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올드 맨
애가 어디 갔지?
왜 안 보여?
안 돼
안 돼!
가면 안 돼
- 안 돼 - 괜찮아
- 찾으러 가야겠어 - 그럴 필요 없어
- 누구야, 당신? - 당신이 곁을 내준 사람
당신에게 곁을 내준 사람
나 당신 누군지 알아
분명 본 적 있어
그 말이 사실이 아니란 거 잘 알잖아
승객 여러분 안전벨트를 착용했더라도...
- 괜찮아요? - 네
거기 이름 적어요
- 왜요? - 적어 봐요
- 어떤 이름요? - 본명요
새 작전 개시하기 전에 정신 바짝 차리려고
신입 때 하던 거예요
잘했어요, 거기 담가요
네, 물에 담가요
그래요
봐요, 조이라는 이름은
컵 속 어딘가에 아직 그대로 존재해요
하지만 당분간은 본명이랑 작별하는 게 좋을 거예요
비행기 문을 나설 때 여기 두고 내려요
그리고 작전이 끝나면
다시 잘 짜 맞춰 봐요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입장은 아니지만
비유하는 방식이 좀 부적절하네요
물에 젖어버리면 되돌릴 수 없잖아요
이게 뭔진 몰라도 예전 모습으론 못 돌아간다고요
아, 알겠다
그게 첩보원이 감수해야 하는 대가군요
글쎄요, 아침에 잠에서 깨 눈을 뜬 대가죠
우린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어요
거기 맞설 엄두가 안 나니까
그냥 못 본 척하며 살고 있지만 소용돌이는 계속 돌고 있죠
당신은 어때요?
예전이랑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당신 생사가 내 손에 달렸으니까
예전처럼 적을 제압할 수 있을지 궁금한가 보죠?
곧 알게 될 거예요
당신 하는 일에 평생 토 달아 본 적 없는 내가
인제 와서 잔소리하기도 그렇지만 상황이 심각해, 해럴드
뭐라고들 해?
웬 첩보원이 도주하는 걸 당신이 방조했는데
첩보원이 잡힐 거 같으니까 당신이 살해하려 했대
이보다 하찮은 일로 인생 망친 사람 많아
더 심한 소문도 이겨낸 사람 많아
근데 다들 예전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지
아침에 웬 변호사가 전화했어
당신 변호를 도와줄 수 있다고는 하는데
그 사람한테 변호를 맡겼다가는
우리 전 재산을 탈탈 털어 갈 거 같더라
그런 경우 많이 봤잖아 일상다반사야
그러다 헨리를 봤는데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더라
- 변호사한테 뭐라고 했어? - 말문이 막혀서
- 그냥 전화기 넘겼어 - 넘겼다고?
처제 왔어?
- 아니, 기다려, 바꿔 달래 - 누가?
해럴드, 소식 듣고 달려왔어
괜찮아?
앤절라랑 비행하느라 고생했다고 셰릴한테 들었어
옆에 아내 있나요?
- 아니, 헨리 재우러 갔어 - 잘됐네요
- 제가 지금 괜찮게 생겼어요? - 화났구먼
내 사무실에 첩자를 심어서
수많은 범죄에 날 공범으로 엮어버렸죠?
딸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그건 결과고요 의도가 뭐였는데요
원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의도가 중요한가?
저한텐 중요해요
조니가 부탁했어
지은 죄가 많지만 난 여전히 조니를 아꼈고
조니가 하나뿐인 자식을 지켜달라고 부탁하길래
부탁을 들어준 거야
자네가 부탁했어도 들어줬을 거야
부탁만 하면 당장 도와줄 수 있어
날 도와준다고요?
부탁만 해, 해럴드 다 해결해 줄게
어떻게요?
내가 늘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
남북 전쟁 때 전장을 뛰어다니던 군의관들이야
고통의 소용돌이 속에서 뼈 자를 톱 하나랑
통증 줄여줄 진통제만 들고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을 해내잖아
전체를 살리기 위해 부분을 도려내는 일
내가 하는 일도 그거랑 비슷한 거 같아
피 흘리며 비명을 질러도
다수를 위한 최선의 결과가 뭔지 차분히 결정해야지
자네도 내 밑에서 배웠으니
내가 말하려는 바가 뭔지 감이 잡힐 거야
앤절라 애덤스만 자취를 감춰버리면
앤절라한테 모든 죄를 덮어씌우고 자네는 해방될 수 있어
안 돼요
에밀리를 아끼는 마음에서 지어준 가명인데
이젠 주변 모든 사람을 위협하는 악성 종양이 돼버렸어
앤절라라는 가명을 버리는 게 에밀리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
자유의 몸이 되면 상처를 보듬을 방법이 보이겠지
셰릴이 돌아오기 전에 어딘지만 말해줘
도움을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
- 집엔 별일 없대요? - 응
내가 돌아가야 좀 진정될 거 같아
네, 그렇겠죠
팔찌 사세요 금팔찌를 단돈 30에 드립니다
팔찌 사세요, 금팔찌 팔아요 목걸이도 있어요
금팔찌 하나만 사주세요
괜찮아
금팔찌 팔아요
네 말이 옳았어
난 늘 옳아, 구체적으로 말해
보트 말이야
감을 잃은 거 같아
저번에 만났을 땐 멀쩡했다며
응, 멀쩡하다고 믿었고 그래서 멀쩡하다고 한 거야
보트는 멀쩡하다고 여기로 오는 내내 되뇌었는데
그렇게 수없이 되뇌어야 믿길 정도면
정말 멀쩡한 건가 싶더라
이해해
보트랑 산전수전 겪었으니
다 끝났다는 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
그게 문제야 여기서 그냥 끝낼 순 없어
모든 일엔 끝이 있어
보트가 하던 일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해
대신 세상을 감시할 사람 게임의 규칙을 꿰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또 있던가?
보트가 우리한테 부탁한 일
간단한 일이 아냐
보트의 판단이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나 진짜 큰일 난다
수고했어요, 받아요
고맙습니다, 복받으실 거예요
어떤 상황인지 설명부터 해줘요
네, 알았어요
오늘 오후에 파블로비치의 환영 파티가 열려요
파티장에 입장해서 파블로비치랑 접선하고
도와달라고 어떻게든 설득해 봐야죠
- 함자드를 죽이게 해달라고요? - 네
그렇군요
근데 그런 거 말고
첩보원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줘요
설명해 줄래요?
첫 번째 가르침
첩보원이 되려면 두 가지 무기를 자유자재로 휘둘러야 해요
왼손엔 공감 능력이라는 무기를 듭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죠 뭘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뭘 두려워하는지
어디서 희망을 찾고 언제 창피함을 느끼는지
그리고 반대쪽 손엔
무자비함이란 무기를 듭니다
캐낸 정보를 이용해 상대를 파괴할 의지요
그 칼 두 자루만 잘 갈면 뭐든 다 벨 수 있어요
그렇게 배웠어요?
기본만 배우고 나머지는 일하며 깨우쳤죠
남의 감정 난도질하며 뭔가를 깨우쳤다니
참 지저분하네요
- 당신은 몰라요 - 정말요?
그럼 알아요?
날 처음 만난 날
요리하고 이야기 들려주면서 매력 발산한 것도
그래서 그런 거죠?
내 속을 꿰뚫어 보려고 그랬죠?
집에 남고 싶어서 내 약점 찾아 주무른 거잖아요
어려웠나요?
나라는 여자는 분석하고 조종하기 어렵던가요?
쉽다, 어렵다 말할 문제가 아니에요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 간단한 질문이잖아요 - 네, 어렵진 않더군요
- 정말요? - 네
알았어요
제대로 배워볼 마음이 생겼어요
그런데 이 일엔 한 가지 고충이 있어요
- 그게 뭔데요? - 그게 뭐냐면...
이 능력에 한 번 눈뜨면 다신 못 되돌려요
절대요
앞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누군가랑 친해질 때마다
이런 생각부터 들걸요?
'이 사람은 이용해 먹기 얼마나 쉬울까?'
'어떻게 상처 주고 버릴까?'
상대도 날 그런 눈으로 보진 않을지 의심하게 되죠
다시는 사람을 믿지 못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더 배우고 싶어요?
이봐요, 난 사람 못 믿은 지 한참 됐어요
인제 와서 그딴 걸 걱정하겠어요?
두 번째 가르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 연락망을 마련해 놔라
에밀리랑 같이 쓰는 계좌인데
왼쪽에 적힌 두 자리 소수는 에밀리가 무사하다는 뜻이고
1보다 큰 수가 뒤에 붙어 있으면
여기로 오고 있다는 뜻이죠
에밀리가 오고 있어요
네 아버지가 내 얼굴을 보면 별로 반가워하진 않을 거야
삼총사처럼 얼싸안고 좋아하진 않을 거라고
아버지를 너무 얕보시네요
또요
계좌를 비상 연락망으로 쓴 건 누구 아이디어야?
아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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