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164 lines.
278 번째 12/11/2018
슬픔은 영원히 지속된다
반 고흐가 죽기 전에 동생 테오에게 한 말이다
니체는 자살에 대한 생각은 커다란 위안이 되고
힘든 밤을 견딜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매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 모든 이들에게서 멀리 벗어나서
슬픔이 끝날 수 있게
슬픔은 영원히 지속된다
The Forest of Lost Souls
자살
여기 사람 있거든요?
이 넓은 숲에서 하필 왜 내 자리래?
미안, 못 봤다 갈게
너는 자살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니?
시끄럽네, 할배
누가 칼로 자살해? 일본놈이야?
꺼져!
할복하기 좋은 장소 알려줄까요?
설마 화난 거?
얘, 내가 모욕당하고 싶었으면
아내와 딸과 함께 집에 있었을 거야
딸이 네 또래인데 너처럼 버릇이 없지
그게 싫어서 여기 온 거야
난 조용히 혼자 있고 싶다
미안해요
그 나이에 왜 자살하고 싶은 거니?
네가 일을 그르쳐 봤자 뭘 얼마나 잘못했겠니?
미래에는 늙고 병들고 아플 일밖엔 없어요
- 그런 거 싫어요 - 전형적이네
너도 오만한 십 대 예술가 중 하나니?
- 히스터? - 힙스터겠죠
- 그래 - 진부하시네
확신이론에 따르면 내가 아저씨보다
준비가 더 확실하거든요?
확신이론?
'어 롱 웨이 다운'이라는 닉 혼비 책에 나와요
평범한 책이니 그거 읽었다고 힙스터 만들지 말아요
그 책은 아는데 네 말의 요점은 모르겠다
칼이라뇨!
무서워서 포기할 확률이 얼마겠어요?
다른 자살 방법도 준비해 왔어요?
- 아니 - 독약요
- 달콤한 향정신성 약물 - 좋은 지적이야
준비성이 철저하구나
유서는 가져왔어요?
자살을 중도 포기한 사람의 90퍼센트가
유서를 안 가져왔거나
펜하고 종이가 없어서 자살을 관둔 거 아세요?
좀 과장된 것 같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 넌 가져왔니? - 당연하죠
유서 때문에 모두 죄책감을 느끼게 될 거예요
그림도 넣었어요
네 말이 맞다 나도 하나 써야겠구나
종이하고 펜 좀 빌려주겠니?
그래도 네가 자살하려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해
이 얘기는 다시 해보자 알겠지?
담배 피우지 마
무슨 상관이에요? 곧 죽을 건데
가장 어리석은 자살 수단이야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이지
왜 이러는 거예요?
네가 우리 딸 또래라서 그래
유서를 썼더니 우울해졌어
이렇게 말하면 우습겠지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자살하면 안 돼요
잠깐 산책하면서
'길 잃은 영혼들의 숲'을 돌아볼래요?
- 여기 볼 게 뭐 있다고 - 죽은 사람들요
뭐 있나 한번 보죠
잠깐
뭐 하는 거니?
뭘 속삭여요? 여기 누가 있다고
칼보단 쉽겠죠? 어떻게 생각해요?
정말 철없구나 재미없어
미안해요
아직 자살 방법을 고르고 있는 줄 알았죠
이젠 도둑질이니?
어차피 피해 보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폐암이 내 장기적 자살 계획이에요
이 숲에 와서 돌아다닌 게 처음이 아니구나?
그렇죠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왔다 갔다 했죠
생각이 바뀌면 다시 오고
그래서 그렇게 준비가 철저했구나
전문가라고 해줘요
이곳에서 매번 물건을 훔친 거야?
훔치는 거 아니에요
여기서 죽은 사람 소지품은 아무도 신경도 안 써요
죽은 사람한테도 신경 안 쓰는데
- 그래도 그렇지 - 잘난 척 말아요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 사연이 있어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되게 민망하네
- 괜찮니? - 네
이제 죽은 사람들 보러 갈까요, '아빠'?
슬픔은 영원히 지속돼요
왜 이 나이에 자살하는 거지?
너무 어려도 너무 늙어도 자살은 안 돼요?
- 자기만 되나봐 - 유치하게 굴지 마라
자살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파시즘 시대에 노인들은 여기 버려져 죽었어요
경제 위기로 요즘 또 그러는지도 모르죠
그게 내가 기운 날 얘기니?
사는 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란 정도는 확인됐잖아요?
그게 뭐니?
이유식?
진짜 아무 준비도 없이 왔네요
자살을 망설이다가 밤이 됐다고 생각해 봐요
배고프잖아요
굶어 죽고 싶진 않겠죠?
자살 취소의 첫 단계죠
그래, 말 된다
아까도 말했지만
확신이론으로 보면 완전히 확실한 건 없어요
이유식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니?
작고 싸잖아요
음악 페스티벌 갈 때 항상 몇 병 챙겨요
그러면 약하고 술에만 돈 쓰면 되거든요
한 아이의 아빠로서 네 운용능력 존경스럽다만
- 선택은 형편없구나 - 고마워요, '아빠'
참 놀라운 곳이지 않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알아요?
아니
어떤 남자가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해서
삼각관계에 빠지게 되는 얘기예요
그는 두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둘이 함께할 수 있도록
자살을 택해요
정말 멍청한 선택이구나
심지어 두 사람은 그의 장례식에도 안 와요
당연한 결과야
아무도 관심 없다
이게 포인트죠
여기에 있는 불쌍하고 섬세한 영혼은 신경 써줘요
이 세상은 그 사람들에게 안 맞았어요
네 나이 치고는 슬픈 걸 너무 읽는구나
담배도 피우고요
사람의 슬픔을 사진에 담기는 흔치 않은 기회거든요
정말 무례하구나 죽은 사람을 찍어?
- 뭐요? 말도 안 돼요 - 아니라고?
네, 그냥 여기서 만난 사람들 찍는 거예요
여기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
숲이 워낙 커서 드물기는 하지만, 있어요
여기서 만난 길 잃은 영혼들 사진을 찍었죠
내 유산이에요
슬픈 얼굴이 가득한 이 쓸모없는 필름이
내 유서예요
왜 자살하려는 거예요?
모든 일을 잘못했거든
내 평생의 우선순위가 전부 잘못됐어
가족을 실망시켰어
- 내가 없어지는 게 나아 - 이기적인 거네요?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다
가족을 망치고 자살한다고요?
너는 왜 자살하려는 거니?
딸이 자살했다는 걸 알면 부모님은 어떻게 되겠어?
시끄럽네
네가 여기 있다는 거 부모님이 알게 되면?
몰라요
음악 페스티벌에 간다고 말해놨거든요
어제 아케이드 파이어 봤고 여긴 오늘 아침에 왔어요
다른 밴드는 마음에 안 들어서 자살하기로 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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