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이름과 성을 말해봐요
제 이름은...
자리 유리...
앞을 봐요
어디서 왔어요?
저는...
앞을 봐요
카르코프에서 왔어요
어느 학교 다녀요?
저는...
저는
기술 학교에 다닙니다
유리
이제 시작할 거예요
날 봐요
나만 봐요
내 눈을 봐요 여기
앞으로
돌아서요
내 손에 집중해요
뒤로 잡아당기는 걸 느낄 거예요
좋아요
손가락을 펴요
이렇게
자, 유리 이제 집중해요
여기, 머리에서 모든 긴장이 시작돼요
이제 팔에 긴장이 왔어요 뻣뻣해져요
성공하려는 의지를 담아서 이제 손에 집중해요
팔이 점점 뻣뻣해져요 점점 뻣뻣해져요
긴장이 손으로 왔어요 손이 뻣뻣해요
손이 뻣뻣해요
손을 봐요 손가락을 봐요
손가락이 점점 뻣뻣해져요
머리의 긴장이 전부 흘러내려
이제 손에 있어요
손을 봐요
좋아요, 유리 집중해요
내가 셋을 세면 손이 굳어버릴 거예요
집중해요
손을 봐요 하나!
둘!
셋!
이제 손이 안 움직여요
안 움직이죠?
한번 움직여봐요
굳어버린 손을 움직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겠죠?
내가 이 상태를 풀어주면 말할 수 있어요
크고 명료하게, 자유롭게 쉽게 말할 수 있어요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요
이제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도
크고 명료하게요
날 봐요
셋을 세면
내가 손에서 긴장을 빼줄 거예요
하나
둘
셋!
크고 분명하게 말해봐요 '나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말할 수 있다
거울
기차역부터 이어진 길은 이그나체바를 지나
전쟁 전 우리가 여름을 보내던 농장 쪽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울창한 참나무 숲을 가로질러
톰시노까지 이어진다
들판 가운데 쌓아둔 커다란 덤불 뒤쪽에서
누군가 나타나면 대개는 우리 식구들이었다
어떤 남자가 덤불을 떠나 집으로 향한다면
그건 아버지다
집으로 향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아니다
그건 아버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례합니다, 아가씨 이게 톰시노로 가는 길인가요?
덤불에서 꺾지 말고 곧장 가셨어야죠
이것들은 다 뭐죠?
어떤 거요?
왜 여기 앉아계시나요?
여기 살아요
울타리 위에서요?
톰시노로 가는 길인가요 아니면 제가 사는 곳인가요?
아, 집이 있군요
필요한 건 가방에 다 담아왔는데
가방 열쇠를 안 챙겼네요
못이나 드라이버 없을까요?
없어요
없어요 못 같은 거
왜 이리 긴장하시죠?
손 줘봐요, 괜찮아요 저 의사예요
어떤가요?
말하지 마요 맥박을 못 재겠네요
남편을 부를까요?
남편 없잖아요
반지가 없잖아요
결혼반지 어디 있어요?
뭐 요즘은 잘 안 끼긴 하죠
노인들은 끼겠지만
담배 한 대 얻을 수 있을까요?
뭐가 그리 슬퍼요?
뭐가 그렇게 좋아요
매력적인 여자와 같이 넘어지니 좋네요
넘어져서 보니
여기 많은 것이 있네요
뿌리들, 덤불들
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나요?
식물들이 느끼고
주변을 인지하고
현상을 이해한다는 생각
나무들이요
이 개암나무도
그건 오리나무예요
상관없어요
나무들은 움직이지 않죠
반면 우린 소란스럽게 뛰어다니죠
천박하다니까요
이게 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걸 믿지 못해서 그래요
우리의 불신
성급함
생각할 시간의 부족
가만히 듣다 보니...
아니에요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위험한 사람 아니에요 전 의사니까요
체호프의 '6호 병동'은요?
다 체호프가 지어낸 이야기죠
혹시 시간 되면
톰시노에 한 번 들리세요
저기...
재밌게 해드릴게요
피나요!
어디요?
귀 뒤쪽이요
반대쪽이요
우리 만남의 모든 순간을
우리는 신이 임하신 듯 기쁘게 맞이했지
이 세상에 나는 홀로였고
당신은 새의 날개보다 더 담대하고 가벼웠소
당신은 현기증 나는 계단을 따라
촉촉이 젖은 라일락 나무를 지나
거울 저편 자신의 왕국으로 나를 이끌었지
밤이 찾아왔을 때 내게 은총이 내렸소
성전의 문이 열렸고
알몸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며
아스라이 내게로 왔지
'신이여, 축복하소서' 나는 잠에서 깨어나면서 말했고
나 축복의 말이 불손했음을 알았소
당신은 잠들었고 라일락은 우주의 푸르름으로
당신의 눈꺼풀 위에 맞닿으려 탁자에서 몸을 기울였고
푸르름과 맞닿은 당신의 눈꺼풀은 평온했으며
손은 따뜻했지
수정 속에서 강물이 고동쳤고
산들은 안개를 품었으며
바다는 아른거렸소
당신은 수정 구슬을 손에 쥔 채
왕좌에서 잠들어 있었지
오, 신이시여 당신은 나의 것이었소
당신은 깨어났고
당신은 일상적 인간의 어휘를 변화시켰지
목에서 나오는 말은 충만한 힘으로 가득 차게 되었소
이제 '당신'이란 단어는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었지
바로 '차르'라는 의미를
우리 사이에 보초를 서듯
층을 이룬 딱딱한 물이 서 있을 때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되었소
심지어 양동이, 항아리 같은 평범한 사물들까지
그것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어디론가 이끌었소
기적으로 세워진 도시들이
우리 앞에서 신기루처럼 길을 터 주었고
박하풀들이 우리 발밑에 펼쳐졌지
새들이 우리와 동행했고
물고기들도 강을 따라 솟아올랐고
하늘도 눈 앞에 펼쳐졌지
그때, 마치 손에 면도칼을 든 미치광이처럼
운명이 우리 흔적을 좇아 뒤따라왔다오
두냐!
오, 세상에
두냐!
파샤
왜 그래요?
밖에 불났다 조용히 해
내가 찾을 거야
못 찾으면 어떡해요
안에 있으면요 타죽으면 어떡해요
클라인카는 어디 있어?
클라인카!
왜요?
아빠
여보세요?
알렉세이?
네, 엄마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프니?
괜찮아요 편도염 같긴 한데
3일 동안 아무하고도 말을 안 했어요
뭐 가끔은 말을 안 하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말이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진 못하잖아요
그러기엔 부족하죠
이상한 얘기 해드릴까요?
꿈에 엄마가 나왔어요
저는 아직 애였고
아, 엄마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to leav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