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사랑아!
뭐 하냐?
오!
길을 찾아가는 것이 어렵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
이 작은 활동 안에 담긴 수많은 과정들이
여전히 서툴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조마조마하다
우리가 완전히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여기 아닌 거 같지
다시 그 세상에 섞여 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
아씨
야
- 뭐? - 하지 말라고
야
왜?
넌 애가 왜 그러냐?
뭐가?
왜 자꾸 모르는 사람 보고 웃어?
아, 어색하잖아
남들이 보면 그냥 너 미친놈인 줄 알아
사랑아!
너 가방은?
어?
너 가방
아
아, 네, 그 유실물 신고 좀 하려고 하는데요
네, 오늘 좀 분실을 해가지구요, 버스에서요
네, 네
네, 빨간색 캐리어고
이름은 이사랑이요 네, 사랑
찾으시면 꼭 좀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언니
미안해
괜찮아 자꾸 미안하다고 하지 마
저긴 거 같애
아, 저기
어...
이제 들어가자
우리는 시끌벅적한 여행을 계획했다
여럿이 몰려다니며 남들이 가는 데 다 가보고
남들이 하는 거 다 해보는
그런 여행 말이다
아휴
결국 왔다
결국 왔네
막상 그토록 오랫동안 이야기하던 곳에 왔는데
사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오!
와, 이건 뭐야
오!
뭘 자꾸 오야 그냥 농약통이구만
아, 농약통이구나
오!
와...
결국 이곳에 온 게
그중에서도 우리 셋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
엄청 크다
오...
비행기
오!
우와...
시작!
히! 재밌다!
야, 쟨 달리면서 저걸 하네?
왜? 넌 안 해봤냐?
달리면서?
이거
안 해봤어?
해봐
다들 수학여행 가는 거 부러워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땐 걔네가 우릴 부러워했지
난 그게 그렇게 좋지도 않았어
매점에 줄 서 있기만 해도 뒤통수 간지러운 거
그거 안 싫었냐, 너?
난 좋던데
너넨 너네 할 거 해라 난 내 갈 길 가련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야
한 11년 됐지?
태희와 내가 같은 반이었을 때
우린 열다섯이었다
그땐 스무 살이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아니 어쩌면
그건 실제로 스무 살에 끝날 세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잠깐 화장실 좀
근데 왜 저 사람들만 많이 주냐
아니 아, 똑같은 거 시켰는데 왜
아니 진짜로...
우린 한 개밖에 없는데 쟤네들은 엄청 많잖아
아니 좀 차별 아니야 이거?
우리 관광객들이라고 막 차별하는 거 아니야?
지금 뭐라고 했냐 이 개새끼야!
어, 어머!
야야 하지 마, 안 돼
안 돼, 안 돼!
미쳤나 봐!
잠깐만! 그만해, 그만!
진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정을 잠깐 얘기를 해드리면
저 친구가 원래 정신과 약을 먹는 친구거든요
그 약이 든 가방을 잃어버려서 오늘 약을 못 먹었거든요
아니, 그러면은 가만히 앉아 있다 얻어맞은 사람은요?
그 트라우마는 어떡합니까?
아니, 본인이 직접 와서 사과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뭡니까?
진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선처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뭐, 그쪽도 쉬운 상황은 아닌 거 같은데
합의는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혹시 얼마 정도면 되실까요?
한 3백만 원은 주셔야 될 거 같아요
사, 삼 삼백이요?
네
이백만 원에 해드릴게요 그럼
진짜 너무 죄송한데 혹시...
94만 원은 안 되겠, 안 될까요?
네? 94만 원이요?
저희가 지금 갖고 있는 돈이 98만 원밖에 없는데
오늘 밥값 4만 원을 계산을 해야 되고
저 친구가 오늘 가방을 잃어버려가지고...
죄송합니다
아니, 어쩜 그렇게 자기중심적으로 얘기하세요?
왜 자기 사정만 설명을 하냐고 나한테
저 친구는요 이 좋은 날에 놀러 나왔다가
괜히 얻어맞고서 지금 병원 가야 된다니까요!
그냥 형사 처리할까요?
아, 아, 아뇨, 아뇨...
그, 진짜 저희가 돈이 지금 94만 원밖에 없거든요
어떻게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죄송합니다
와, 진짜 미치겠네
미안하다고 하는 게 가장 빠르다
미안하지 않으면 논란이 생긴다
논란이 생기면
죄송합니다
이미 시험대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가자
그 사람이 진짜 미친년이라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알아?
알잖아, 이러나저러나 일만 커지는 거
그냥 돌아갈까?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냥 돌아가
우리 수학여행인데
야, 수민아 명상해라
이럴 땐 명상이 좋더라
명상 같은 소리 하네
내가 알려줄게
그냥 눈을 딱 감고 숨만 쉬어
그 숨에 집중하면서
지나가는 걱정이나 생각들을 그냥 가만히 보고 있는 거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 구름처럼
그냥 왔다가는 생각들일 거야
눈을 감고 생각들을 바라본다
가만히
그 생각들이 흘러가길 기다린다
98만 원
98만 원
98만 원...
왔다 갔냐?
가긴 어딜 가 아무 데도 안 가는데
백날 명상을 해봐라
이런다고 우리가 돈 없는 게 어디 달라지냐
야, 우리 일주일 동안 그냥 여기 누워 있을까?
아니 저 이파리 좀 따다 먹고
물 끓여 마시고 주전자에
너 혼자 누워있어라
뭐, 공항까지 걸어가면 되는데
야
왜
너 귤 따본 적 있냐?
귤을 까본 적 있냐고?
아니 따본 적 있냐고
왜?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예
어제 연락드렸는데...
예
이게 재미로 하는 건 아니에요
양을 채워야 돼요
걱정 마십시오!
일단 시작은 해보죠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예
이쪽으로 오세요
딱, 딱!
아...
그다음에 살짝 놔야 돼
- 귤이 썩어 - 네
자, 한 번 더
자, 한 번 따고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살짝 놓고
한, 한 번 해봐도 될까요?
예, 해보세요
그렇지
이 정도면 될까요?
예예, 잘했어요 아우, 예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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