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았던 생이 있었다
나처럼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밤하늘을 보며 생각하곤 했다
그 곡을
어떻게 알아요?
이 곡을 만든 사람이
나니까
누군가가 그리울 때 쳐 봐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야
라고 윤주원이 말했었죠?
반지음 씨가 그걸 어떻게…
내가 윤주원이었으니까요
알아요, 믿을 수 없다는 거
그래도 내가 윤주원이었던 건 사실이니까
위로해 주려는 건 알겠는데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돌아가 줘요
전무님
제가 하려는 얘기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예요
과거에 있었던 윤주원이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거라는 기적
'달과 마녀의 숲' 기억해요?
열두 살 윤주원이 가장 좋아하던 책이에요
뭐가 그렇게 재밌어?
'달과 마녀의 숲'
무슨 내용인데?
죽지 않는 마녀가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그런 이야기야
왜 안 죽는데?
마녀도 그걸 몰라
그걸 몰라서 괴로워
왜 괴로워?
계속 살면 좋은 거 아니야?
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마녀는 죽지 않고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다시 태어나도 전생을 기억할 뿐이죠
전생?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곧 알게 되실 거예요
그 책 안에 들어 있어요
문서하 생일 선물로 윤주원이 줬던
보석함의 열쇠
열쇠 찾아서 보석함을 확인하면
그때 이 쪽지를 봐 줄래요?
순서 틀리면 안 돼요
보석함 먼저 열고
쪽지는 제일 나중에
아셨죠?
기다릴게, 서하야
이건 어떻게 열어?
열쇠는 숨겨 놨어
오, 놀이공원에?
그런 정성까지는 없거든?
대신 오늘 하루 말 잘 들으면 알려 줄게
이 누나는 매사에 이런 식이야
순서 틀리면 안 돼요
보석함 먼저 열고
쪽지는 제일 나중에
똑똑
어, 언니, 금방 왔네?
- 아직 안 끝났어? 아, 끝났어
언니, 이쪽에 앉아
- 언니, 앉아 응
무슨 일인데?
나 서하한테 고백했다?
내가 윤주원이라고
진짜?
오빠가 믿어?
시간이 필요할 거야
끝까지 못 믿으면?
떠날지도 모르지
잘 이겨 내고 와 주길 바라지만
그것도 각오하고 있어
근데 갑자기 왜? 숨기고 싶어 했잖아
서하한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생겼거든
반지음이 아니라 윤주원으로
나는 언니가 다시 돌아와서 너무 좋은데
근데 전생을 기억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음…
여러 번 태어나고 죽으면서
온갖 생을 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거든?
엄마!
나 해월이예요, 엄마!
그만큼 날 떠난 사람들도 늘어 갔고
서하야
나한테는 매일매일이
지난 생 아끼던 누군가의 생일이기도 하고
기일이기도 해
정말 그렇겠다
우리 언니 너무 힘들었겠다
그것도 반복이 되면 무뎌지는 거 같아
어느 순간부터는
뭘 바라는 마음도 잃어버리고
'아, 이 생도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아, 나는 또 죽고 태어났구나'
싶어지더라고
근데 아쉬운 건 있었어
응?
기쁜 기억도 슬픈 기억도
아무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거?
다들 죽고 사라졌거나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니까
근데 오늘은
내가 우리 동생 덕분에 힘받는다
울보
아니거든?
마녀는 죽지 않고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다시 태어나도 전생을 기억할 뿐이죠
난 이번 생이 처음이 아니거든
내가 윤주원이었으니까요
반지음 씨
서하야
미안해
서하야
채무자 중에 트럭 기사 있습니까?
서하야
누나
무슨 말이었을까?
사람이 죽었고 현장에 문서하 전무가 있었어요
여기서 한 끗이라도 틀어지면 결국
그 사고 얘기까지 줄줄이 끌려 나오지 않겠어요?
그만할 때도 된 거 같은데
서하는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그 덕에
이상혁 이사는 꽤 불안해해요
그 오래된 죄책감에
'내가 그랬다, 서하야' 나설 수도 있고
이 정도면 우리 회장님 위기 상황 같은데
그럼 저한테는 기회죠
지금까지 그랬듯이
제가 잘 케어해 볼게요
회장님이랑 저
이쪽으로는 잘 통하잖아요
아, 깜짝이야
저게 왜 여기 있어?
강민기 이 사람 진짜…
내 방에 뭐 놓고 갔던데?
아, 그거
'아, 그거'?
'아, 그거' 때문에 나는 심장이 내려앉았어요
잡아 봤어요?
잡을 뻔했죠
아니, 언제는 만지게 해 달라더니
안 궁금해요?
첫 번째 전생
뭐, 궁금했었죠
근데 지금은 딱히?
아니, 뭐
그거보다 급한 게 있어요?
그거보다 소중한 게 있어요
거기에만 집중할 거예요
지금 나한테 첫 번째 전생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하나도 안 중요해
그렇구나
자, 그럼 강민기 씨
굿 나잇
아무것도 아니구나
너 전생이 뭔지 알아?
난 이번 생이 처음이 아니거든
'달과 마녀의 숲'
'달'…
어릴 때 보던 책은 아마
위쪽에 있던 책들이랑 바꿨었지?
찾았다
진짜 열쇠다
그 책 안에 들어 있어요
문서하 생일 선물로 윤주원이 줬던 보석함의 열쇠
오셨어요? 회장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2층에 계시나요?
네, 이쪽으로
괜찮아요, 일 보세요
서하야
니가 본가에 다 오고 어쩐 일이야?
아버지 호출이니?
아니요
볼 게 좀 있어서
아, 어제 전화했는데 안 받길래
일이 바쁜 줄 알았지
자식
아버지는 봤고?
같이 식사하자, 오랜만에 셋이서
출근해야 돼서요
그래
근데 표정이 안 좋은데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몸 상태 안 좋으면은 삼촌한테 바로바로 말해
니 엄마 옆에 있다 보니까
나도 반의사가 다 됐으니까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뭐 해?
아, 서하가 왔길래
같이 밥 먹자고 하려던 참이었어요
두 분 저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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