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왜 날씨에 관한 영화를 하려고 했어요?
몰라요
느낌은 있는데
설명이 안 돼요
좋다
설명 안 된다는 말
설명 안 된다는 말에 좋다고 한 사람은
은아 씨가 처음
뭐든 말로 설명해 내야 하는 설명충들한테는
설명 못 한다는 말이 공포겠지만
저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눈이 번쩍 뜨여요
그렇지, 설명 못 하지
추상적인 마음을 어떻게 구체적인 언어로 담아?
그거였군요
추상적인 마음과
구체적인 언어 사이의 간극
그 둘은
지구를 스무 바퀴 돌아도 만나는 지점이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명해 봐도 되겠습니까?
왜 날씨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지
언어의 한계에 대해 아시는 분께는
설명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네
그냥
느낌인데요
눈이 펑펑 오거나
그런 날씨를 보고 있으면
내가
엷어져요
저는
나한테 완전 함몰돼 있는 인간이거든요
온 세상을 황동만으로 떡칠하고 싶고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내 얘기를 알아야 될 것 같고
그래서 떠들고 또 떠들고
그러다가 눈이 오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걸 보면
내가 엷어지는데
근데 그게
나쁘지는 않아요
온 세상을 황동만으로 떡칠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엷어지고 싶은 마음도 있고
양쪽 다 있는 거 같아요
제 안에
두리뭉실하게 살고 싶은 영실이도 있고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고 싶은 변은아도 있고
그런 건가요?
그렇죠, 헤헤
엷어진다는 말
좋네요
코피는
엷어지셨나요?
사라졌어요, 아까
오늘 날씨는 어때요?
엷어지게 하나요?
심하게 엷어지고 있습니다
차가 꽉 막혀서
옴짝달싹 안 해요
전화가 오는데
받아야 될 것 같은데요
네, 끊을게요
- 눈길 운전 조심하세요 - 네
오, 으…
예, 예, 예 여, 여, 여, 여, 여보, 여보세요?
네, 119입니다
어, 어, 어디, 어디쯤 오, 오, 오셨어요? 네?
가고 있습니다
가는 길에 사고가 있어서 반대편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괜찮으시죠?
너, 너, 너, 너무너무, 너무너무 너무 추워서 그러는데
시동 좀 켜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시동 켜시면 불날 수 있어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조금만 버티세요
- 금방 도착합니다 - 이, 이게 제가, 저, 저…
일부러 이렇게 으, 으 이런 소리를 내는 게 아니고요
온몸이 자기 마음대로 막 흔들려요, 으
무릎이 어떻게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 춤을 추죠?
정말 시동을…
켜면 안 되겠죠?
네, 빨리 오세요
으으으으…
으! 아…
저기요!
누구 없어요?
내, 내, 내, 내, 내가 지금
전화,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거든?
나, 나, 나, 나, 나중에 나중에 내가, 어?
아, 씨, 쯧
시나리오에 변은아 필명으로 넣었으니까
괜히 어디 가서 아는 척 떠들지 말고
입 다무시라고요
경고하는데
함부로 떠들고 다니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이게, 이…
네
알아, 이 새끼야! 영실이!
이 개싸가지 새끼야, 뭐?
'입 다무시라고요'?
내가 왜 다물어야 되는데?
내 입이 어떻게 다물어지는데?
으!
내 입은 태어나서 한 번도 다물어 본 적이 없어, 새끼야!
뭐…
뭐, 뭐라는 거야 뭐, 알아듣게 말해 봐요
'죄송합니다!'
'필명으로밖에 올리지 못하는 저의 비겁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새끼야, 그렇게 나와야지, 새끼야!
으! 아아…
내가 왜 선배한테 공손하게 말해야 되는데요?
선배가 나한테 했던 걸 생각해 봐요
내가 선배한테 먹은 욕이 얼만데, 씨
내가 그래도 선배한테 고마워하는 건 있어요
내가 선배만 생각하면 피가 끓어
아, 씨, 성공해야지
저딴 버러지 같은 놈들 입도 뻥끗 못 하게
아무것도 아닌 새끼들 찍소리 못 하게
내가 밟아 버리게, 씨
그래서 내가 어금니 꽉 깨물고 올라왔거든요
근데
안다고, 선배 어떤 인간인지
남들도 자기처럼 안됐으면 해서
누가 올라갈 것 같으면은 그냥 죽어라 씹어 대면서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하는 거
어, 근데 선배
그 주둥이로 나 못 끌어내리는데?
한번 해 보려면 해 보시라고
아니면 그냥
앗쌀하게 한번 올라와 보시든가, 어
그럼 내가 그때 가서
내가 공손하게 상대해 줄게요, 어?
아유, 씨
올라올 용기도 없으면서, 씨
올라갈 거야, 이 새끼야!
기다려, 이 *새끼야
기다려, 으! 으!
으, 기다려!
으, 으아아! 으아!
선생님, 괜찮으세요?
김 반장, 장비 가져와
아, 더워요
아유 선생님, 누워 계세요
- 아… - 그래도 이렇게…
진짜로 더워서 그래요
아이, 저, 저, 저 야, 체온 재 봐
- 예예 - 더워요, 아
아
나 오늘 죽다 살아났다
오늘 양평에 눈 오지게 왔거든?
차가 미끄러지는데, 와, 씨
- 슬로우로 쭉 가는데 - 아, 씨
슬로우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내가 영하 20도 눈밭에 거꾸로 처박혀서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마재영 이 새끼 때문에 뚜껑 열려서, 씨
내가 살아 나가야겠다
다 잔다 내일 얘기하자
어, 자, 내일 일어나서 봐
난 하던 말은 마저 해야 돼
미치게 더운 여름날을 상상했어
초집중해서
거짓말 아니고
진짜 땀이 나
영하 20도에서 땀이 나
이게 되는구나
인간이 극한에 몰리니까 그게 돼
근데 히트는 뭔 줄 알아?
상상을 너무 세게 했는지 지금까지도 땀이 난다는 거?
하, 내 안의 보일러가 안 꺼져
동만아!
황동만!
올라가자!
저 새끼가 또 시작이다!
아~ 미쳐 버린다, 어?
혼자 300톡이야, 뭐, 전쟁 난 줄
아휴
한 번에 올리든가
왜 한 줄 한 줄 끊어 올리는 건데 지우기도 힘들게, 씨
아휴
언제쯤이면 이 새끼 얘기 안 듣고 살 수 있을까? 어휴
언제쯤 밥상머리에서
황동만 욕하는 거 안 듣고 살 수 있을까?
300톡이든, 900톡이든
그냥 또 올렸구나, 그러고 말라고
등신이 등신짓 하는 거 보면서 욕하면
그 인간도 등신이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하냐고
하…
단짝 등신
이것들 안 떨어진다
오름이, 가즘이
맨날 허름한 한 단어 별명 나눠 가지며 살던
똑같은 두 인간 찢어 놓으려고 내가 그렇게 애를 썼는데
이거는 영혼의 단짝이야
안 떨어져
그냥 그러고 살아
황동만 욕하면서
똑같은 인간 인증하면서
영혼의 단짝으로 그러고 살아
좋은 아침
- 좋은 아침입니다 -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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