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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스
솔라리스 1부
크리스 이리 와라
제시간에 왔구나
아침마다 한 시간 이상씩
산책을 한다네
가끔 밤늦도록 일하거든
솔라리스 일로
꼭 경리 직원을 보는 것 같아
실은 자네를 어제 보려 했었어
절 피하더군요
안녕
안녕
오늘 오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우리 이렇게 늙었군
이제야 그걸 느끼다니
그의 보고에 모든 것이 달려 있습니다
기존의 보고는 혼란스럽고 신빙성이 없거든요
그가 연구를 중단해 버린다면
그 정거장은 궤도에서 제외될 겁니다
알고 있네
얘기를 해 두신 줄 믿고
필름을 가져왔습니다
물론 했지
며칠간 아들놈을
맡길 수 있을까요?
안나가 봐 줄 수 있을 거야 여유가 생겼으니까
그가 언제 떠나죠?
내일 아침이면 이미 떠나 있을 걸세
여긴 멋진 곳입니다
할아버지 댁과 비슷하지
그 집이 마음에 들어서
똑같이 지었다네
난 새로운 건 선호하지 않거든
난 가봐야겠다
할 일이 많아
안 보시고요?
난 벌써 여러 번 봤다
원정 시작 21일째 날
방사 생물학자 비슈니아코프와 물리학자 페히너는
비행선을 타고 솔라리스를 조사 중이었습니다
그들이 귀환에 실패하자 우리는 조사를 지시했죠
하지만 짙은 안개로 조사는 취소됐고
모든 비행선이 귀환했는데
버튼이 탄 헬기만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두워진 후에야 돌아온 그는
숙소에 숨어버리더군요
충격 때문이었을 겁니다
11년간의 비행 경력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며칠 뒤 회복은 됐지만
정거장에서 나가질 않더군요
솔라리스가 보이는 창문에는 다가서지도 않았고요
치료 기간 중
그가 진술한 내용이 있습니다
중요한 내용입니다
솔라리스 계획의 미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좋습니다 들어 봅시다
버튼에게서 직접 듣도록 하죠
처음 300미터 아래로 내려갔을 때
고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바람이 강했거든요
전 신경이 온통 조종간에 쏠려서
밖을 보진 못했습니다
그러다 안개에 휩싸인 겁니다
일반적인 안개였소?
처음 보는 형태였습니다
뭔가 끈끈한 물질이었는데
온 창문을 뒤덮더군요
그 안개 때문에
고도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태양의 형체도
안개에 불이 붙은 모양이었어요
30분 후 탁 트인 공간으로 나왔는데
지름이 수백 미터는 될 둥근 공간이었습니다
바다에는 갑자기
큰 변화가 시작됐는데
물결이 잔잔해지더니
수면이 투명해지고
노란 점액이 응고됐습니다
그것이 수면 위로 올라
유리처럼 반짝이더니
이내 끓기 시작하면서
거품이 생기더군요
수면은 불에 탄 설탕처럼 갈색이 되었고
그 물질은
고체 덩어리가 되어
여러 형태를 만들어냈습니다
안개에 뒤덮여 있을 때
벗어나려고 여러 번 시도해 보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원 같은 게 있었습니다
정원이라고요?
정숙해 주십시오
관목, 울타리, 아카시아와 좁은 길이 보였는데
모두 같은 물질로 돼 있었습니다
그 식물들에 잎이 있었소?
관목과 아카시아 말이오
회반죽 같았지만 실물처럼 보였습니다
갑자기 균열이 생기더니
다시 끓기 시작하면서
온통 거품에 뒤덮였습니다
직접 한번 보시죠
모두 촬영해 두었습니다
그럼 설명은 그쯤 해두고
직접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영해 주시오
아주 흥미롭군요
그게 전부요?
그렇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군
구름밖에 없지 않소
말씀드린 안개입니다
저도 뜻밖입니다
바다의 생체 전류가 버튼의 의식에
영향을 준 건지도 모릅니다
이런 전류는 거대한 두뇌 시스템이나
사고 장치에 비할 수 있습니다
검증된 건 아니지만요
몸이 불편했던 건 아니오?
이 부분은 중요치 않으니
여기부터 보자
물에 뭔가 떠 있었는데
페히너의 모습 같더군요
사람 형체였습니다
끝까지 그 물체를 응시하는데
조금씩 떠오르면서
형태가 보였습니다
우주복을 입지 않은 움직이는 사람이었어요
사람이었다고요?
그렇습니다
잠깐 얼굴을 봤소?
네
어떤 사람이었죠?
그게 누구였소?
아이였습니다
본 적 있는 아이요?
처음 보는 아이였습니다
가까이 보았더니
괴물 같더군요
무슨 말이지?
처음에는 희미하더니
점점 선명해지는데
엄청나게 컸습니다
4미터쯤 되는 키에
눈은 파랗고
머리는
검었어요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음에 해도 괜찮소
계속하겠습니다
신생아처럼
벌거벗고 있었어요
축축한
아니 매끄러운 피부는
반짝이고 있었죠
파도에 오르락내리락하며
움직이고 있었고요
역겨웠어요
조금만 더 보죠
거의 끝났습니다
버튼의 진술은
환각에서 비롯된 내용인 것 같습니다
현지의 환경적 영향과
대뇌 피질 손상에 의한 우울증 악화가
영향을 준 듯합니다
사실을 거의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거의'라뇨?
아직 안 끝났습니다
버튼의 보고가 사실일 수 있다고 믿고
이번에 나타난 정보를 철저하게 조사하자는
메신저 교수의 견해도 있습니다
전부 제 눈으로 본 겁니다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이건 엄청난 발견입니다
우리가 검증되지 않은 한 사람의 말을 듣고
어떤 결정을 하는 건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탐험가라면 이 조종사를 부러워할 겁니다
그의 침착함과 뛰어난 관찰력을요
도덕적 측면에서도
우리는 이 계획을 가속해야 합니다
메신저 교수의 의견은 이해했습니다만
그간의 과정을 한번 돌아봅시다
솔라리스 탐사는 원점에 와 있습니다
수년간의 노력이 허사였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도무지 개념 정리가 되지 않는
산더미 같은 개별적 사실들뿐입니다
저게 솔라리스의 현 위치예요
솔라리스 계획은 퇴보하고 있어요
본질적인 문제의식이 더 중요합니다
우린 지식의 한계를 보고 있는 겁니다
스스로 경계선을 긋고
인류의 무한한 지식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진보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법 아닙니까?
제가 드린 말씀이
사실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고 하셨나요?
제 눈으로 모두 보았는데도요?
내 말은 눈앞의 실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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