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제주국제공항"
우리가 너무 다르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커피 나오는 대로 자리에 가져다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손님
손님?
- 정모은 님이시죠? - 네
안쪽 끝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 이거 한 장 가져가도 되죠? - 네
한 팔을 잃은 사람은
팔이 하나인 사람끼리 사랑하면 괜찮은 걸까?
얼마 못 가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게 될 거라는 말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
그렇다고 하자
그럼 원망하고 미워질 때까지는
옆에 있어도 되는 거 아닐까?
모든 게 싫어지기 전까지는
열심을 다해 봐도 되는 거 아닐까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의 마음은 아닐지라도
그래서
조금은 공평하지 못할지라도
'그때까진 우리'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
좋다
감사합니다
컷
컷 컷이요
미소가 안 되냐, 어?
아니, 미소가 좀 어색하셔 가지고
그, 대본 좀 줘 봐
'강휘의 눈빛에 홀린 듯'
'홀린 듯 미소를 짓는 여자 4'
어, 한번 해 봐요 리허설한다 생각하고
홀린 듯 미소를 짓는다…
눈빛이 많이 떨리시네
마그네슘이 좀 부족하신가?
다른 분으로 교체하시죠 지금 시간이 없어서
저 잘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람도 너무 많이 불고 제가 정신이 없어 가지고
진짜 잘할 수 있습니다
그, 진짜 홀린 듯 미소를 지으시면 되거든요
- 네 - 잘 좀 부탁드려요, 네
다시 갈게요!
컷, 오케이!
- 오케이 - 컷이요
-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아유, 수고하셨습니다 - 고생했습니다
- 너무, 너무 좋았어요 - 아, 괜찮았어요?
고생하셨습니다
- 식사… - 네, 식사
아, 춥다, 근데 바닷가라서
- 그죠? 날씨가 - 네
아니, 갑자기 역할이 없어졌다니요?
아이, 뭐, 그렇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아니,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한테 '그렇게 됐네요'라뇨
진짜 너무 하신다
- 아니, 진짜… 예? - 조감독님!
그래서 29씬 소품 어떤 걸로 하실 건데요?
아, 잠시만요, 갈게요
조감독님, 제가 처음에 한 번
아니, 한 두 번 정도 버벅거리긴 했지만
나중엔 괜찮았잖아요
그쵸? 그쵸, 조감독님?
아, 진짜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 네? - 아, 저기, 조감독님
그, 36씬이요
형사로 하실 거예요 경찰로 하실 거예요?
경찰이요
아니다, 형사요, 형사
그럼 수갑은 안 채우실 거니까 그, 소품 팀에다 하라고 하세요
예
아, 그, 숙소는
제작 팀이 일정대로 더 쓰셔도 된대요
아, 저, 조 감독님
감독님께 한 번만 말씀 좀
잘 드려 주세요
잠시만요
예, 감독님
아
여자 4번이요?
아, 예, 알겠습니다
- 감독님이 저 찾으세요? - 네
저, 왜요?
그 스카프는 좀 주고 가실 수 있냐고
맘에 쏙 드신대요
제가 아니라 이거요?
예, 얼만지 여쭤보라고
저기, 조감독님 그, 이게 어떤 스카프인지 아세요?
- 제가 이 역할을 위해서… - 정말
정말 죄송하고요
그래서 그거 얼만데요, 예?
싫어요, 안 팔아요
예?
- 저기요! - 아, 조감독님!
이거 29씬 소품 봐 달라니깐요
알겠어요, 잠시만요, 저기요!
뭐야?
저기요, 그거 고장이에요
그거 고장이라고요 방금 전에 내 돈도 먹었어요
되게 고집 있으시네
방금 전에 천 원 넣었는데 두 개 나왔죠?
그럼 그거 하나 제 거 같은데…
아, 저기요, 그거 하나 제 거 같다니까요
주고 가셔야죠, 그거
감사합니다, 저 그냥 가시는 줄 알고
어? 맞죠?
어제 바닷가에서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이거 되게 어렵게 구한 거였거든요
감사합니다
사람을 빤히 보고 대꾸도 안 하고
뭐야?
어, 지유
나 지금 짐 싸고 있다 공항 가려고
어 다음 촬영지가 공항이야?
아, 몰라, 확 비나 와라 촬영 다 망해 버리게
촬영이 어떻게 됐다고?
뭐? 지금 집에 온다고?
어우…
귀 따가워
나 간다니까 그렇게 좋냐?
하루 이틀 더 있어도 된다고는 하는데
내가 여행 온 것도 아니고, 뭐…
어
야, 그럼 며칠 더 있다 오면 좋겠네
나야 뭐, 너가 없으니까
너무 허전하고 입맛도 없긴 한데
으이구, 언니가 금방 슝 날아갈 테니까
그치만 모은아 나 때문에 서두를 건 없어
거까지 가서 그냥 오는 거
너 그, 제주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너
됐어, 승무원 8년 동안 지겹도록 왔었는데 뭐
그건 일이고!
하, 대사 한 줄 없는 니가
대본 한 권을 통으로 외우는 거 보면서
나 진짜 좀 무서웠다
너 진짜 열심히 달려 왔잖아
그래서 하늘이 마음의 여유가 없는 너한테
좀 쉬라고, 응?
특별한 선물을 주신 거라고 난 생각해
- 그러니까… - 누구야?
집에 오기로 한 사람?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오지…
씨, 이게…
모은아, 오늘 절대 집에 오면 안 된다
정말 널 위해서야
내 맘 알지?
다 됐다
이건 된 거다
좋았어
나가요!
내 서방님
뭐야? 너 또 휴가 나왔어?
충성!
병장 정모담,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 이에 신고합니다 - 아니
신고하지 마
야, 조용히 해 어딜 들어와?
아, 우리 누나가 말 안 했구나
어, 안 했어
야, 제대를 했으면은 부모님한테 가서 인사를 드려야지
야, 아무튼 니네 누나 서울에 없으니까 빨리 가
- 꺼져, 꺼져 - 아이…
- 아, 아, 아, 잠깐만 - 아, 왜
나 바쁘니까 빨리 가라고, 가!
- 아이, 누나! - 아, 왜!
- 진짜 이러기야? - 내가 뭘?
내쫓을 거면
등심 냄새를 풍기지 말았어야지
아! 아, 미친놈아, 가라고!
아, 씨…
식사는 입에 맞으세요?
네, 우연히 들어왔는데 너무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아, 벽화구나
안 그래도 저것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마음대로 지웠다가 문제 될까 봐 놔두고 있긴 한데
왜요?
어떤 남자가 한동안 저기 저러고 와 있었거든요
누굴 기다리는지 물어도 대답도 없고
뭐, 육지 사람이다 사업 실패하고 도망 왔다
소문만 무성한 채로 얼마 전에 죽었어요
저 그림은 누가 그린 건데요?
몰라요
며칠 전에 아침에 가게 문 여는데 밤사이에 그려져 있더라고요
- 맛있게 드세요 - 네
아, 거 좀 지나갑시다
안 들려요?
지나갈게요, 좀
저기, 뒤에…
사고가 났다고요?
어머, 어떡해
다친 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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