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밑바닥
고리키 작 '밑바닥'으로부터
어차피 시궁창이야
흠, 그래서?
그러니까 말이야
누가 뭐래도 이제 마누라 노릇은 지긋지긋해
뭘 그리 끙끙대고 있어?
참 나 어이가 없어서
비록 저쪽이 옆집 대가댁이라 해도 누가 그딴...
거짓말하지 마
뭐라고?
거짓말이라니까
너 포졸(시탓피키) 똘마니인 시마조랑 붙어먹으려는 거 아냐?
그것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주제에
뭐야!
왜 남을 쿡쿡 찌르고 그래?
네가
눈을 뜬 채로 꿈을 꾸고 있길래
좀 깨워준 거야
참견 마 너한테 방해된 건 없잖아
이봐, 또...
그만해
바보 같은 꿈 좀 꾸지 마
응?
넌 잠깐 몸 팔고 8몬 받는 거리의 여자야
그런 네가 처녀 같은 걸 생각하면 안 되지
정말이지 여편네들은 거짓말쟁이야
자기 자신한테까지 거짓말을 한다니까
닥쳐! 너야말로 뭐야
제 마누라가 몸져누워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해서
개새끼처럼 남의 꽁무니나 킁킁대고 다니고
꼴 좋다 정말
뭐라고!
정곡을 찔렸나 보네
이년이!
당신
또 싸우면서 밤을 지새워요
부탁이니 제발 소리 지르지 말아요
또 훌쩍거리는 거야?
정말이지 매일같이...
적어도 죽을 때만이라도 조용히 있게 해줘요
시끄럽게 한다고 성불하는 데 방해되진 않을 거다
근데 너도 참
이런 악당이랑 잘도 살아왔다 정말로
내버려둬요...
됐으니까 내버려둬요
정말이야
네가 너무 참을성이 많았어
어때
가슴이 좀 편안해졌어?
야, 오타키
슬슬 나가지 않으면 자리를 못 잡는다고
알았어
여기
엿 좀 줄까?
고맙지만 아무것도...
뭘 먹어도 소용없는걸요
됐으니까 먹어 둬, 응?
엿이 기침에 좋거든
파는 거라 좀 그렇긴 한데 여기 둘게, 알았지?
그럼 나리
쓸모없는 놈!
이...
어젯밤 나 때린 놈이 누구야?
누구면 어때
좋을 리가 없지 왜 때린 거냐고
도박판에서 속임수를 썼으면 맞는 건 당연한 거지
응?
아, 기억났다
제길, 아야야
조만간 넌 정말 지옥에 떨어질 거다
뭐래 멍청한 놈이
이미 지옥에 있는 놈이 어떻게 지옥에 떨어지냐?
뭐... 뭐라고?
됐으니까 얼른 내려와서 방 청소나 해
오늘은 나리가 청소 당번이야
어이, 나리
그럴 틈 없어
이제부터 오타키랑 같이
행차하실 몸이거든
알 게 뭐야 그딴 거
어쨌든 청소 당번은 너야
난 남의 몫까지 일하는 거 딱 질색이라고
네가 하기 싫으면
저기 아가씨가 대신 해준다는데?
누가 해준대? 뻔뻔하긴
자, 나가요 나리
오냐
영차
아, 오늘따라 더럽게 무겁네
참 대단한 나리 나셨구먼
어이
어이
또 나야?
여보
왜 그래
난 됐으니까
당신이나 먹어요
너
안 먹어?
난 먹어봤자 소용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일해야 하잖아요
걱정 마 아직 아무것도...
난 이제 안 돼요 머지않아...
자, 어서 먹어요 네?
정말이야
난 먼지를 마시면 안 돼
의사가 그랬어
'네 오장육보는 술독에 절어 망가졌다'고
오장육부
그래
오장육보 말이야
혀까지 꼬였구먼
틀림없어
반년만 지나면 빼도 박도 못할 중풍 환자가 될걸
뭔 바보 같은 소리야
진지한 얘기라고
난 그저 오장육부가 술독에 절었을 뿐이야
그저... 뿐... 이라니
그래, 맞아
그러니까
청소하면서 먼지를 마시거나 하면 안 된다는 거지
원래 술은
보약이라 하나 많이 마시면...
이라고 하잖아
그게 뭔 소리야?
응? 글귀야
더 있다고
교언영색이면 선의인... 이라고 하잖아, 응?
그게 대체 뭔 소리냐고
몰라 까먹었어
그럼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러게 말이다
그러니까 난
뻔한 인간들의 말버릇엔 질려버린 거야
매일같이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다 똑같은 소리만 해대지
그래서 무슨 소리인지 모를 묘한 글귀가 좋은 거야
응, 연극에도 그런 게 여러 가지 있다고
슬슬 청소나 시작하는 게 어때?
시끄러워
나 지금 생각 중이라고
어디 보자...
기억이 안 나네
기억 안 나는 것투성이지
나 이래 봬도 배운 놈이었는데 말이야
배움 같은 거 다 쓸데없어
중요한 건 타고나는 거라고
내가 아는 배우 중에
돈 계산은 손가락 개수만큼밖에 못 하는 멍청이가 있었는데
막상 연기를 시키면 구경꾼들이 열광해서
공연장이 떠나가라 난리도 아니었어
어이 5몬만 줘
나 2몬밖에 없어
결국 타고나는 게 최고지
5몬만 줘 봐
그럼 넌 타고난 간판급 배우에
최고로 잘나가는 천 료짜리 배우라고 여겨주지
뭐야?
어이, 토메 5몬만 줘
엿이나 먹어라!
짖어대지 마
한 푼도 없는 거 아까 다 봤어
여보
숨이 막혀요
괴로워 죽겠어
어쩌라는 거야
문 좀 열어줘
그럴 수 없어
너랑 달라서 난 찬 바닥에 앉아 덜덜 떨고 있단 말이다
문 열어달라는 건 내가 아니라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끝이 없어
아유, 아파라
어디, 널빤지 조각이라도 좀 주워 와볼까
어이
근데 집주인이랑 마누라는 오늘 코빼기도 안 보이네
뒈졌으면 고맙겠는데
어때, 안 좋아?
숨이 막혀서... 이봐요
그럼 밖으로 데려다줄까?
마침 공터에 볕이 들 시간이야
자
일어나
어서
정신 차리고
알겠지?
자
괜찮아?
나도 환자라고
오장육보를 술독에...
여어 아주 잘 어울리네
웬 동반 자살 놀음이냐?
길을 비켜라
퇴장하는 데 방해된다
자
갑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여전히 득득 긁어대고 있구먼
뭐야?
아니
열심이라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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