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여러분
'요녀의 별'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얼마 전 개기 일식과 혜성이 함께한 우주 쇼
다들 기억하실 거예요
그 혜성이
아직도 하늘에 떠있는데요
진짜 신기하다 진짜 신기하다
300년 전에도
두 달 동안 사라지지 않는 혜성을 보고
선조들은 '요녀의 별'이라고 했다죠
재앙을 부르는 악녀의 출현이라고 말이에요
내가 딱해?
저 여자는 영 무시가 안 되나 보네
203호?
뭐야?
- 아악! - 와
이제 하다 하다 주먹까지 쓰네
그러니까 주변을 잘 살펴보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악녀가 바로 옆에 살고 있을지도요
절대 엮이지 말아야지
으, 저 귀신 같은 여자
제대로 엮이겠네, 저 여자랑
왜 자꾸 엮이냐?
미쳐버리겠네
하, 이 여자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눈탱이 맞은 거야, 뭐야, 하
뭔 엘리베이터도 없고
불도 안 들어오는 데를, 하
우는 거야?
우는 거야, 지금? 그러고 앉아서?
왜!
왜 또 기어 와서 시비냐?
이제 좀 봐줄 만하네, 신서리 얼굴
그래서 아무 관계 없는 일개 모델이다?
예, 회장님
사실 대표님은 처음에 반대하셨고요
장 이사님이 적극 추천하셨습니다
그래?
그, 그럼 그렇지
우리 세계가 어떤 놈인데
아무나랑 찍어 붙여
화, 확인은 아직인 거냐?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은데
아유
아니, 나는 진작에 끝났는데
가만히 있길래
너는 아, 아직인가 했지
나도 진작 끝났다
그래?
크흠!
결과가 뭐야?
아니, 뭘 그리 또 빚쟁이마냥 독촉이냐?
내가 말했지?
난 흑 아니면 백, 어?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고
아, 나는 뭐, 남녀 간의 친구
그딴 애매모호한 거 딱 질색이니까
한 큐에 대답해
아, 내가 왜 먼저냐? 네가 먼저 답해라
아…
그래
그래, 뭐, 고백에 레이디 퍼스트는 좀 비겁한 경향이 있지
아, 나 뻔한 전개 딱 질색인데
으흠, 흠!
그래
난 고
하기로 했다
뭘 고하냐?
너한테 가보기로 했다고
참 나
어때?
영광이지?
굴지의 차일그룹 후계자에 재계에서 손꼽히는 비주얼
내가 고백은 수두룩하게 뭐, 받아봤어도
다이렉트로 부딪쳐 보는 건 처음이라고
아주 감동받아 가지고 말문까지 막혔구나
뭐, 이해해
심장이 쿵 떨어지고
말초 신경이 이렇게 짜릿한 그런 기분
실컷 만끽해 봐
이거는 뭐, 너 같은 여자한테는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니까
찌릿하지 않았다, 나는
아, 뭐, 아직 실감이 안 나가지고 이렇게 어안이 벙벙한가 본데
그래, 한 5분 지나면 손가락 끝까지 찌릿할 거야
신서리 오늘 잠 다 잤네
아무렇지도 않다
금방 안았을 때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페로몬이 뿜어대는 나 같은 남자한테 안겼는데
거짓말 치지 마, 신서리
괜히 센 척하다가 나중에 땅 치고 후회한다, 너
난 센 척이 아니라 그냥 센 거다
그리고 쓸데없는 거짓부렁은 하지 않아
뭐… 너 진짜야?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고?
- 내가 껴안았는데? - 그래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느낀 걸 너도 분명히 느꼈을 텐데
아, 내가 뭐, 이런 것까진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 나이에 혹시 너… 모솔이야?
모솔?
남자랑 한 번도 안 만나봤냐고
하! 그럴 리가 있나
이 나이에 이 미모를 남정네들이 가만 놔둘 리가 있나, 참
그렇지? 그래
근데 왜, 왜 나, 나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지?
자꾸 물으면 뭐가 달라지냐?
내 널 사내로 보지 않는다
이 뜻 아니겠어?
어, 어?
비, 비 온다, 아이고, 아이고, 아
으, 이!
면밀히 살펴봐
문도가 괜한 얘기나 전하는 애는 아니니까
아, 그, 방송국에서 봤다는 여자
누군지 알아보라고
하
방송국이면 그 여자 하나밖에 없는데
누가 파락호 아니랄까 봐
아무리 비가 오기로서니
여인네 혼자 사는 집에를 이리 따라 들어서면 어찌하냐?
내가 아무렇지도 않다고?
아직도 그 소리냐?
그래, 아무렇지도 않다
동네 똥개를 안았을 때보다 더 감흥이 없었다
똥개?
그러니 청승 그만 떨고
이만 네 집으로 썩 물러가거라!
잠깐 안아가지고 느낌이 없었던 거 아니야?
너 연애 쉰 지 오래됐지?
연애 세포가 전멸해 가지고 워밍업이 필요한가 본데
다시 해보자, 그러면은 분명히…
구차하다, 차세계 그만해라
구차해? 하…
내가?
자고로 지나간 여인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여긴 내 집이니 네가 그만 얌전히 지나가라, 좀
너 지금 연애 안 한 지 너무 오래돼 가지고
연애 고자가 된 모양인데
이거는 너 인생에 로또보다 더 귀한 기회야
3대가 덕을 쌓아도
한 번 올까 말까 한 잭팟이라고
일단 나는 고자가 아니고
이번 생에 연모, 혼인, 하
그딴 거 아주 딱 사절이다
다신 남정네와 엮이고 싶지 않음이야
그러니 좀 구질구질하게 그만 좀 매달려라, 좀
으이그, 쯧
구질구질?
와
지금 네가 갑이다 뭐, 이런 계산이 섰나 본데
신서리 태세 전환이 아주 어마어마하네
너 지금 이 말
내 전두엽에다가 딱 영구 박제 했다, 너
절대 도로 무르기 없기다
그런 염려는 마라
나는 장기판에서도 일평생
한 수 물러달라 청해본 역사가 없는 위인이니
신서리 너 조선 여자 설정 과몰입하다가
진짜 현실 감각까지 상실했나 본데
너 지금 이 순간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음, 으이
아… 아, 가슴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왜 갑자기 떠안고 지랄이야, 지랄은
하
우산 없어?
없다, 그딴 거!
진짜 있는 게 뭐야? 이놈의 집구석, 하
내, 내 집이 어디가 어때서!
남산타워도 훤히 보이는구먼
치
어떤 새끼야!
아이, 기스가 살벌한데요?
견적 장난 아니겠는데 블랙박스 확인하셨죠?
됐고, 이따 수리나 맡겨요
에이, 아무리 재벌이라도 잡을 건 잡아야죠
아이, 됐다고, 못 잡는다고 저거 깡통이야
안 켜두셨어요?
아니, 매사에 철두철미하신 분이 이걸 깜빡하셨어요?
매사에 철두철미한 내가 깜빡했겠나?
일부러 꺼뒀겠지 어떻게 역이용당할 줄 알고
셀프로 증거를 만들고 다니냐고
요새 갑질이네 뭐네 블랙박스 증거 영상 때문에
다들 검찰 가가지고 빼도 박도 못하는 거라고
애초에 덜미 잡힐 흔적을 남기질 말아야지
뭔 놈의 불신 주의가…
대표님, 설마 저도 못 믿으셔서…
요즘 같은 세상에 이 정도 불신은 디폴트 아닌가?
나는 손 실장 아닌 다른 누구도
세상에 나 말고는 믿는 사람이 없다고
대표님, 그렇게 사시면 인생 외로워요
내가 일생 부족한 게 하나 없는데 외로울 게 뭐가 있다고
여자가 없으시잖아요
일생이 독고다이
- 손 실장 - 대표님
내가 요새 너무 편하게 대해준 거 같아, 그렇지?
상하 관계의 격의가 과하게 없어진 경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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