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네
켄지냐?
아버지?
웬일이세요?
나오코가 결혼한단다
식은 8월 26일
캐슬 호텔에서 10시다
아...
처음에는 전화가 와서 네 주소를 알려달라더니
나중에 나오코 아비가 부탁을 하더라
결혼식 날짜하고 시간 알려주라고
올 수 있겠냐?
바빠?
뭐...
조만간 정리하고 시간 내서 내려갈게요
그래, 알겠다
네, 끊어요
어서 안아줘요 부드럽게 안아줘요
뭘 망설이고 있나요
때를 놓치면 부스러져버려요
줄곧 다독여온 사랑은
이제 와서 드러낸다 한들
허무함조차 느낄 수 없죠
오래도록 안아줘요 계속 안아줘요
홀로 어디를 가나요
하나쯤은 느끼게 해줘요
살아 있는 건 나라고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요
당신에게서 나는
분화구의 두 사람
누구세요?
나오코
뭐?
빨리 열어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머리가 왜 이래?
그냥
귀는 왜 뚫고
그냥
사고 치고 반성하느라 삭발한 건가
어라?
나 돌아온 건 어떻게 알았어?
노부코 씨에게 들었어
큰어머니 계실 때랑 똑같네
응
꼭 큰어머니 기념관 같아
완전 자기 집이군
4학년 때부터 이 집에 살았는걸
큰어머니가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주셨잖아
작은아버지는 야근이 잦았으니까
켄이 대학 때문에 도쿄에 갈 때까지 4년
엄마는 잃었지만 오빠가 생겼었지
노부코 씨가 깨끗이 관리하셨구나
노부코 씨도 대단하다
전기랑 가스도 안 끊겼지?
하지만 큰아버지는 한 번도 오지 않으셨을걸
큰아버지 말이야 작년에 고등학교 교사 관두고
노부코 씨 서예 교실에서 한시를 가르치신다며?
응, 그렇다더라
노부코 씨 나름의 속죄일까
야
큰어머니에게서 큰아버지를 빼앗았잖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우연히 다시 만난 거라고
그렇게 설명하시던데
거짓말이겠지 1주기 직후 결혼했잖아
엄마가 암으로 입원했을 때부터일 거야
큰어머니는 계속 혼자시네
큰아버지도 켄도 안 모실 거라면
내가 유골을 모실까 봐
켄이 끓인 커피 마시는 거 오랜만이다
마지막으로 둘이 커피 마신 게 언제지?
그런 걸 어떻게 기억하냐
있지
지금 뭐 사러 갈 건데 같이 가자
어차피 할 일도 없지?
내가 점심 쏠게
여기 두긴 아까우니까 내가 가져갈게
뭐?
괜찮지?
엄마가 손수 만든 건데
그럼 큰어머니 결혼 선물인 걸로 해
순 제멋대로구만
옛날부터 예쁘다고 생각했거든
신혼집에 어울릴 거야
어?
젠장
왜? 무슨 일인데?
48인치 TV랑 블루레이 레코더 세트
8만 9,800엔짜리를 노렸는데 늦어버렸어
새벽부터 줄 서야 한다고 회사 동료가 그러더니...
선착순 5명이잖아
그건 뭐야?
예약권
9만 9,800엔짜리 50인치 세트도 있었거든
여기 선착순 10명엔 들어갔어
그 TV 세트를 이 차에 싣고 돌아갈 생각이야?
그런데?
그러려고 너 데려왔잖아
배달은 배송료도 비싸고 결혼식까지 못 맞춰
가게는 몇 시에 여는데?
10시
1시간 넘게 남았네
기다리면 되지
점심 쏜다더니 라면이냐
곱빼기 시켜도 봐줄게
보통이면 돼
엄마 2주기 때, 힘들어서 더는 못 하겠다더니
돌봄 교사는 관뒀어?
응
그럼 지금은 무슨 일 해?
계속 알바만 해
아까 회사 동료 얘기했잖아
회사라고 하기도 뭣한데
그렇군
아빠 연줄로 계약직으로 들어갔어
JR동일본의 하청 업체의 하청 업체 같은 곳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데?
그냥 컴퓨터 사무 일
켄은?
나?
응, 이혼하고 회사도 관두고
대학 동창이 하는 인쇄 회사에 들어갔다고
2주기 때 그랬잖아
그 회사 금방 도산했어
대지진 때문에
왜?
인쇄가 쓰나미, 방사능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도쿄에 있던 제지 공장이 무너지고
세상은 컴퓨터 때문에 종이가 필요 없어져 가고
인쇄 업계는 호흡 곤란 상태였는데
이벤트들이 취소되면서 인쇄물 주문이 줄고
주문이 있어도 종이 부족
전력 부족으로 2012년 전기료 인상
더는 버틸 길이 없었지
취직했다 싶었는데 1년 만에 망했어
쇼유 라면, 탄탄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쓰러뜨렸네
이런 안 세워져
그럼 지금은?
백수
4년이나 일없이 놀고 있는 거야?
그래서 결혼식 열흘 전에 벌써 내려왔군
가끔 알바는 해
무슨 일?
도로 공사나 경비원
경광봉 휘두르겠네
모양 빠져 보고 싶지 않아
안 봐도 되거든
여기 내려와서 살면 집세도 굳고 좋잖아
돌아와봤자...
남의 마누라잖아
무슨 뜻이야?
아니야
육상 자위대? 어쩌다가?
회사 동료가 소개해 줬어
마흔에 독신은 수상한데
너처럼 돌싱 아니야
그러니 수상하지
성실하고 반듯한 사람이야
너하곤 비교도 안 되게
마흔에 소령이면
장군 될지도 모르겠다
웬일로 그런 엘리트가 너한테 청혼을 했네
그러게 말이야
고마운 일이지
그런 엘리트면 조만간 도쿄 본청에 진출할 테고
부대 근무 때는
전국 여기저기를 돌게 되겠네
역시 그러려나
도쿄는 이제 싫은데
있지, 켄
응?
우리 집에 잠깐 들러도 될까?
상관없어
미안해 시간 빼앗아서
화장실 좀 쓰자
실례합니다
이런 큰 집에 7년이나 작은아버지랑 둘이...
그래
결혼도 안 하고 정식 취직도 안 하고
그래
역시!
비엔나소시지라니 어린애 입맛이라니까
어, 술 마셔도 돼?
여기서 신혼집까진 내가 운전할게
넌 TV를 방으로 옮기는 것만 도와줘
난 2층에서 잠깐 짐 정리 좀 할게
냉장고에 더 있어
응
갖다 마셔
알았어
들어간다
나오코
켄
너도 잤냐
오늘 새벽 5시에 일어났어
너는 술 마셨고
그럼 내가 운전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결혼 앞둔 처녀가 졸음운전 사고를 낼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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