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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어머니가 그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실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모양이
이렇게 다양한데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 가는 모양은
얼마나 다양할까?
예측할 수 없는 인연의 고리들이
새로운 인생의 모양을 만들고
방향을 만들고
우연처럼 보이는 그 한 번의 만남을 위해
시절과
시대와
공간이
모두 그 한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라고
막연한 듯 보이지만
너무나 확실하고 구체적인 이끌림
계산도 안 되고
또 계산할 수도 없는
강렬한 휩쓸림
그렇게 서로에게 맞닿을 때까지
끊임없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것
그것이 인연이라는
운명의 힘이라고 말이다
미안하오
내가 좀 늦었소
불꽃을 쏘아 올린 위치가 어떻게 되나?
남산 동쪽 어귀쯤으로 보인답니다
옹성병원 근처라는데요
- 옹성병원? - 네
분명 이 근처다!
폭죽 쏜 놈들 찾아!
네!
여기입니다!
저쪽이다!
가자!
장태상은 지금 어디 있나?
죄송합니다
틀림없이 따라붙었다고 생각했는데…
놓친 곳은?
본정 3정목에서 넘어가는 길입니다
제가 산다니까요
야, 내가 살게
야, 여기가…
- 아… - 뭐야?
야, 어디 가
사람 치고 그냥 가냐!
자, 자 한잔 더 하러 가자고
어떻게…
소매하고 바지 길이는 좀 어떻습니까?
딱 맞네
볼드하게 핏이 아주 딱 맞는군그래
다치셨습니까?
인력거는?
뒤편에 와 있습니다
사람 하나 정도 들어갈 공간이 필요한데, 되겠나?
언제까지면 되겠습니까?
오늘 밤 9시까지
허 씨네 양복점 뒤에서 보는 걸로 하지
이만하면 되겠습니까?
일 끝나는 대로
인력거는 꼭 다시 돌려줌세
잠시만요
몸조심하십시오, 장 대주
설마
장태상이 그놈
직접 옹성병원에 들어간 걸까요?
그랬다!
나 장태상
금옥당과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다친 몸을 이끌고
몸소 옹성병원에 들어가기로 했었다
옹성병원에서
사람을 구한다 들었습니다
돕고 싶습니다
그러다 험한 꼴 당할 수도 있어요
돕게 해 주세요
나도 같이 가겠네
우리는 지금 마실 가는 게 아니야
우리 동지 중 1명이 체포됐는데
그리로 이송됐다 하네
명자 찾는 일에 방해되지 않을 테니
날 그 안에만 떨궈 주게
내가 거기서 데리고 나올 수 있는 건 명자뿐일세
거기서 빠져나오는 건
자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거야
알고 있어
혹여 자네한테 문제가 생길지라도
어쩌면 난…
모르는 척할지도 모르네
원망하지 않겠네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보이소
암케도 이건 너무 위험합니다
이보게
나 장태상일세
아, 날아오는 일본군 총칼이
그 이름을 우째 알고 피해 간답니까?
내가 알아서 잘 피해 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란 뜻이야
꼭 살아 돌아오세요, 장 대주
좋아하시는 코냑 열어 두고 기다릴게요
이만 갑시다
그렇게 목숨을 걸었는데…
약속이 틀리지를 않소
명자를 찾았다며?
쪽지까지 보내 놓고 이게 다 무슨 상황인 거요?
여기서 나갈 방도를 마련한 뒤 신호를 보내면
그때 명자를 데리고 오겠다고 한 거였소
그래, 뭐
중간에 의미 전달이 좀 잘못됐다 칩시다, 헌데
난데없이 저 아이들은 또 다 뭐요?
그쪽하고 아는 아이들이오?
- 모르오 - 모르는데 왜…
생면부지 알지도 못하는 애들을 어째서, 어쩌자고
저렇게 죄다 우르르 끌고 올라온 거요?
살리려고
안 그러면 전부 다 죽을 테니까
자세한 얘기는 내려가서 합시다
둘은 이미 숨통이 끊어졌고
나머지들도 당분간 아무 소리 못 낼 거요
자, 얘들아! 아저씨 따라가자
자!
가자, 갑시다
무슨 일이야! 사고라니!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아이들 짓인 거 같습니다
뭣들 하고 있어!
빨리 흩어져서 아이들부터 찾아! 빨리!
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명자는?
나도 모르네
저 아이들은 대체 다 누구고?
- 그것도 모르고 - 아니…
실험실에 있던 아이들입니다
실험실?
여기 그런 게 있었소?
한데, 누구시오?
아…
나는 장태상의 친구 권준택이오
어, 두 분 얘기는 이 친구한테 전해 들었소
저 일본인은 또 누구요?
옹성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오
군인이나 의사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믿을 만한 사람인 거요?
명자를 구하는 게 먼저요
일단 지금은 거기까지만 합시다
일단
저 아이들을 어찌할지부터 얘기해야 할 거 같은데
근데 아까 말씀하신
그 실험실이라는 게 대체 뭐요?
군수공장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여기로 끌려왔습니다
그 뒤로 매일 같이 주사를 맞았고요
아, 대체 무슨 주사를 그것도 매일…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같이 있던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것만 봤어요
열이 펄펄 나 시름시름 앓다가 죽기도 하고
자다가 죽기도 하고
매일 같이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살려 달라고
계속
계속 살려 달라고…
만주에서도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소
사람을 상대로
사람한테 도저히 할 수 없는 실험들을 저질렀는데
그 짓을 이곳 경성에서도 하고 있었던 거요
그래서?
명자도 지금 뭐…
그런 상황에 처해 있기라도 한다는 거요, 뭐요?
어쩌면
그러면 더더욱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네
시간을 지체했다가
명자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소
그 전에 일단 이 아이들부터…
난 모르오
그쪽이 저지른 일이니
그쪽이 해결하든가
이 아이들을 정말 모른 척하겠다는 거요?
난 지금 내 코가 석 자고
내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하는 사람이오
이시카와 앞에 명자를 데려다 놓지 않으면
당장 내 재산이고 사람이고 모든 게 다 날아갈 판이거든
괜히 남의 일에 오지랖 떨 여유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러니 나한테 괜한 책임 전가하지 마시오
이 아이들 살리려고 무모한 짓 절대 안 할 거니까
난 그냥 명자만 찾아서 명자만 데리고 나갈 거라고
알아듣겠소?
아무 데도 없습니다
혹시 병동을 빠져나간 게 아닐까요?
아니, 경계가 삼엄해서 아직 그러지 못했을 거다
더 샅샅이 수색해 봐!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다
아이들은 원래 숨바꼭질을 잘하니까…
네
2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소
시간이 없다, 일단 작은 애들부터
너, 너
그리고…
왜 그런 것이냐?
대체 뭐에 놀라서…
이리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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