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200 lines.
"상자"
날 잡아 시내에 다녀오는 것도 일이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애들도 둘이나 있으니까
야외 스케이트장에도 가고 공연도 봤지만 소용없었다
싸우느라 정신없었는데 특히 대니가 말썽이었다
3시 55분 차를 태우느라 어찌나 애를 먹었는지
저녁때까진 집에 가야 했으니까
암튼 대니는 온통 선물 생각뿐이었다
상자에 뭐 들었어요?
대니...
성가시게 굴지 마
선물이에요
- 봐도 돼요? - 대니
참견하지 말라고
괜찮아요 그냥 두세요
그럼 전 이만 다음에 내리거든요
다음 역은 브룩필드입니다
"상자"
그 남자 뭘 가지고 있던?
그 남자라니?
이 바보 상자 들고 있던 아저씨
상자에 뭐가 있었어? 지하철에서 봤잖아
- 아무것도 없었어 - 진짜?
정말 빈 상자였다고?
- 확실해? - 다들 왔구나
저녁 다 됐어
잘됐다
우리 꼬맹이 왜 그래? 배 안 고파?
별로 안 당겨요
네가 음식을 마다해?
뱃속에 거지가 들었으면서
밖에서 뭐 먹고 들어왔어?
핫초코밖에 안 사줬는데
마시멜로랑 젤리랑요
좋았겠네
가서 놀아도 돼요?
물론이지
이부터 먼저 닦아
- 그럴게요, 아빠 - 좋아
더 줄까?
놈들이 널 노리고 있어, 바버라
- 좀 줄까, 대니? - 그만해!
- 싫어? 의외네 - 무식하기는
- 놈들이 널 잡으러 올 거야 - 우리가 더 먹지 뭐
그만하라고 어린애처럼 왜 이래?
놈들이 널 잡으러 올 거야
- 세상에, 저거 봐 - 저기!
놈들 중 한 명이 오는군
다 듣겠어
얘들아
"월요일"
뛰면 안 돼
전 됐어요
대니
네, 엄마
도시락 가져가야지
감사합니다
무슨 일 있어?
- 또 배 안 고파? - 네
학교에서 피자 먹었거든요
난 안 먹었어
이거 놀라운데 그러지 말고 고기 먹어
됐어요 배 안 고파요
"화요일"
또 도시락에 손도 안 댔더라고
그래?
학교 식당에서 몰래 군것질이라도 했겠지
웰러 박사님 좀 만나보자
애가 아픈 거 같아
학교 가기 싫어서 꾀부리는 거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슬슬 걱정되는데
열도 없잖아
걔가 독감에 걸린들
웰러 박사님이 뭘 어떡하겠어
그건 그래
아들, 뭐 좀 먹어야지
대니, 오늘 싸준 도시락 왜 손도 안 댔어?
안 내켜서요
마늘 빵 먹어봐 진짜 맛있어
너 스파게티 좋아하잖아
안 먹을래요
벌써 3일째야
너 괜찮아?
설마 수두 걸린 건 아니겠지?
아만다 듀스버리가 수두 걸려서
1주일간 결석했거든요
징그럽게 온몸에서 진물이 막 나오던데...
난 괜찮아
배가 안 고픈 것뿐이에요
알았다
"수요일"
대니 너 좋아하는 피자잖아
어서 먹어
배 안 고파요
냄새는 좋네요
너 이 피자 먹을 때까지 절대 못 일어나, 알았어?
내 말 알아들어?
대니, 제발 한 입만 먹어
안 먹을래요
대체 언제까지 이럴래?
제기랄, 빨리 먹으라고!
배 안 고프다고요
그래
그럼 가서 자렴
"목요일"
맨슨 박사님 3번 회선입니다
어지럼증이나 구토 설사 증세는 없고요?
없습니다
열나거나 무기력하진 않아요?
네, 애는 멀쩡해요
근데 5일이나 굶었다고요?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잠시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네
- 그러죠 - 고마워요
대니
하고 싶은 얘기 없니?
정말 없어?
선생님이 들어줄게 돕고 싶어서 그래
아무 문제 없어요 배가 안 고플 뿐이에요
그래도 좀 먹어야지
왜요?
그게...
세상에는 굶주린 사람들이 많거든
게다가 계속 굶으면...
목숨을 잃게 돼
그냥 그렇게 죽는다고
그래서요?
왜 지금에야 데려왔어요?
모르겠습니다
지난 검진 때보다 몸무게가 2kg쯤 줄었지만
몸엔 이상 없습니다
검사 몇 가지만 해보죠
그럼 아마 원인이 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학교에선 별문제 없었나요?
- 네 - 그럼요
별일 없었어요
- 집에서도요? - 네, 근데 그건 왜요?
대니가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을지도 몰라서요
전문가 한 분을 추천해드릴게요
정신과 의사요?
치료 전문가예요 걱정 마세요
애한테 억지로 약 안 먹일 테니까
잘 도와줄 거예요
어떻게 도와준단 얘기죠?
원인은 꼭 밝혀낼 겁니다
일단 매일 전화 주셔서
대니 상태를 얘기해주세요 뭘 먹었는지도요
그럴게요
억지로 먹이진 마시고요
물론이죠
침착하세요, 아셨죠? 연락드리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박사님 - 감사합니다
말도 안 돼
얘들아
무슨 얘기들 하니?
- 아무것도 아녜요 - 아무것도 아녜요
그러지 말고 얘기 좀 해주라
그냥 얘기했어요
비밀 얘기?
이런 저런 얘기요
네가 요즘 왜 안 먹는지에 관한 얘기?
그런 얘기였니?
됐다, 어서 잠이나 자
제니,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녕히 주무세요, 엄마
- 제니 - 지금 가요
"금요일"
- 엄마 - 응, 잠깐
네?
- 초콜릿이야 - 됐어요
배 안 고파서요 암튼 고마워요
제니는?
배 안 고프대
왜?
나도 몰라
알면 좋겠지만
심각한 상황인 거 알기는 해?
당연하지
난 애들 엄마라고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뭐가?
애들은 쫄쫄 굶는데 음식이 넘어가냐고
그렇다고 굶을 순 없잖아
대니
아들
너랑 제니 요새 무슨 일 있어?
아빠한테 얘기해도 돼
제발 얘기 좀 해봐
뭐래?
대니 말이야
별말 안 했어
제니 한 조각
대니도 한 조각
자, 그럼
"크리스마스"
가족들 웃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참 많이 웃었는데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to leave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