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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오카 세이슈의 아내
카에가 8세 때 처음으로 오츠키 부인을 보았다
유모와 몰래
하나오카 가문의 약초밭을 엿보았다
저기 나오셨네요
저분이 오츠키 부인이에요
무척 아름다우시죠
게다가요
매우 현명하신 분이라며
모두가 저분을 칭찬하고 있답니다
그녀의 남편 하나오카 나오미츠는
가난하지만 풍체 좋은 의사인데
기슈의 후라야마까지 내려와
자주 카에 집을 찾아왔다
관직에서 물러난 카에의 조부는
하나오카가 허풍 떠는 걸 즐겼지만
카에는 이 남자가
그 미인의 남편이란 게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자네 부인은 말일세
자네완 너무도 달라
용케도 그런 부인을 얻었네 그려
저는 말씀이죠
전부터 맘에 두곤 있었는데
제 아내는
염색업을 하는 마을 대지주의
고명딸이었던지라
감히 언감생심이었습죠
그런데요...
하늘이 도우셨는지 아내가 16세 되던 해
심한 피부병에 걸렸는데
근처 의사들도 고치질 못했지요
다들 죽는구나 하던 참인데
제가 서둘러 기슈로 내려와
그 집으로 쳐들어갔죠
반드시 고치겠습니다
만약 제가 그 병을 고치면
제게 따님을 주십쇼 했죠
오사카에서 날고 기던 의사들을 다 물리치고
멋지게 아내를 차지했던 거죠
참 넉살도 좋네 그려
무슨 말씀을
의사의 역할은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죠
환자를 살리지 못했을 때
나로 인해 죽었다는 죄책감에서 오는
그 괴로움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죠
어쨌든 간에
똑똑한 여잘 얻어서
저보다 나은 의사를 낳고 싶었기에
죽기 살기로 아내를 살린 겁니다
그래서 얻은 자식이 바로 운페라고요
아주 대단한 놈입니다
제 이런 뜻을 모두 품고 있는 천재지요
자네의 자식 자랑을 듣고 있으면
잠이 아주 잘 온다네
조부가 뇌출혈로 돌아가셨을 때
카에는 다시 그 부인을 봤다
나무아미타불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늦은 봄에 그 부인은
카에의 부모를 찾아왔다
부군께선 안녕하신지요
선친께서 돌아가신 후로
남편은 낙담하여 눈에 띄게 늙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대신해서 찾아뵌 겁니다
생각해 줘서 고맙군요
근데 무슨 일인가요?
이댁 따님인 카에님과
제 아들 운페를 결혼시키고자
두 분께 청을 드리러 왔습니다
그거 뜻밖의 말씀이군요
헌데 운페는 여기 없는 걸로 아는데?
예, 초봄에 수도로 상경했습니다
3년 동안 의술을 더 익히겠다며 갔죠
공부한 의술로 명의가 될 수 있도록
내조 잘할 수 있는 아내를 찾아주는 게
에미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의사 부인이라면 모름지기
우선 몸이 건강해야 하고
다음으론 대범해야 하죠
피나 고름을 보고 놀라는 농가의 딸은
의사 집안의 고된 일을 견뎌내기 힘들 겁니다
장사치의 딸도 불가해요
의사에겐 주판이 없기 때문이죠
병은 빈부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니
환자가 치료비를 못 내도 다 감내해야 한답니다
이 댁은 이 마을의 무사 집안이시기에
150석의 녹봉까지 물려받은
명문 높은 가문이시라
카에님이야말로 운페의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갑작스런 얘기니
좀 생각해 보고 답변 드리겠소
저 또한 하나오카라는 가난한 의사 집안에서
이런 청을 드리는 게 당치 않다고 여깁니다만
부디 카에님께
큰 집안에 갇혀 조용히 지낼까 아니면
가난한 집에 와서 집안을 일으킬까
어느 게 나은지 생각해 주십사는
제 말씀을 꼭 전해 주십시요
우리와 하나오카와는 신분도 맞질 않고
집안 내력도 달라
그 의사 놈의 허풍이 부인까지 전염시켰나 봐
집안의 고질병인가 보네
부인까지 이상해졌으니 말야
카에도 벌써 스물 하나예요
지금까지 많은 혼담을 너무 자로 쟀기 때문에
마땅한 혼처를 고르지 못했을 거예요
카에를 이 큰 집에 가둬 놓고
답답하게 살게 하는 것보다
작은 집에서 편히 살게 하는 게...
그야 그렇지만
이건 하나미치의 검은 속내야
며느리를 들이는데
택도 없는 명문가를 택하다니
난 절대 허락 못 해
그게 걱정이시라면
그 집에 시집 보내도 될지를
제가 직접 가서 보고 올까요?
유모인 제가...
감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여러 번 아가씨의 의중을 떠봤는데
솔직히 말은 안 했지만 맘속으론
하나오카 집안으로 가려고 굳힌 것 같습니다
- 운페를 만났나? - 아뇨
아가씨는 전부터 그 부인을 존경하여
그 부인의 며느리가 되기를 원했답니다
뭐를 존경한다는 거야?
지 마누라 등 떠밀어 딸을 달라는 집안인데
그쪽에서 청혼해 준다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게 안 되면 어쩌나 해서
밤에 잠도 못 자고 운 적도 많답니다
카에야
네 솔직한 심정을 말해 보거라
저는 하나오카 집안의
며느리가 되고 싶습니다
감독 마스무라 야스조
운페가 집을 비웠기에
대신 본초강목을 내왔다
명나라의 이시진이 집필한 약초전서를
내 선친이신 하나오카 운센께서
다시 모사하신 글로서
선친과 나와
내 자식 운페의
3대에 걸친 피와 땀이
곳곳에 묻어 있는 책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하나오카 가문의 사람들이지만
이밖에도 운페의 동생 둘이 더 있다
하나는 불가에 입문했고
또 하나는 지금 장사를 배우러 나갔느니라
저쪽은 내 제자인 시모무라다
그럼 시작하게
운페 신
운페가 태어난 건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의 일이다
여기 어머니께서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통증을 호소했지
그래서 물을 끓이고
막 애를 받으려고 하는데
맑은 가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장대비가 쏟아지고
하늘이 갈라지더니
번개가 대지를 내리쳤다
난 이 사람의 손을 잡고
정신차려, 하면서 마구 소릴 질러댔지
번개가 내리칠 때
운페를 받아낸 게 바로 나란 말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지
그 핏덩이는 내 품에서 버둥거리면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단다
그때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틈엔가 하늘은 개었고
까마귀가 하늘 높이 날고 있었지
난 무심코
기린아가 태어났다고 목청껏 외쳐댔지
그렇게 해서
번개를 따서 호를 '신'이라 했고
아호는 청명한 하늘을 연상해 '운페'라 지었다
운페의 몸에는
선친의 의술에 대한 열정과
나의 집념이 담겨 있다
그걸 허풍이라 생각지 말거라
반드시
하나오카 가문의 뜻을 받들어
일본의 의학을 짊어질
위대한 의사가 될 것이다
그만요
자랑스런 운페 얘긴 그만하시고
이제 그만 쉬세요
아가야
다른 집 여자들은
시집 갈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옷감을 짜야 하지만
우리는 다르단다
공부하는 운페의 학비를 대기 위해서지
저도 하겠습니다
짜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서두르지 말거라
그러면 실이 엉킨단다
새색시께서 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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