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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고 서지숙"
태오야
대학 때 옥탑방에서 기억나?
우리 집 유리창 깨부수고 소란 떨던 그 사람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한테 엄마는 없었어
근데 너에겐
끝까지 니 앞길을 빌어 주셨던 훌륭한 어머니가 계셨네
태오 니가 그래서 늘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왔던 게 아닐까 싶어
남몰래 지켜 오느라 너도 쉽지 않았겠지만
어머니 유품
너한테 편지를 남기셨나 봐
고맙다
태오야
우리 다 진흙탕 속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잖아
너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인 거
그래서 어떻게든 너 붙잡으면서 여기까지 왔던 거 인정할게
그러니까 이대로 무너지지 말아 줘
"고 서지숙"
사랑하는 내 아들 태오야
니가 이 글을 볼 때면
난 이미 두 번째로 이 세상을 떠났겠구나
엄마는 가더라도
태오가 꼭 알았으면 하는 건
분노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도 분명한 게 있다면
나는 내 아들만큼은
과거에 매몰되어 살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야
분노도 미움도 후회도
이 편지와 함께 덮어서
너만은 앞으로 걸어가기를 바란다는 거지
해 준 것 하나 없는 못난 엄마지만
마지막인 만큼
염치없이 부탁 하나 하고 가도 될까?
지난 시간들을
무사히 흘려보내 주길 바래
그리고
남은 니 미래에는
언제나 관용이 함께하기를
나중에 엄마 있는 곳으로
천천히 와
다시 만나면
그때는 정말로 꼭 안아 주고 싶네
내 아들
사랑해
엄마가
대체 뭘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걸까?
난 평생 마이너 리그에서 살다 늙어 죽을 생각 없어
그래서 널 좀 이용하려고
메이저 리그로 오르는
동아줄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
결국 넌 날 못 믿은 거야
왜?
내가 이 일을 다 망칠 것 같으니까
너만 잘났으니까, 너만!
사과할 생각이면 접어
'미안하다, 잘못했다'
그따위 소리 들으러 온 거 아니니까
니가 모든 걸 다 망쳤어
우리 계획, 우리 꿈
용서하지 못한 복수?
대체 왜?
너로 인해 생긴 이 불편한 소동
이게 바로 니가 비선재에 오지 말아야 할 이유야
그따위로 일을 처리하라고 내가 널 딸려 보낸 줄 알아?
최악 중에 최악이야!
결국 저한텐
어떤 기대조차 안 하셨던 거네요
아버지
내일이면 드디어…
강오
제가 지키겠습니다, 회장님
이렇게 무너질 순 없어
내가…
내가 어떻게 버텨 왔는데
강오, 절대 다른 사람 손에 못 넘긴다
강오는 내 거야!
어머니
당장 법무 팀에 연락해서 내 구속부터 풀고
- 니 외가에 전화해서… - 어머니!
그만하세요
이제 다 끝났어요
뭐?
어머니 꿈을 위해 사는 삶
지쳤어요, 저
너 지금 제정신이니? 어?
내가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누구 때문인데요?
저요?
정말 저 때문이에요?
아니요, 어머니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항상 어머니 욕심에
저 몰아붙여서 여기까지 오신 거 아니에요?
뭐?
저 살면서요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늘 눈치 보고 비위 맞추고
내 뜻대로 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불행했어요, 저
이제 진짜 그만하고 싶어요
행복해지고 싶어요
엄마
우리 이제 그만해요
오셨습니까?
굿 모닝입니다
-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세요 - 안녕하십니까
강인하의 강오와
PY홀딩스의 출범이라…
그래, 진경아
좋은 날이라 하늘도 맑구나
주주 총회 가시는 길이세요?
그래
이제 이 애비가 평생의 꿈을 이룰 수 있게 생겼구나
죄송해요, 아빠
드릴 말씀이 있어요
엄마 만나고 왔어?
좀 어때?
걱정하지 마, 괜찮으셔
오늘 우리
가능성 있는 거야?
제 자린 여긴 거 같네요
아유, 뭐, 자리 어디 앉으시는 게 중요하겠습니까
어차피 벌들은 꽃을 찾아 앉게 돼 있습니다
대표님도 센터장님도
오늘 쇼 재밌게 즐겨 보세요
그나저나 박 대표님이 늦으시네요?
아, 그러게요 저보다 먼저 출발하셨는데
나 강중모의 핏줄이라는 그 이유
그게 지금까지 니가
강오에서 발붙이고 살 수 있었던
유일한 핑곗거리였지
전 엄마랑 달라요
그렇게 쉽게 아무 힘도 없이 포기하는 거
안 합니다
강인주한테 몹쓸 짓 당하고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살았어요
차라리 이 세상에서 없어지고 싶을 만큼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못 살겠더라고요
죄송해요, 아버지
아니, 니가 죄송할 일이 아니다
다 내 죄야
니가 엇나가기 시작했을 때 널 다그치기만 했지
자세히 살피지 못한 내 탓이다
그래, 이제라도
애비 노릇 하마
강인하 씨
당신을 강인주 살인 혐의 및 모기준 살인 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 합니다
뭐라는 거야, 씨
체포해
- 어? - 어, 잠깐만요, 잠깐만요
안쪽 두 분은 나와 주시고요
이거 안 놔! 씨
- 내가 누군 줄 알아? - 팀장님
안 풀어? 씨
뭐?
알았으니까 일단 끊어 봐
아이, 무슨 일이에요?
강인하 본부장이…
네
아버지가 한태오 씨를 만나고 싶어 하세요
어디로 가면 되죠?
- 어우! - 어이쿠야
아, 미안합니다 지나 좀 갈게요?
- 어이! - 깜짝이야, 씨
불국사!
경 주임!
- 뭐야? - 나야, 나
빵 안에 있을 때는
내가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는 입장이었는데
밖에서는 니가 까이고 기게 생겼네
그러게 왜 나랏돈 먹고 일하는 양반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 이 참외 씨 빨아 먹을 놈아! - 에이!
참외 씨 빨아 먹을 놈아
아이, 단물도 없었어
아, 맞다, 맞다
애 하원만 시키고, 어, 어?
- 에이! - 야
머리 굴러가는 소리 다 들린다
거, 그냥 조용히 갑시다
가, 뭐 해?
- 예 - 갑시다
- 뭐 해? - 놔, 놔
- 가자 - 따라와!
알았어요 때리지만 마세요, 예?
뭐 해!
아이씨…
오래 기다리셨죠?
처리할 게 좀 많아 가지고
이거 한태오 작품인가?
맞다면 당신 선택 잘못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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