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앤서니 셔 각색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원작
전 운이 좋았습니다
1944년에야 아우슈비츠로 이송됐으니까요
독일 정부가 노동력 부족 때문에
원래는 제거하려던
수감자들의 평균 수명을
좀 늘리기로 한 후였죠
전 1943년 12월 13일
파시스트 민병대에 붙잡혔습니다
레지스탕스와 손잡은 소규모 빨치산 대원이었거든요
조사받는 동안
전 유대인이지만
이탈리아 시민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었죠
제 정치적 활동으로 들어가면
고문과 죽음은 보장된 거였으니까요
전 24살로 아는 것도 경험도 없었죠
그리고 인종법 때문에
강제로 분리된 삶을 살다 보니 저만의 비현실 세계에
갇혀 있는 경향이 있었죠
처음 보내진 곳은 포솔리의 임시 수용소였습니다
그 후 1944년 2월 21일에
모든 유대인이 예외 없이
이튿날 이송될 거라는 알림을 받았죠
목적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냥 떠날 준비를 해야 했죠
우린 이튿날 아침 카르피 역으로 끌려갔습니다
열차가 호위병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여기서 처음으로 폭력을 당했습니다
너무 낯설고 무의미해서
고통스럽지도 않았고 그저 놀랍기만 했습니다
어떻게 화도 안 났는데 다른 인간을 때리죠?
그 후 여기서 바로 우리 눈앞에
이제 바로 우리 발밑에
이것과 세부 사항까지 똑같은 흔히들 말하는
바로 그 수송 열차가 있었죠
화물 열차였어요 문은 단단히 잠겨서
남자, 여자, 아이들을 화물로 싣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엔 우리가 안에 있었죠
우린 목적지를 듣고 안도했습니다
당시에 아우슈비츠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이름이었거든요
어떤 사람은 보헤미아의 도시인 아우스터리츠로 착각했죠
하지만 적어도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긴 하잖아요
열차는 느리게 달렸고 길고 불안한 정차들이 있었습니다
공기 구멍으로 아디제 골짜기의 높고 흐릿한 절벽이 보였죠
마지막 이탈리아 도시들의 이름이 우리 뒤로 사라졌습니다
이튿날 정오에는 오스트리아와의 경계선인
브레너산을 지났죠
다들 일어섰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죠
낮에는 긴장과 두려움 때문에 도리어 참을 수 있었습니다
허기와 갈증과
화장실이 없어서 민망한 꼴을 보인 것도요
하지만 해 진 후는 끝나지 않는 악몽 같았죠
시끄럽고 무의미한 언쟁으로
몇 번이나 자다 깼습니다
욕설, 울음 어둠 속의 주먹질과 발길질
그러다 누군가가 양초를 켜자
그 작은 일렁임이
바닥 위에 뻗어 있는 기묘한 인간 덩어리를 보여줬죠
늘어져 있고 아파하고
갑자기 경련하며 일어났다 다시 무너지는 덩어리를요
좁은 틈새로 보이는 건 오스트리아의 도시명들이었습니다
잘츠부르크, 빈
그리고 체코
마침내 폴란드 이름들이 보였죠
넷째 날엔 추위가 심해졌습니다
열차는 끝없는 검은 소나무 숲을 달렸고
고도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죠
넓은 평야에서 오래 멈췄습니다
그 후 다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죠
한밤중에 다시 멈췄는데 마지막 정차였습니다
어둡고 고요한 평원 한복판이었죠
마지막 양초의 빛과 열차 바퀴의 리듬과
인간들의 철저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뭔가 일어나기를 기다렸죠
갑자기 문이 끼익 열리고 어둠 속에서
그 퉁명스럽고 짖는 듯한 독일어 명령이 메아리쳤습니다
눈앞에는 반사경에 비춘 거대한 플랫폼이 나타났죠
그 너머에는 대형 트럭들이 일렬로 있었습니다
그 후 주위는 다시 침묵에 잠겼죠
누군가가 조용히 통역했습니다
'올라가라 짐은 열차 옆에 두고'
플랫폼은 이내 그림자로 들끓었죠
무표정한 나치 친위대원 십수 명이 둘러서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 사이로 들어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엉망인 이탈리아어로 물었습니다
'몇 살?'
'건강하다, 아프다? 직업?'
그리고 대답에 따라
각각 두 방향을 가리켰어요
아직도 주위는 무척 조용했습니다
수족관이나 어떤 꿈속처럼 조용했죠
우린 뭔가 종말 같은 걸 예상했는데
그들은 너무 평온하게 우릴 안심시키려는 듯 행동했습니다
그냥 매일 일과를 처리하는 사람들인 거죠
우리 중 하나가 자기 짐을 달라고 했습니다
대답은 '짐 나중에'였죠
또 한 사람은 아내와 같이 가고 싶다고 했어요
대답은 '나중에 다시 같이'였죠
많은 어머니가 아이들과 떨어지기 싫어했어요
대답은
'좋아, 좋아 아이와 있어'
10분도 안 되어
건강하거나 전문직인 모든 남자는
한 무리로 모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린 그들을 잠깐 보았습니다
플랫폼 반대편의 구분이 안 가는 덩어리로요
그 후 밤의 어둠이 그들을 완전히 가볍게 삼켜버렸죠
우린 트럭에 실렸습니다
트럭은 최고 속도로 달렸어요
여긴 칠흑처럼 어두웠죠
경비가 없나? 뛰어내릴까?
너무 늦었습니다 경비가 있었죠
무장한 독일 병사 하나가 잔뜩 경계하고 있었어요
병사가 손전등을 켰습니다
우린 고함과 위협을 예상했지만
병사는 그저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어와 피진어가 섞인 아주 정중한 말투로
자기한테 줄 돈이나 시계가 있느냐고 했죠
우린 더는 필요 없을 테니까요
이건 명령이나 규칙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우리 뱃사공의 소소하고 사적인 행동이었죠
우린 화가 났습니다
웃음도 났죠
약간 안심이 됐어요
트럭이 멈췄습니다
대문이 있더군요
그 위에는 밝게 빛나는 간판이 있었죠
'노동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그 광경이 아직도 꿈에 나옵니다
우린 거대하고 텅 빈 방으로 몰아넣어졌죠
난방이 형편없었어요
끔찍하게 목이 말랐죠
나흘째 물 한 방울 못 마셨거든요
수도꼭지가 보였습니다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죠
그 위에는 카드가 있었어요
'음수 금지'
말도 안 되죠 장난하나
우리가 갈증으로 죽을 지경인 걸 알고
수도꼭지가 있는 이 방에 일부러 집어넣은 거죠
그러고는 음수 금지라고?
전 무시하고 마셨어요
도로 뱉었습니다
미지근하고 달짝지근하고 늪 같은 냄새가 났죠
지옥이 이럴 겁니다
크고 텅 빈 방에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지지만 마실 수는 없죠
우린 지친 채로 서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끔찍한 일일 게 분명했지만요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어요
계속해서 아무 일도 없었죠
그저 시간만 갔습니다
문이 열리고 친위대원 하나가 담배를 피우며 들어왔어요
우리를 천천히 둘러봤죠
'베어 칸 도이치?' 라고 묻더군요
플레시라는 사람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통역을 맡게 되죠
친위대원은 길고 차분한 연설을 했습니다
플레시가 통역했죠
우린 다섯 줄로 서야 했어요
각각 2미터 간격으로요
다들 옷을 벗고
옷을 한데 쌓아두라고 했어요
신발을 도둑맞지 않게 주의하라고 했죠
누가 훔쳐 가는데요? 왜 우리 신발을 훔쳐 가죠?
그리고 우리 증명서와 시계와 주머니 내용물은요?
플레시가 우리 질문을 독일인에게 통역했어요
독일인은 담배를 피우며 플레시를 무시했습니다
마치 투명 인간을 보는 것처럼
마치 아무 질문도 못 들은 것처럼요
늙은 남자들의 알몸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베르그만 씨는 플레시에게 탈장대도 벗어야 하느냐고 물었죠
독일인은 다른 누군가를 가리키며
근엄한 어조로 대답했습니다
플레시가 통역했어요
이를 악물고 말하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장교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래, 탈장대를 벗어 쾬 씨 것을 새로 주지'
독일인의 유머 감각이었죠
남자 넷이 면도칼과 비누 솔과 클리퍼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앞에 숫자가 바느질로 꿰매진 줄무늬 바지와 재킷 차림이었죠
우린 많은 질문을 했지만 그들은 우리를 양처럼 붙들고
순식간에 우리를 싹 밀어버렸습니다
수염이 없으니 우리 얼굴은 기묘하고 우스꽝스러웠죠
우린 체모도 모두 깎였습니다
이제 알몸 그 이상이었죠
지렁이처럼 맨몸이었어요
또 다른 문이 열리고
우린 샤워실로 몰아넣어졌습니다
문이 잠겼습니다
여기엔 알몸이고 털이 싹 밀린 우리밖에 없었죠
다들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다들 궁금한 게 있었지만 누구도 답을 몰랐죠
샤워를 하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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