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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모르겠어
도통 모르겠어
모르겠어
도저히 모르겠어
도대체 모르겠어
뭔데?
뭘 모른단 거요?
이런 신기한 일은 처음이오
그럼 얘기해봐
유식해 보이는 스님도 마침 여기 계시니
아니
지혜롭기로 유명한 청수사의 고승이라 해도
이런 이상한 일은 모를 거요
그쪽도 그 얘기를 아는 거요?
이 분과 둘이서
-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소 - 어디서?
- 검찰관의 마당에서 - 검찰관?
- 한 사람이 살해당했소 - 한둘 죽는 게 대수요?
이 라쇼몽 누각에 올라 보시오
늘상 정체 모를 송장이 네다섯 구는 나올 거요
맞소
전쟁
지진
태풍
화재
기근, 역병
해마다 재앙이 계속되는군
게다가 도적 떼가 밤만 되면 헤집고 다니지
나도 이 눈으로
벌레처럼 죽고 죽이는 자들을 수없이 봐왔소
하지만
이런 무서운 일은 오늘 처음 듣소
맞아 무서운 이야기요
이번 일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믿지 못할 것 같소
이건
도적보다, 역병보다
기근과 화재 전쟁보다 무섭소
보시오, 스님
설교는 됐소
재밌는 얘기 같으면 비를 피할 겸 듣겠지만
지루한 설교라면 차라리 빗소리나 듣겠소
보시오
내 말 들어보고
무슨 일인지 알려주시오 난 정말 모르겠소
- 그 세 명의 일이... - 세 명이라니?
- 그 세 사람은 말이지 - 진정하고 찬찬히 말하시오
금세 그칠 비도 아니니
사흘 전에
나는
땔감을 찾아 산에 갔지
나는 놀라서 근처 관아에 신고했지
그리고 사흘째인 오늘 관아로 불려갔어
네, 그렇습니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 건 분명히 제가 맞습니다
뭐요?
흉기를 못 봤냐고요? 아뇨, 아무것도 없었어요
나뭇가지에 여자 삿갓 하나 짓밟힌 무사의 모자가 하나
사체 옆에 끊어진 밧줄 한 뭉치
그리고
좀 떨어진 땅 위에서 붉은 부적 주머니도 봤습니다
네
근처에 떨어져 있던 확실히 그게 전부입니다
네
네
저 죽은 남자와는 분명 만났습니다
아마
사흘 전 한낮이었죠
장소는
세키야마에서 야마시나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여자는
베일로 가려져 있어 얼굴은 못 봤습니다
남자는
칼은 물론이고 활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이런 변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참으로
인간의 생이란 아침이슬처럼 덧없습니다
이런 이런 실례했습니다
괜한 말을 했습니다
제가 잡아 온 이 자는 '타조마루'
도성에 소문이 자자한 도적 타조마루입니다
제가 잡았을 당시에도
역시 이런 차림으로 고려 검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끄저께 해 질 녘 일입니다 카츠라 강둑에서
이보시오 무슨 일이오
검은 화살통과 독수리 깃 화살 17발이 널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 한 필
이것들은 모두 살해당한 저 남자의 것입니다
하여간 타조마루란 거물이
훔친 말에서 떨어지다니 운명의 장난이 분명합니다
타조마루가 말에서 떨어져?
헛소리
나는 그날
말을 달리다가 갑자기 목이 말랐다
오사카쯤에서 석간수를 마셨지
상류에 독사라도 죽어 있었겠지
몇 모금 마시고 심한 복통에 시달렸어
해 질 녘 그 강가를 지날 때는 아주 죽을 지경이었어
나는 말에서 내려서 그 강으로 뛰어들었어
타조마루가 낙마했다고
생각하는 수준 하고는
어차피 내 목은 관청 앞에 걸리겠지
속이진 않겠다
확실히 저 남자는 이 몸이 죽였다
저 부부를 본 건 사흘 전, 무더운 한낮이야
그런데 그때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일었다
맞아
그 바람만 아니었어도 저 자는 살아있을 텐데
얼핏 봤나 했더니 벌써 안 보이더군
잠결에 봐서였을까 여자가 보살처럼 보였어
그 순간, 남자를 죽여서라도 여자를 뺏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남자를 안 죽이고 여자를 가지면 더 좋겠지
그때는 가능하면 남자는 살려두고 여자만 뺏고 싶었다
근데 야마시나에서 일이 꼬여버렸다
뭐요?
뭐요?
뭐요?
염려 마시오
보시오 좋지 않소?
잘 살펴보시오
실은
저 산에 고분이 있소
그 무덤을 파보니 검과 거울이 무더기로 나왔소
나는 아무도 모르게 그것들을 저 숲에 묻어뒀소
맘에 드시면 싸게 드리겠소
저 언덕 너머요
계속 가시오
저기요 저 소나무 밑이오
큰일 났소
남편이 다쳤소
갑자기
새파래진 그때의 여자 얼굴
얼어붙은 듯이
나를 바라본 순진하고 심각한 그 얼굴
나는 그걸 보자, 갑자기 남편이 부럽고 미워졌소
소나무에 묶인 남편을 여자에게 보여줘야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 거야
그렇게 발악하는 여자는 처음이었어
나는 결국 뜻대로
남자는 안 죽이고 여자는 품에 안았다
아무튼
나는 남자를 죽일 의도는 없었다
그런데
기다려
기다려
그쪽이 죽든, 남편이 죽든 두 남자 가운데
한쪽은 죽어야 해
두 남자에게 안기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저는, 저는
둘 중 어느 쪽이든 살아남은 쪽을 따를래요
나는 당당히 겨루고 싶었다 그도 잘 싸웠다
23번 만에 결딴냈지
기억해 두게 그도 보통이 아니었거든
나와 20번 이상 칼을 맞댔으니 말이야
뭐? 여자 말인가?
모른다
나는 남자를 죽이자마자 여자를 뒤돌아봤다
여자는 안 보였다
우리가 칼부림을 시작하자 무서워서 달아났겠지
서둘러 숲을 벗어나 산길로 내려오니
여자가 타던 말이 풀을 뜯고 있더군
나는 그년의 사나운 기질에 끌렸지만
한데 그저 그런 년이었다 나는 찾지도 않았다
뭐? 남편의 칼?
칼은 그날 술값으로 써버렸지
뭐? 여자의 단도?
그러고 보니
자개를 박은 값비싼 거였는데
아, 그걸 깜빡했군
정말 아깝구만 타조마루 최대의 실수야
타조마루란 놈은
이곳 도적 중에서도 계집을 밝히는 놈이야
작년 가을
청수사 쪽 뒷산을 돌며 참배하던 부인 하나와
하녀를 죽인 것도 아마 그놈일 거야
말을 버리고 내뺀 년이 어딨는지 누가 알겠어
한데
그 여자가 관아에 나타났소
어떤 절에 숨어있다가 관졸에게 발각된 거요
거짓이오
두 다 거짓이오 타조마루도, 여자도
속이는 게 인간이지
- 인간은 자신도 수없이 속이오 -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인간은
약해서 그런 거요
약하기 때문에 거짓을...
- 저도 그럴 때가... - 또 설교로군
거짓이라도 상관없어 이야기가 재밌으면 그만이지
대체 그 여자가 뭐랬소?
그러니까
타조마루 얘기랑 전혀 달랐어요
다른 점이라면 여자의 용모부터가
타조마루 말과 달리 전혀 사납지 않았소
그저 가련하고 유순해 보였을 뿐
그
감색 평상복 차림의 남자가
저를 겁탈하고 나서
자기가 그 유명한 타조마루라고 이름을 밝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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