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외침과 속삭임
이른 월요일 아침이다
난 고통에 빠져있고
내 자매들과
안나는 밤새도록 돌아가며
날 보살핀다
잘들 잤니?
밤에 많이 아팠니?
괜찮았어
고마워
잠들었어
벽난로 좀 살펴줘
하느님 아버지
저에게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은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새 지켜주시고
평안한 휴식을 허락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주님께 간구하옵건대 하늘의 천사들이
고향에 있는 제 딸을 악으로부터 지켜주시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항상 인도해 주십시오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지만
거의 매일 어머니 생각을 한다
어머니는 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자주 기도하셨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난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멀리서 많이 훔쳐보았다
난 어머니를 질투할 정도로 사랑했다
너무나 아름답고 생동감이 넘치며
어디에서나 돋보이는 분이셨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절망할 정도로
내게 잔인하게 구셨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어머니에게 연민을 느낀다
이젠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젠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머니가 느낀 무료함, 조급함
그리움과
외로움까지도
드디어 마녀가 그레텔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녀의 코는 끝없이 길어졌단다
십이야가 되면 어머니는 항상 파티를 여셨다
올가 이모는 마법의 등불과 함께 나타나셔서
동화를 들려주셨다
난 항상 두려웠고 외톨이가 된 것만 같았다
어머니가 정신없이 얘기하기 시작하면
난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와 마리아는 언제나 속삭이는 경우가 많았고
공통점도 아주 많았다
그들이 웃을 때면 난 끝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히곤 했다
모두가 즐거워했지만
나는 그 즐거움을 함께 느끼지 못했다
가을로 기억되던 어느 날
난 커튼 뒤에 숨어서 어머니를 몰래 훔쳐봤다
어머니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빨간색의 화실 방에서
머리를 숙인 채 앉아계셨고
어머니의 손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갑자기 날 발견하시곤
부드러운 목소리로 날 부르셨다
이리 온
난 겁을 먹고 다가가며
항상 그랬듯이 혼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시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다
난 내 손을 어머니의 뺨에 갖다 대었고
우린 잠시나마 아주 깊은 친밀감을 공유했다
밖에 누가 왔어요
안나
밖에 누가 왔다고요
좋은 아침이에요 앙네스
어서 오세요 선생님
아주 많이 지쳐있어요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아요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비드
오랜만이에요
언제 다시 볼 수 있죠?
안 돼
몇 년 전
앙네스가 치료차
이탈리아로 떠났을 때
마리아와 그녀의 남편 요아킴은 저택에 머물렀다
어느 날 밤 안나의 딸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고
마리아는 가까운 마을에 살고 있던 가족 주치의를 모시러 갔다
아, 해보렴
한 번 더
아팠니? 그랬구나
아주 착하구나 많이 아프진 않았지?
이제 가서 자거라
푹 자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거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배고프세요?
괜찮으시다면 식사를 준비 중이니 같이 하세요
네,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언니들은 아직 이탈리아 여행 중이에요
지난주에 편지를 받았어요
앙네스 언니는 많이 좋아졌대요
기침도 완전히 멎었고요
그림도 다시 시작했다더군요
형부가 부활절 때 합류한대요
날씨도 아주 화창한가 봐요
밤에는 좀 쌀쌀하지만 여름 날씨 같다고 해요
남편은 잘 있나요?
네, 마을에 일이 있어서 밤에 나갔는데
내일 돌아올 거예요
선생님께 연락해서 안나의 딸을 돌봐달라고 할 거라고 얘기했어요
안부 전해 달라고 했어요
고맙군요
안나에게 손님방을 준비하라고 했어요
날씨가 너무 안 좋아요
오늘은 여기서 주무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많이 변했네요
그래요?
다른 사람은 없나요?
왜 없겠어요?
그게 문제 된 적은 없었잖아요?
그랬죠
이제 항상 안경을 쓰시나요?
불편한가요?
아니 괜찮아요
왜 그렇게 사무적이세요?
과거는 잊으면 안 되나요?
마리 이리 와 봐요
어서
거울에 비친 당신 모습을 봐요
너무나 아름답소
예전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워 보일 거요
하지만 당신은 아주 많이 변했어요
어떻게 변했는지 한번 봐요
당신의 눈빛은 아주 계산적으로 보이고 있지
예전엔 앞을 자신 있게 똑바로 쳐다보았어
숨기는 게 없이
입술은 불만이 가득 찬 표정이고
굶주려 보여
예전엔 부드러웠지
피부는 화장해야 할 만큼 생기가 없고
아름답고 멋진 이마는
주름이 가득하지
이런 불빛에선 잘 안 보이지만
낮에는 확연히 드러나지
왜 이런 주름이 생겼는지 알고 있나?
아뇨
냉담함이지
그리고 귀에서 뺨까지
내려가는 이 선은
더 이상 뚜렷하지가 않아
나태함과 방만을 선명하게 보여줄 뿐이지
그리고 여기 당신의 콧등
왜 그렇게 냉소적이지?
보이나? 너무 많이 비웃고 있어
마리 보이지?
그리고 당신 눈 밑
권태와 성급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날카로운 주름들
정말 그 모든 것이 제 얼굴에 나타나 있나요?
아니, 하지만 당신이 내게 키스할 때 느낄 수 있지
절 놀리시는 거군요
어디서 보이는지 아주 명백하죠
그래? 어디?
바로 당신에게서죠
우린 너무도 많이 닮은 꼴이죠
이기적인 것이?
차가움?
무관심?
당신과의 말싸움은 따분해요
당신과 나 사이엔 면죄란 없는 건가?
전 용서받을 일이 없어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좋은 아침이군
고맙소
좋은 아침이에요 여보
잘 다녀오셨어요?
그래요
안나의 딸이 아팠던 건 아시죠?
선생님이 어제 오셨어요
당신께도 안부 전하시면서
다음에 체스 게임을 꼭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하루 묵으시라고 했죠
우리가 일어나기 전 새벽에 가신 것 같아요
마을에선 재미있었어요? 아니면 일이 아주 많았나요?
에게르만 씨 댁에서 초대를 했어요
부활절을 같이 보내고 싶다고 하더군요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변화를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
생각 좀 해봅시다
가서 놀거라
여보
여보
도와줘
제발 좀 도와줘
싫어
안나
이 소리 들려?
바람과 시계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요
아냐
다른 소리야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요
너무 추워
잘 자게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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