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179 lines.
넉 달이나 입원하고 고생했다
몸은 괜찮아?
괜찮허겄냐?
계단 한 층 올라가는 것이 뭔 한라산 등반하는 기분이랑께
근 손실이 허벌나다야
아이고야
니한테 손실할 근육이 있다고야? 어?
니 체지방량이면 돼지를 한참 이겨 불 것인디?
야, 그람 그 넉 달 동안 잠만 잔 거여?
아이, 뭐, 꿈은 안 꿨데?
꿈?
꿨제
아휴, 아주 꿈에서 영주가 계속 죽으면 죽여 분다고
협박을, 협박을 해 댔대니께
옴마
아휴, 아야 죽었는디 어떻게 또 죽어 부냐이
아니, 하도 말도 안 되는 소릴 해 대서
아, 그래서 깨 붓다이
아유, 인간아, 응?
내가 맨날 니 면회 가 갖고 귀에다 대고 협박했어야
니 죽으믄 죽여 분다고
웜메, 참말로?
아, 그럼, 그게 꿈이 아니었데?
오메, 야, 신기하다이
아유, 그것이 참말로 들린갑다, 응?
너 영주 협박 때문에 깼지?
아유, 그런갑다야
대웅이가 꽉 잡혀 사는구나?
예, 엄니 지가 이라고 산당께요
뒤진 거보다 와이프가 더 무서브러요
- 아이, 지는 야네 둘이 있잖아 -
만났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당께요
아, 우짜 그러고 만났데냐, 어?
- 어, 형, 왜 이렇게 안 와? - 내가 대시했어
오메, 오메
형, 제대로 말해, 울지 말고
뭐라고?
어
어
뭐?
- - 아빠
아빠!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 제발 우리 아빠 살려 주세요, 네?
아빠!
아빠, 아빠, 내 말 들려?
아이씨…
아빠, 아빠!
아빠
우, 우리 아빠 좀 살려 주세요, 네?
보호자분 여기서 기다리실게요
재경아
채호야
기호야
이제 그 이름으로 살아가야 할 너희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을 주려고 한다
- 형, 괜찮아? - 너 왜 이래?
나와 그놈이 함께 죽으면
- 아버지… - 재경이 넌
결코 나와 이혼할 수 없고
앉으세요
그놈과 다시 결혼할 수도 없어
기호, 채호 니들도
내 이름 아래 영원히 살게 될 거다
- 혈관 좀 보여 줘 - 네
석션
그놈은 강상두가 아닌
이욱의 이름으로 죽겠지
정봉완 씨!
그럼 가족 하나 없는 무연고자로 기록될 것이고
이봐요, 정봉완 씨
정봉완 씨…
이봐요, 이봐요, 정봉완 씨
아이씨
- 야, 119, 119 불러 - 예
나는 양재경의 남편이자
정기호, 정채호의 아버지로 기록될 거다
살아서 못 한 가장 노릇
죽어서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아이, 니는 똑똑한께 많이 알잖애
아, 뭔 방법이 없을끄나?
방법이…
방법이 없어야
상두 아재 이라고 돌아가시믄
아재는 가족 하나 없는 무연고자 돼 불제
아짐이랑 혼인 신고도 못 헌 채 돌아가신 겅께…
그러믄 기호랑 기호 형은?
네, 맞습니다
정기호 씨
이거
거그도 방법이 없제
봉완이 아재 아들로 사는 거뱈에는…
아따
뭔 놈의 법이 그라고 지랄맞어 분데? 어?
아저씨 살아 계신다이
아이, 살아 내믄 되는 거 아녀?
아, 기여, 아니여?
그라제!
살아서 원래 이름으로 다시 아짐이랑 혼인 신고도 허고
기호랑 기호 형을 아들로 입양하면 되제
아버지
내 아버진 아버지 하나예요
한 명뿐이야
그러니까 일어나요
제발
옛날에
기호하고 지한테 아부지란 단어는
악몽 그 자체였어요
아저씨는
그 단어가 뭣인지
갈켜 준 분이세요
긍께
꼭 사셔야 돼요
봉완이 아재가 아부지를 빼앗아 가게 놔두면
안 되잖애요
예?
아빠
들려?
아빠, 사랑해
사랑한다고
내 말 들려?
아, 어떡하지?
이 말 들려야 되는데…
아빠
아빠
결혼사진 하나쯤은 있어야
채호가 믿을 거 같아서요
아, 그쵸, 이, 있어야죠
미안해요
이런 거까지 부탁해서…
아, 아닙니다
제가 고맙죠
네?
저 고아로
가족 없이 평생 살았어요
덕분에 가족이 셋이나 생겼는데
제가 더 고맙죠
자, 찍겠습니다
어…
두 분 좀 다정하게
어, 팔짱 끼시고
저, 신부님 머리 살짝 신랑분 쪽으로
네, 좋습니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반지라도 나눠 껴야 되는데
아, 괜찮아요
지금까지 해 주신 것만으로도 넘치게 고맙네요
이제 수속 다 마쳤으니까
절대 못 찾을 겁니다
그 사람하고 헤어지는 게 평생소원이었는데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더니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네요
끝까지 곁에 있어 줘요
이제 그게 소원이에요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요
어떻게든
살아 줘요
나…
당신 아내로 살고 싶단 말이야
응?
여보
내 소원이에요
- 여보 -
여보, 내 말 들려요?
어? 내 말 들려?
어, 여보!
어, 여보!
어, 여보, 고마워요
아, 정말 고마워요 고마워요, 여보
생과 사의 경계에서 돌이켜 보니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은
모두 가족을 만난 이후의 기억들이었습니다
아마도 정봉완 씨
당신이 현명했다면 누렸을 순간들이었겠지요
지금까지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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