에 민 수염 나으리 당장 꺼지쇼
나으리는 터벅터벅
거위들은 쫄랑쫄랑
그런 꼴로 가던 길에 마주친 어느 사제
나으리가 여자인 줄 알고 숲속으로 끌고 가네
바지를 급히 홀랑 벗고 에구머니나
이게 뭐여?
헐, 이럴 수가
비를 좀 피해도 되겠소?
들어오쇼
한잔하던 참인데 같이 드시겠수?
고맙지만 우린 술을 마시지 않소
또 여자들과 놀지도 않지
사제는 하느님의 일을 하고 광대는 마귀의 일을 하지
내 늙은 여편네가 덤불 속으로 끌려가더군
네놈이 꾸민 짓이지?
날 꼬신 건 네 여편네야
너 이리 나와
어디를 다녀오나 키릴?
그냥 좀 거닐었네
이제 그만 갈까?
이봐, 다닐
비가 그쳤네 가세
평안히들 계십시오
희랍인 테오파니스 1405년
부디 자비를 난 죄가 없소
또 죄 없는 사람 죽이나 보군
난 거짓 고자질을 당했소
계십니까?
구경하러 왔나?
네
그럼 구경하게
거의 끝난 거니까
희랍인 테오파니스 화백이시군요?
왜 날 찾아?
저기 그림을 볼 일이지
어디서 왔나?
안드로니코프 수도원
그렇다면 당신이 안드레이 루블료프요?
아닙니다
루블료프 칭송이 자자 하더군
훌륭하죠
하지만 이렇게 그리지는 못할 겁니다
이 살아 있는 색채
놀랍습니다
뭘 볼 줄 아는군
평가를 더 해보게
말로는 형언할 수 없네요
콘스탄틴 코스테체프스키의 말이 떠오릅니다
'어떤 대상이든 충실하게 그리면'
'그 핵심을 꿰뚫을 수 있다'
반면에 안드레이는
헐뜯는 게 아닙니다
우린 형제 같은 사이니
그래요 그는 칭송을 받고 있죠
능숙하게 그리고 세심하고 섬세하게 잘 그리죠
그런데 뭔가 아쉬워요
그의 그림에는 경외감이 없고 신앙이 부족해 보입니다
영혼 깊은 데서 솟아나는 신앙이
또 소박함이
에피파니우스가
세르지우스 성인을 두고 말한 것처럼
'천박하지 않은 단순함'
이게 바로 그것이네요
천박하지 않은 단순함
나로선 더 좋은 묘사를 모르겠네요
내 가만 듣고 보니 자네 참 똑똑하군
똑똑한 게 좋은 일일까요?
어두운 무지 속에서도
맑은 영혼의 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것이 더 낫습니다
지혜가 많으면 비탄이 많지
알면 알수록 더 슬프죠
프로쉬카
말린 기름 어쨌나?
혼나고 싶은가?
그새 어디로 내뺀 거야?
사람들이 선생은 속성으로 그리신다던데
그렇다네 안 그러면 곧 지루해지거든
한번은 일주일 내내 열심히 그렸지만 헛수고였지
- 마음에 안 들더군 - 그림을 버리셨나요?
아니, 배추를 눌러 놓는데 화판을 써먹었다네
난 이제 이곳이 지긋지긋하다네
제자들이 숱하게 많지만 모두 쓸모없더군
그들은 멍청해
이보게
내 조수가 되어 주게
놀리지 마십시오
놀리는 게 아닐세
모스크바에 있는 수태고지 성당에 가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네
작업 준비는 다 돼 있다네
저로서는 감당하기가 버겁습니다
벽화를 그려 본 적 있나?
내가 가르쳐 주지
그래 자네는 머리가 좋아
우리 멍청이들도 하는 걸 자네가 못할 리 없지
싫습니다 더 이상 부탁하지 마세요
뭐, 그렇다면야
하지만 후회는 말게
난 쉽사리 부탁하지 않는다고
후회할지도 모르죠 절 잘 모르시잖아요?
알지도 못하던 한 수도자와
얘기를 좀 나누었기로서니
마음대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심지어 부탁까지
사실 전 책이라고는 근 3년 동안 읽어본 적도 없죠
원하지도 않았죠 가는 길이 다르니
난 곧 죽을 걸세
무슨 그런
간밤에
천사 꿈을 꿨다네
'따라오너라' 그러더군
그래서 부탁했네
기다려달라고 끝내야 할 일이 있다고 했지
다시 생각해 보겠나?
네
다만 한 가지 조건부로요
돈?
내 화료의 절반을 떼어주지
아무것도 안 받고 일하겠습니다
만일 몸소 저희 수도원에 오셔서 저의 도움을 청하신다면
모든 형제 앞에서
저에게 도와달라고 청하신다면
루블료프와 온 공동체 앞에서요
그러면 종처럼 섬기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개처럼
그러면 자네 이름이 뭔가?
키릴
정통 그리스도교인들이여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언제까지 이런 고문을 계속하려느냐?
끝이 있기는 있는 게냐?
남을 판단하는 너희의 죄는 어떡할 테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대공께서 모스크바로 오라고 명령하셨소
희랍인 테오파니스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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