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아
됐다
나리?
어찌 되었느냐?
의원은 왔느냐? 뭐라 하더냐?
대군께서 필요 없다 하셔서 의원은 따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아니, 왜?
피를 많이 흘리셨는데
다행히 칼이 뼈에 닿지 않았고
이런 상흔쯤은 숱하게 많이 겪어
어찌하면 되는지 잘 아신다면서
걱정 말라 하셨습니다
대군께서 보자 하십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대군 자가
대군 자가?
대군 자가
아, 아이고
날 보러 와 놓고 어딜 도망가는 게야?
혹
나 모르게 무슨 죄라도 지은 게냐?
도망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주무시는 거 같아 물러가려던 참입니다
그래?
예
정녕 의원을 아니 불러도 되겠습니까?
이 자상에는 의원도 신통치 않다
몸살 앓듯 몇 날 며칠 고생 좀 하면 나아질 게야
저 때문에 괜한 욕을 보십니다
너 때문이 아니다
그자 때문이지 그 몹쓸 자
그럼 쉬십시오
대군, 대군 자가 이것 좀…
이 고통을 이길 방도
내가 아는데
무엇입니까, 그 방도가?
바둑 한판
예? 진심이십니까?
진, 진심이다마다
독화살을 맞은 관우도 화타에게 시료를 받을 때
바둑을 두며 고통을 잊었다지 않느냐
참 이상하네
어찌 망설이는 게야?
분명 지난번 계곡에선
기회가 된다면 나와 승부를 겨뤄 보고 싶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땐…
대군이 이런 분인지 몰랐으니까요
그땐 뭐?
말을 해 봐라
알고 계시겠지만
전 내기 바둑만 둡니다
여긴 내 바둑판이 없으니
니가 원하는 걸 걸겠다, 무엇이냐?
그건 제가 이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자, 손 좀
야박한 놈
니가 한 집 이겼구나
- 어? - 원하는 게 무엇이냐?
비가 오시네요
오랜만의 몽우구나
몽우?
자욱하게 내리는 가랑비를 몽우라 하지
내가 아끼는 별호다
원하는 게 생각났습니다
여기에 제 호를 써 주십시오
호가 무엇이냐?
몽우
내기 소원으로 그걸 받겠습니다
끝내 이름은 밝히지 못하겠다?
뭐, 아무래도 좋다
"몽우"
자
이제부터 넌
몽우다
나의 망형지우
몽우
더한 것을 달라 했어도
천금 만금을 내라 했어도
내 얼마든지 주려 했는데
큰 실수나 한 줄 알아라
그 기보만 보고 있을 게냐?
아…
자, 저것도
세조대
저것도
내 이제야 니 녀석 정체를 알겠다
손이 이리 곱고
갓끈 하나 제대로 못 묶는 걸 보니
있는 집 자식으로 태어나
애지중지 수발만 받고 자란 게야
그렇지?
다 됐습니다
언제 또 볼 수 있겠느냐?
예? 아, 아, 그것이…
아참
넌 이기는 건 좋아해도 지루한 건 못 참는다 했지?
니가 이겼으니 이제 난 지루해서 아니 된다?
몽우가 내리면
그때 설욕할 기회를 드리지요
그래, 좋다
몽우가 내리는 날
여기 이 자리에서 다시 보자
대군 자가
오늘 피를 보신 분치고는 기분이 꽤 좋아 보이십니다
아마 몽우를 만나 그런가 보다
예? 몽우라면 이 가랑비 말씀이십니까?
아니
이 몽우 말고 아까 그 녀석 말이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기에 내 이름을 지어 줬지
무엄하게 이름을 밝히지 않다니
제가 혼을 좀 내겠습니다
놔둬라
그 녀석은 혼낸다고 혼날 놈이 아니야
입심도 그렇고 배포도 그렇고
상화 니가 당할 게야
댁으로 길을 잡으오리까?
아니다 그 전에 들를 곳이 있다
이제 끝나셨습니까?
응
아, 왔다 갔던 게야?
두 분께서 바둑을 두시는 동안
제가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데
정녕 모르셨습니까?
아, 몰랐어, 전혀
'몽우'?
대군께서 아끼시는 별호인데
내게 주셨어
그럼 오늘도 이기신 겁니까?
응
아니, 실은 이기지 못했어
그래 놓고 이긴 척했어
졌다고 하면 아니 될 거 같아서
아기씨께서 지신 건 처음 봅니다
나도 처음이야
어릴 적 아버지께 배울 때 말고는
한데 왜 졌다 하면 아니 된다 생각하시는 겁니까?
모르겠어, 그냥
지는 게 싫었던 거 같아
아니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
아기씨, 괜찮으십니까?
아, 왜 이러지?
가슴이 몹시 뛰는 것이
대군이 다친 것을 보고 좀 놀랐나 봐
막 열도 나, 얼굴도 달아오르고
그치?
음
아무래도
대군께 반하신 모양입니다
반하는 게 뭔데?
그 사람이 좋아져서 연모하게 되는 것이지요
연모?
아니야 이건 그냥 놀라서…
이래서 훈수라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옆에서 번연히 보이는 수도 당자에게는 아니 보이는 것을 보니
정녕 내가 대군께 반했다고?
게 누구냐?
누군데 이 밤에
병판 대감 댁 앞에서 서성거리는 게냐?
대군을 몰라뵙고 결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아닐세
연통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내 탓일세
김명하라 합니다
병조판서가 소인의 아비입니다
내 자네 부친에게 긴히 할 말이 있어 왔네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아랫것들이 진한대군을 상하게 했다?
설마 피를 보았단 말이냐?
대군이 뒤를 봐주는
내기 바둑꾼 놈을 잡아 문초를 하려다가
그만 대군에게 들키는 바람에
그리되고 말았습니다
어찌 그 모양인가
송구합니다
어찌하오리까?
뭘 어째?
아랫것들을 당장 도성 밖으로 치우게
아…
대군이 성상의 미움을 받고 있다 하나
이 나라 종친이고 대비전의 혈육입니다
그것으로 갈무리가 되겠습니까?
대군이 혹여 저를 물고 늘어지면
대감은 물론 중궁전에까지
그 해가 미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닥쳐라
감히 뉘를 겁박하는 게야?
송구합니다
아버지, 명하입니다
오냐, 들어오너라
아버지 진한대군께서 오셨습니다
대군 자가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이런 고대광실이 누추하다니
겸손이 과한 것 아니오?
이 고대광실도
예친왕의 총애를 받으며
청나라 황실을 드나드신 대군 자가께는
한없이 좁고 초라할 것이기에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지금 시중에 떠도는 삿된 소문을 믿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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