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주행 시험장, MI 모비티"
항상 궁금했어
나는 왜 전생을 기억하며 사는 걸까
죽도록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전생의 기억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이 있었지
따뜻하고 평범했던
너와의 여름날
나
엄마가 왜 누나를 데리고 왔는지
이제 알 거 같아
서하야
니가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 줄게
누나, 나랑 결혼하자
약속해
어린아이처럼 행복했던 나의 열여덟 번째 인생
서하야…
서하야, 이번 생은
너를 만나기 위해 다시 태어난 거야
지원 동기는 알겠는데
원하시는 업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판단하기 어려우시면
저랑 한번 사귀어 보실래요?
아, 죄송합니다
헛것이 들려서
잘못 들으신 거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릴게요
저랑
사귀실래요?
아니…
아니, 지금 어떻게…
여기 면접 보러 온 건 아시죠?
바로 채용하기엔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길래
차선책도 있다는 걸 말씀드려 본 거예요
뭐
일종의 샘플 사용을 권고하는 거라고 보시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처음 본 사람한테 사귀잔 말이 나오죠?
처음이 아니면요?
그럼 고민해 보실 거예요?
우리 예전에 본 적 있어요?
글쎄요
그건 전무님이 직접 기억해 주세요
아니, 요즘 애들은 다들 그렇게 막 나가?
우와 뭐야, 그 꼰대 같은 발언은?
반지음 씨 말하는 거야?
너 혹시 예전에 반지음 씨 본 적 있어?
- 아니 - 그지?
너도 처음 본 사람 맞지?
아, 뭔데 그래?
아니 아까 반지음 씨도 그렇고
표정이 만만치가 않던데?
얘기해 줘도 못 믿을 거다
아이고메
아따, 삼촌
삼촌은 그, 굉장히 말을
막 하는 경향이 있어, 으메
나도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지
근데 막상 얼굴 보니까
나도 모르게 갑자기 막…
아니, 인생을 19회 차까지 살았다는 양반이
으째 이라고 철이 안 든대?
인간은 죽을 때까지 철들지 않아 철이 든 척하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19회 차 인생이라고 해서
철든 사람은 아니라는 거지
미친 짓 했단 소리를 길게도 합니다, 삼촌
한 사발 더 채워 봐
자, 드시오
전무님
서하야
아…
귀가 잘 안 들리나 봐
아무래도 그때 사고 때문인 거 같아
그냥 툭 까놓고 말해 보지 그래?
삼촌이 윤주원이었다고
음…
내가 살아 보면서 느낀 게 있는데
'이 사람한테는 말해도 되겠다' 싶은 사람과
반대로 절대로 말하면 안 되는 사람이 있거든?
서하 가는 어느 쪽인 거 같은디?
모르겠어
서하한테는 객관적인 판단이 안 서
속 끓이지 말고 직진해
어차피 이라고 된 거 노 브레이크 아니여?
아니, 애경아
너는 나를 너무 잘 안다
- 이것이 연륜이라는 거여, 쯧 - 아…
얼씨구
오메, 삼촌!
나도 이제 50대여!
이 연륜으로 담근 김치 좀 자셔
아, 좋소
한번 먹어 보겠소
- 라면 먹고 갈래? - 수작 부리지 마
야, 너 근데 한국에서도 계속 옆에 탈 거야?
이상하게 생각하려나?
소문 돌지
차차 바꿔 보자
어
안 받을 거야?
그쪽 집안 선물 산다고 독일 남부까지 다 돌아 놓고는
일단 니 선에서 차단 좀 해 줘
알았어
간다
들어가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이 남자들 정말
어!
초원아!
아, 피곤하다니까
그래서 몸소 와 주신 거지
나 아니면 누가 널 챙기냐?
나 좀 그만 챙기고 눈치나 좀 챙겨
좋으면서
아, 좋다
근데 넌 전화를 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받고 싶은 거냐?
남이사
넌 꼭 나한테만 싸가지 없게 대하더라?
나도 그게 참 신기해
이상하게 오빠 너만 보면 막 승질부터 나
전생에 악연이었나?
문서하 들어온 건 들었냐?
자기가 말해 줘 놓고선
아, 그랬지
걔는 왜 호텔로 간다냐?
호텔로 간대? MI?
망해 가는 호텔로 가서 뭘 어쩌겠다고
어머니가 하시던 호텔인데 당연히 애정이 있겠지
무슨 상관?
너 아직도 문서하 좋아하냐?
아씨, 대답 안 하네
초원아
그럼 나는?
- 오빠 - 응?
이 꽃 이름이 뭐게?
음, '고가구 인테리어'
인사동?
도망쳐요!
반지음 씨?
뛰어요, 빨리
왜 여기…
저기요, 저기요!
뛰어요
무슨 일인데요? 뭔데 이래요? 예?
잡히면 끝장나요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이쪽으로
전무님
아, 오랜만에 뛰었더니 후달리네요
아,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전무님 심심하실까 봐
예?
그냥요, 재밌잖아요
전무님, 목마르시죠?
제가 오다가 편의점 봐 뒀거든요 잠깐만요
아…
아, 시원하다
기분 좀 나아지셨어요?
전무님
아까 공황 같은 거 올 뻔했던 거 맞죠?
공황 올 거 같은 기분 그거 저도 잘 알거든요
그럴 땐 그냥 막 뛰다 보면
어느샌가 내 숨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거든요?
이건요
가만있어 보자 이게 임진왜란 때던가?
혼자만 살아남게 됐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 거기 아무도 없어요? 도와주세요!
불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천지에 시체들이 널려 있고
타들어 가는 신음 소리, 비명 소리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고요
죽을 것처럼 심장이 아프고 숨도 안 쉬어지고
놀라서 뛴 건지
살아남으려고 뛴 건지
어쨌든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는데
사무치게 그립고 슬펐던 기억들이
뛰던 도중에 바람이 데려가 버렸는지
그 뒤로는 또 살아지더라고요
임진왜란 때 알았어요
'뛰면 살 수 있구나'
임진왜란 때요?
아…
책에서 본 건데 꼭 내가 겪은 것처럼
묘사가 아주 구체적이더라고요
그 책 제목이 뭔데요?
'새하얀 메밀꽃밭'?
근데 이게
옛날에 아시던 분이 습작으로 쓰던 거라
구해 보실 순 없을 거예요
아…
저런
반지음 씨
솔직히
허언증 있죠?
좀 있긴 있죠?
아, 저 소문내고 그런 사람 아니니까
저한테 솔직히 털어놓으셔도 됩니다
어서
어서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to leav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