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197 lines.
어디 가요?
타요
고맙습니다
몽상가의 나흘 밤
첫째 밤
저리 가
만지지 마
여기 있지 마
빨리!
왜 그래?
집까지 데려다줄게
내일도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있을게
안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둘째 밤
내가 왜 왔는지 알아?
아니
우린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해
난 지금처럼 진심이었던 적 없어
난 네가 누군지도 몰라 앉아서 네 얘기 좀 해봐
내 얘기? 그런 거 없어
난 아무도 안 만나 아무하고도 말 안 해
자크의 이야기
앙투안 뒤부아 거리 6번지에 살아
2층에 조그만 작업실이 있어
거기서 난 자주 사랑에 빠지곤 했어
사랑했다고? 누구를?
아무도 아냐 그냥 꿈에서 본 여자야
바보 같아
신이 천사를 보내서 말해줬어
그냥 내 마음 그대로 두라고
정원에서 우리는 함께 걷고 있었어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저 성은 뭔가 이상해
그녀는 반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
남편은 늙고 말도 없고 좀 무서운 사람이야
하지만 우리 사랑은 순수해
순수하고 깨끗해
순수하고 깨끗해
베네치아에서 다시 그녀를 봤어
화려한 무도회장에 있는 저 여인 그녀 아니야?
그래 춤추고 있어
춤추고 있어
그녀가 나를 봐 우린 발코니로 달려가
떨리는 손으로 그녀는 가면을 벗고 속삭여
자크 나 이제 자유야
더는 무서운 성도 늙은 남편도 없어
정원에서 우리는 함께 걷고 있었어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저 성은 뭔가 이상해
그녀는 반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
남편은 늙고 말도 없고 좀 무서운 사람이야
하지만 우리 사랑은 순수해
베네치아에서 다시 그녀를 봤어
나 기억나?
응
보자르 미술 학교
그럼 기억하지
이제 테크닉엔 관심 없어
샤르댕의 빵이라든가
마네의 작약이나 고흐의 부츠도 좋긴 하지
근데 이제 그림도 좀 성숙했으면 좋겠어
지금 시대랑도 연결돼야 하고
그냥 자연에서 영감받아 즉흥적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화가랑 개념이 딱 맞닿는 그런 지점이 중요한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니야 괜찮아
중요한 건 작가도 아니고 그가 뭘 그리는지도 아니야
중요한 건 그리는 행위 자체야
남긴 흔적 그 자체로 의미가 생겨
공간 안에서 정의되는 거니까
진짜 중요한 건 작가랑 거기 없는 것들이야
그 사라진 것들이 만들어내는 게...
감각적으로 짜인
단단하고 구체적인 의미 전체야
이것들 좀 봐
네 거야?
응, 작을수록 더 큰 세상이 보여
결국 더 눈에 들어오는 건
그려지지 않은 것들이야
이런 축적을 자각하면
미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돼
이제 가야 해
곧 보자
약속할래?
약속해!
정원에서 우리는 함께 걷고 있었어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저 성은 뭔가 이상해
그녀는 반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
남편은 늙고 말도 없고 좀 무서운 사람이야
하지만 우리 사랑은 순수해
베네치아에서 다시 그녀를 봤어
화려한 무도회장에 있는 저 여인 그녀 아니야?
그래
그녀가 춤추고 있어
그게 네 인생이야?
그래
근데 어제는 말 안 했잖아
행복했거든
일요일이었고 시골에 갔다 왔어
넌 매일 행복한 거 아니야?
끔찍한 날도 있어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날도 있고
사람들이 괜히 들떠 있는 걸 보면
내 꿈이 갑자기 시들해져
소중했던 것들이 사실 없었다는 걸 깨달아
잃은 것도 없고 후회도 없어
애초에 없었던 거니까
불쌍하다고 생각 말고 조언 좀 해줘
마르트의 이야기
난 엄마랑 같이 살아
아빠가 보내주는 돈으로 먹고살 정도는 돼
내 옆 방은 세를 줬어
그 사람 어때? 괜찮아?
이건 뭐야?
매년 봄, 농장에서는 새로운 사랑이 피어났다
젊은 남녀들은 내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연인들이 생기고 헤어졌으며 때로는 삼각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건 뭐야?
세입자가 빌려준 책이야
나 시집보내고 싶은 거지?
무슨 말이야?
항상 젊은 남자한테만 방을 주잖아
조심해, 마르트
그런 애들 여자 마음 잘 흔들어
그러다가는...
결국 버려지게 돼 나도 알아
너 그분 딸 맞지?
나 먼저 내려갈게
오늘 밤 영화 볼래?
네가 가고 싶은 데면 어디든 좋아
괜찮아?
너무하네
진짜 못됐다
티켓 누가 준 거야?
맞혀봐
그 사람이야? 같이 가?
아니
나 안 가고 싶어
마르트, 걔가 일부러 우릴 위해 양보한 거래
시사회 영화는 다 뻔하잖아
늘 그런 건 아냐
우리 속은 거야
가자
안 돼
속았다고?
날 골탕 먹이려고 한 거야
누가?
티켓 준 그 세입자
그 사람이 왜?
첫날 밤에 같이 안 나갔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나중에 인정했어
우리 그 사람 거의 못 봤잖아
난 한 번도 못 봤어
그 사람 간다며? 말 안 했잖아
아는 줄 알았지
그냥 깜빡했어
나도 데려가
나도 데려가 줘 꼭 그래야 해
정말 가?
응
어디?
미국이야 예일로 가
장학금 받았어
여기 너무 지긋지긋해 나도 같이 가
그건 안 돼
마르트 정신 차려!
우리가 뭘로 먹고살아?
모르겠어
하지만 약속할게
내가 돌아오면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면
네가 나를 계속 사랑한다면
딱 오늘로부터 1년 뒤
여기서
같은 시간에 만나
1년이 지났고
그는 돌아온 지 벌써 사흘이야
어떻게 알아?
알아 오늘이 사흘째야
내가 그 사람한테 대신 말해볼까?
진짜 그럴 수 있어?
말하긴 좀 그렇고 네가 편지라도 써봐
강요하고 싶지 않아
넌 그럴 권리 있어
그 사람 약속했잖아 네 마음은 자유롭게 두겠다고
뭐라고 써?
잘 모르겠어
1년을 희망으로 버텼다고 해
행복했다고도 하고
이젠 불확실한 건 못 버티겠다고 해
이렇게 써
날 잊었더라도 비난하진 않을게
뭐라고?
날 잊었다고 해서 널 원망하진 않아
하지만 넌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믿어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to leav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