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지금 우리는 함께 있잖아
햇볕 쬐면서 밖에 앉아 있지
하지만 곧
우린 헤어지게 될 거야
그리고 곧
한낮에도 밤이 찾아오겠지
지금은 모든 게 괜찮아
구름은 저 하늘 멀리 있잖아
하지만 곧
난 비행기를 탈 거고
그럼 곧
르 퓨어 카페
넌 차가운 비를 맞게 될 거야
우리가 떨어져 있어도
연락하자고 약속했잖아
내가 떠나기 전에
날 늘 사랑할 거라고 약속했지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울고
모든 게 너무 빨리 지나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오늘 저자와의 만남 강독 및 질의응답
신작 제시 월레스
이 책은 자전적인 소설인가요?
글쎄요, 결국 알고 보면 모든 게 자전적이지 않나요?
다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만의 작은 시야로 세상을 보잖아요
저는 항상 토머스 울프를 떠올리는데요
'천사여, 고향을 보라'라는 책의 첫 페이지에 실린
'독자에게'라는 글 읽어보셨어요?
그는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의 합이 곧 우리라고 말하죠
글을 쓰려고 하는 순간
결국 자기 인생을 재료로 쓸 수밖에 없다고요
제 삶을 떠올려 보면 솔직히...
총기나 폭력 사건 같은 건 겪어본 적이 없고
정치 스캔들이나 헬기 추락 같은 사고도 없었죠
하지만 제 기준에서 보면 제 인생도 꽤나 극적이었거든요
그래서 누군가와의 의미 있는 만남에 대해
담아낼 수 있는 책을 써보자고 생각했죠
인생에서 제일 짜릿했던 일 중 하나가
인연이다 싶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거든요
그걸 가치 있게 담아낼 수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고 싶었죠
대답이 됐을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여쭤볼게요
실제로 열차에서 만난 프랑스 여성과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나요?
저한테는 그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서요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지금 북 투어 마지막 일정으로 프랑스에 있으니 그렇다고 해두죠
감사합니다
월레스 작가님
책의 결말이 모호해서 궁금한데요
두 사람이 6개월 뒤에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정말 지켰나요?
그 약속 말인가요?
그 질문은 일종의 테스트일 수 있겠네요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낭만주의자인지 냉소주의자인지 알 수 있죠
그러니까, 당신은 둘이 재회한다고 믿고 있죠?
당신은 절대 아니라고 보고요
당신은 재회를 바라지만 확신은 없죠
그래서 질문을 했겠죠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
실제로는 어떻게 됐나요?
실제로...
저희 할아버지 말씀을 인용할게요
그 질문에 답해버리면 이야기가 너무 맥 빠져요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만 받겠습니다
차기작은 뭔가요?
글쎄요 모르겠네요
생각 중인 건 있는데요...
팝송 한 곡이 재생되는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긴 했어요
3-4분 안에 모든 일이 일어나죠
기본적인 구상은 이래요
한 남자가 있는데...
그는...
완전히 우울한 상태죠
그의 원대한 꿈은 낭만적인 모험가가 되는 거였어요
남미를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그런 삶요
그런데 현실에선 대리석 테이블에 앉아 랍스터를 먹고 있는 거죠
좋은 직업도 있고 아름다운 아내도 있어요, 그런데도...
원하는 걸 다 가졌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거죠
그는 삶의 의미와 싸우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행복은 원하는 걸 얻는 게 아니라 그걸 얻는 행위 안에 있는 거죠
그렇게 앉아 있는데 바로 그 순간
다섯 살 난 딸이 식탁 위로 폴짝 올라와요
딸이 다칠 수도 있으니 내려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죠
그런데 딸아이는 여름 원피스를 입고 팝송에 맞춰
춤을 추는 거예요
그걸 내려다보고 있자니
갑자기 자신이 16세 소년이 되는 거죠
고교 시절 연인이 그를 집까지 데려다줘요
둘은 방금 첫 경험을 했고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있죠
그런데 자동차 라디오에서 똑같은 노래가 흘러나와요
여자는 차 지붕 위로 올라가 춤을 추기 시작해요
남자는 여자가 다칠까 걱정하죠
그녀는 너무 아름답고
표정이 아까 그 딸과 닮은 거예요
어쩌면 그래서 그녀를 좋아했는지도요
남자는 이게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죠
동시에 두 시간대 모두에 존재하고 있는 거예요
찰나의 순간에 그의 모든 삶이 하나로 겹쳐 접히는 것 같죠
시간이라는 개념이 허상이라는 걸 깨닫는 거예요
모든 일은 언제나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걸요
각각의 순간에 또 다른 순간이 겹쳐
전부 한꺼번에 일어나는 거죠
그런 느낌의 이야기예요
작가님이 곧 공항으로 가셔야 해서요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모두 감사드립니다
특히 월레스 작가님 오늘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차기작으로 또 뵙길 기대합니다
모두 감사해요
공항까지 언제 출발해야 하죠?
7시 30분에 출발해야 합니다
늦어도 7시 30분에는요
알겠어요
안녕
안녕
잘 지냈어요?
네, 잘 지냈어요?
네, 나도 잘 지냈죠
커피라도 한잔할까요?
비행기 타야 한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아직 조금 시간 있어요
좋아요
네, 그럼 말하고 올게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저기, 저 나가서 차 한잔하고 올게요
7시 15분까지 오죠
이거 사인은 다 했어요?
네, 그럼요
운전기사 필립의 명함 가져가세요
혹시 늦으면 전화해야 하니까요
짐은 차에 미리 실어두죠 공항에 늦지 않도록요
- 네,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 저도 감사해요
필립이 누구죠?
어떻게 여기서 만나죠?
나 파리에 살잖아요
더 안 있어도 돼요?
얘기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요, 충분히 있었어요 어젯밤부터 있었거든요
그래요?
네, 위층에 방이 있어요
어떻게 지냈어요? 진짜 신기하네요
잘 지냈어요
이렇게 보니 반갑네요
나도 그래요
카페로 갈까요?
네
좋아요
조금만 가면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죠
아까 당신을 보자마자 정신이 막 홀린 듯했어요
나 여기 오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파리에서 제일 좋아하는 서점이에요
몇 시간이고 앉아서 책을 읽어도 돼서 좋죠
벼룩이 있긴 한데...
알아요, 어젯밤 머리맡에서 고양이가 자더라고요
한 달 전쯤에 행사표에서 당신 사진을 봤는데
여기 온다고 돼 있더군요
신기하게도 당신 책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왠지 묘하게 익숙한 내용이더라고요
- 왠지 묘하게요? - 네
당신 사진을 보고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죠
내 책도 읽어봤어요?
네, 그게...
짐작하겠지만 정말 놀랐어요
사실은 두 번이나 읽었죠
그래요?
네
별로였어요?
아뇨, 좋았어요 아주 낭만적이던데요
원래 그런 거 안 좋아하는데 정말 잘 썼더라고요
- 정말 잘 썼어요, 대단해요 - 네, 고마워요
잠깐만요
왜요?
가기 전에 하나 물어볼 게 있어요
네, 뭔데요?
그해 12월에 빈에 갔어요?
당신은요?
아뇨, 난 못 갔어요 당신은요?
대답해 줘요 꼭 알아야 해요
왜요 안 갔다면서요?
당신은 갔어요?
아니요
다행이에요
- 세상에 - 당신도 안 갔다니 다행이에요
둘 다 안 갔으니 정말 다행이죠 한 사람만 갔으면...
진짜 별로였겠죠
맞아요 그래서 엄청 걱정했어요
사정이야 있었지만 못 가서 정말 마음에 걸렸어요
그 며칠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리고 그날, 12월 16일이 장례식이었어요
- 부다페스트에 계시던 할머니요? - 네, 그걸 기억해요?
그럼요 다 기억해요
맞아 책에 다 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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