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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자들
경고, 일몰 후 이 부근에서 서성이거나 배회하는 여성은
어둠의 여자(매춘부)로 간주하여 검거할 수 있으니
선량한 부녀자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니시나리 경찰서
안녕하세요
아직 남편분 소식은 없나요?
네
그렇구먼요
그 조선에 계신 부모님이랑 여동생이라는 분들도요?
네, 아직이네요
벌써 돌아오셔야 했는데
저희 집이 불타서 없어지는 바람에
어디로 갔는지 몰라서 못 찾고 계신 게 아닐까 싶어요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어떻게 뭐 댁을 도와줄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는 건가요?
게다가 애가 소아 결핵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어서요
네,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 이거, 아주머니 다시 한번 부탁드릴게요
네네
에구 여름옷이네요
여름옷이라니 좀
글쎄요
600엔이면 어때요?
조금만 더 쳐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많이 쳐 드리는 거예요
아무래도 여름옷이라서요
게다가 요새는 물건이 도통 팔리질 않아서
세금만 아주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떼 가거든요
이러다간 헌 옷이랑 같이 목이라도 매달아야 할 판이에요
딱 50엔만 더 부탁드려요
더는 못 줘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적어도 우리 애 달걀값이라도 부탁드릴게요
다른 가게에 한번 가 보세요
아마 거기는 500엔도 안 줄걸요?
자, 600엔
저기
부인
돈이 필요하시면 좋은 제안이 하나 있는데
어떠세요?
좋은 제안이라니 어떤 건가요?
물건만 팔아서는 답이 없잖아요
가끔은 목돈 쥘 생각도 하셔야지
괜찮은 일자리가 있나요?
저, 뭐든지 다 할게요
부탁드립니다
빳빳한 신권을 잔뜩 들고
돈깨나 쓰는 잘나가는 양반이 하나 있는데
그래요
소개해 드릴 테니까
한번 만나보는 게 어때요?
돈을 빌려주실까요?
그거야 부인 하기 나름이지요
다시는 댁을 잊지 못하게 꽉 붙잡으시면
무례한 말씀은 삼가주세요
잠깐 만나기만 하면 되는 건데 뭘 그렇게 정색을 해요?
다들 그러고 사는데
사람 봐 가면서 말씀하세요
절 바보로 보지 마시고요
어서 오세요
다녀왔습니다
어떻게 됐니?
얼마에 쳐주더냐?
600엔 받았어요
너무 싸게 준 거 아니냐?
어쩔 수 없었어요
형수
아까 나한테 엄청 화내고 나가시더니
나라고 내줄 돈이 있으면 진작 주지 않았겠어?
하지만 다른 가게처럼
돈을 무더기로 버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죠
이제 됐어요
우리 애는 어떻게든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자, 아가
엄마가 사과 사 왔단다
자, 지금 갈아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렴
오타마 짱도 사 왔단다 응?
뭐, 당신 자식이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야지
그거야 당연한 소리고
내가 술이나 마시러 다니니까 그 돈이나 내놓으라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그건 안 될 말씀이지
오랫동안 전쟁터에 끌려가서
죽을 고비 넘기고 돌아왔더니 집은 온데간데없고
그래서 시작한 게 암시장 장사인데
조금만 삐끗해도 감방에 처박히는 신세라고
술이라도 좀 마시게 놔둬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도 매달 오륙천 엔씩은 생활비로 보태고 있잖아
아니다 우린 고맙게 생각한다
소아 결핵이라도 괜찮을 거야
주사도, 의사 말대로 꼭 다 맞을 필요는 없어
의사 놈들은 원래 말을 번지르르하게 해서 약값이나 뜯어내려는 거야
주사가 돈이 되니까
그 선생님은 그런 분 아니세요
다들 똑같다니까
엑스레이도 찍어주셨는데
당신은 참 속 편한 말씀을 하시네요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애 아빠한테 면목이 없다고요
우리 형님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참 나
빨리빨리 좀 돌아오지 말이야
쟤가 저래도 네가 좀 이해해 주렴, 응?
어머니
이제 됐어요
애만 건강해지면
저도 어디 가서든 일을 하겠지만
제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이젠 아무 말씀도 말아주세요
어머니, 새언니 라디오 들으셨어요?
뭐, 라디오? 우리 집에 그런 게 어디 있니
오빠 소식을 아는 사람이 있대요
네? 남편 소식을요?
어디서?
제가 휴식 시간에 멍하니 라디오를 듣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와다 켄사쿠 씨의 가족분을
찾는다는 방송이 나오지 뭐예요
- 그래서요? - 아드님에 관해서
전할 소식이 있으니, 지체 말고 에도바시의 쿠리야마 상회에 있는
히라타 슈이치 씨에게 연락을 달라고요
세상에 다행이다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
어머니 그럼
- 지금 바로 가 볼까요? - 그래, 그러자꾸나
저기 쿠미코 씨, 미안하지만
우리 애 좀 잠깐 봐주세요
무사히 살아 계셔야 할 텐데
수용소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여기까지 버텼는데
이대로 죽는 게 너무나 원통하다고 하셨지요
이쪽으로 오시죠
유품입니다
네
고맙습니다
옷가지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만
워낙 낡고 해져서 그냥 두고 왔습니다
간절히 기다리셨을 텐데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제 마음도 참 무겁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후사코
무슨 일인가?
라디오 듣고 오셨답니다
그래?
그것참 잘됐군
사장님이십니다
저희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니요
정말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참 안됐군요
뭐, 그런 법이지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 우리한테 상담하세요
기운 잃지 마시고
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군
형님도 결국 죽었단 말이지
한 가닥 희망마저 끊어졌구먼
별수 없지 뭐 어머니
이거 참, 장례비 빌리러 또 이리저리 뛰어다녀야겠네
어머니 잠깐만 와보세요
애가 경기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세상에 왜 이런 일들이 자꾸 생기는 걸까
알았어요 의사 불러올게요
부탁드려요
어쩌면 좋아 어서, 빨리요
야, 벌써 시간 다 됐어
그래?
먼저 가 있을게
응
언니?
언니 아니야?
어머
나츠코
언니
드디어 만났네
정말 한참 찾았어
세상에
무사했구나
정말 다행이야
아, 나츠코
오와다 댁의 쿠미코 씨야 정말 많이 컸지?
숙녀가 다 됐네요
쿠미코 씨 기억나세요?
저기, 조선에 갔었던 제 동생 나츠코예요
네
너무 많이 변해서 순간 못 알아볼 뻔했어요
그런데 넌 언제 돌아온 거니?
재작년 9월에
돌아와 보니 언니네 집도 다 타버렸더라고
물어물어 봐도 아는 사람도 없고
형부 회사가 어디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지 뭐야
얼마나 막막했는지 몰라
그래서 부모님은 어떻게 되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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